글로벌 기업의 신장 면화 보이콧, 무역 분쟁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기업의 신장 면화 보이콧, 무역 분쟁으로 이어진다.
  • 박현우 기자
  • 승인 2021.04.13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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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면화 생산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 노동 논란

글로벌 기업들의 면화 보이콧에 중국은 불매운동으로 맞불

더 큰 분쟁을 준비 중인 중국과 서방국가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현우 기자 = 중국 최대 면화 생산지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난 인권 탄압 논란이 불매운동을 넘어 무역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논란은 2019년 호주의 한 방송에서 중국 당국이 신장 위구르족을 불법 감금하고 면화 공장에 강제노역시킨 사실을 폭로하며 시작되었다. 특히 작년 3월에는 호주 전략 정책 협회에서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을 중국의 노예 매매라며 규탄하였고, 해당 면화들이 애플,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에 사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중국은 해당 논란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해왔지만, 지난달 열린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이 기자단 앞에서 소수 민족 인권탄압 사실을 공개 거론한 것이 화근이었다. 회담 이후 중국은 즉각 “역사상 최대 날조”를 주장하며 신장 면화 보이콧을 결정한 글로벌 기업들을 불매할 것이라 선언했다. 동시에 세계 각국과 날 선 신경전을 벌이며 경우에 따라선 무역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며 소수 민족 인권 탄압 문제가 글로벌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신장 위구르 족과 글로벌 보이콧

신장 위구르족은 중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살아가는 소수 민족이다. 해당 지역은 과거 동아시아와 이슬람 세계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교역로로서 이미 10세기경부터 이슬람교가 자리 잡아 중국과는 분리된 자치구로서 존재했었다. 그러나 중국은 꾸준히 해당 지역과 점령, 전쟁을 반복했고 결국 1949년 완전히 점령하며 ‘신장 위구르 자치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문제는 1997년, 이슬람 문화권 독립과 소수 민족 인권을 위한 대규모 폭동과 독립 선언이었다. 신장 위구르족이 이슬람 세계로의 독립을 주장하며 강한 반중 정서를 들어내자 소수 민족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해당 지역을 강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러한 탄압의 일환으로 자치구 내 ‘신장 재교육 캠프’라는 이름의 수용소를 설치하고, 강제노역 및 노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 중국 면화의 대다수를 수용소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호주에서 처음 고발된 신장 위구르족 탄압 사건은 서구 문화권으로부터 강한 지탄과 비난을 받았다. 특히 2020년 9월 미국, 2021년 1월 영국 등의 국가에선 해당 면화 수입을 금지하였고, 영국의 BBC는 특집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하며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실제로 존재함을 고발했다. BBC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난 몇 년간 최소 100만 명이 재교육 수용소에 감금되었으며, 세계 면화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면화 생산 대다수가 고문과 탄압을 통한 강제 노역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발 빠르게 반응했다. H&M을 필두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신장 위구르족 면화 수입을 거부했다. 대표적으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공식 성명문을 작성했고, 갭,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이케아, 캘빈 클라인, 푸마, 자라, 타미힐피거 등의 기업들도 동참을 선언했다.

물론 일본의 아식스, 한국의 FILA 등의 기업은 신장 목화를 지지한다는 글을 공개적으로 작성하여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전 세계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해당 글들이 기업 본사의 의견이 아닌 중국계 직원의 개인적인 발표라고 공개하며 즉각 글을 삭제했다. 덕분에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신장 면화를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와 네티즌들의 반발

중국 정부는 해당 논란에 대한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의 면화 보이콧에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그러나 최근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이 신장 위구르족 인종 탄압을 공식 의제로 제시한 이후로 중국 정부와 네티즌들은 강하게 반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8일 벌어진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은 애초 냉랭한 미·중 관계에 평화 스탠스가 생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이 규칙에 기초한 세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공개 지적한 것이다. 이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라는 공격적인 단어로 대응하여 결국 회담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그룹 F(x)의 멤버 빅토리아가 개인 SNS에 올린 중국 옹호 게시글)
(그룹 F(x)의 멤버 빅토리아가 개인 SNS에 올린 중국 옹호 게시글)

회담 직후 미국은 공식적으로 “위구르족 고문하고 집단학살한 중국”이라며 재제를 선언했다. 유럽, 미국, 영국, 캐나다의 중국의 인권유린 규탄에 대한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도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악의적 루머이자 역사상 가장 큰 날조”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중국 내 인플루언서와 연예인, 심지어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국적의 연예인들까지 해당 논란을 옹호하고 나섰다.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한 중국 내 옹호 발언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걸그룹 우주소녀의 미기, 선의, 성소, 걸그룹 f(x)의 빅토리아, 보이그룹 EXO의 황쯔타오와 GOT7 의 잭슨 등이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와 신장 면화를 옹호했으며, 중국 네티즌들 오히려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을 우리가 불매하겠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처음으로 면화 사용을 보이콧한 H&M에 대해선 중국 내 전속 모델 계약 종료, 온라인 쇼핑몰 퇴출, 지도 내 지점 확인 불가, 공식 애플리케이션 삭제, 점포 철수 등의 강한 불매 운동을 벌였다. 아디다스 역시 불매운동을 피해갈 수 없었다. 중국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스폰서를 맡고 있던 아디다스는 보이콧 선언 이후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서 모든 제품과 회사명이 모자이크 처리됐다.

 

현재는 해당 브랜드 외 신장 면화를 보이콧한 수십 개의 글로벌 브랜드 전체로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중국 내 브랜드를 사용하자는 의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심지어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자는 패션쇼도 벌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3월 30일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나 패션위크 패션쇼’에서 중국의 패션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 ‘저우 리’ 가 이번 패션쇼에 신장 면화만을 사용한 점을 밝히며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 강제 노동과 인권 유린은 거짓임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해당 패션쇼에 참여한 모델, 관객들이 신장 면화는 거짓이며 중국 공산당을 신뢰한다는 인터뷰를 남겼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탄압에 대해 해명을 넘어 강한 반발로 일관하자 세계 각국도 더 강한 제재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해당 문제는 장기화를 넘어 더 큰 의제로 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장기화 되어가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대한 논란이 세계 무역 분쟁으로 확산된다면, 당장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신장에서의 잔혹 행위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을 봤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관심사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조율하고 있고 베이징 올림픽도 계속 논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해당 발언은 미국 정부가 스포츠를 정치화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즉각 “동맹·협력국과 공동 보이콧을 논의하지 않았고 (현재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5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지난해 10월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상황에 따라선 언제든 실제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불참하는 국가가 다수 발생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의 비판 강도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중국 신장 문제를 처음으로 ‘집단학살과 반(反)인도적 범죄’로 분류했다. 유엔 인권 위원회도 성명에서 "150여 개 중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위구르족 노동자 인권탄압 의혹에 연관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라고 밝히며 해당 면화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세계의 반응에도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먼저 중국은 해당 논란이 완전히 거짓이며, 서구 문화권의 중국 때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인한 보이콧이 아닌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물건을 구매하지 않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아프리카 아동 노동,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강제 노역 등의 물건을 세계 각국이 보이콧한 경우는 더러 있었고, 대다수 해당 노동 현장이 개선되며 문제가 해결되었다. 중국 역시 2016년에 국제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기각하자 과격한 불매운동이 있긴 했지만, 결국 불매 운동을 ‘어리석은 애국’ 이라 표현하며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판결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해당 사한에 대해서만큼은 중국도 인정하고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해당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중국이 "신장·위구르 문제는 협상 사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못 박으려는 것"이라며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국 내 분열과 자국민의 공산당에 대한 불신"이라고 지적했다.

위구르족의 자치 독립 주장과 반중 심리도 문제이다. 1990년 위구르족들은 '동투르키스탄'이라는 독립 국가를 세우려다 중국 당국에 대거 체포된 바 있다. 현재 홍콩, 대만 등 자치구, 혹은 소수민족들에 대해 강한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 관점에서 현재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인정하고 국제 사회에 해당 자치구의 상황을 공개해야 할 때 다시 자치구 내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투르키스탄 독립운동’ 사건 이후 수만 명의 위구르족이 피신한 터키 정부는, 해당 논란이 쟁점화되자 "터키는 위구르족들의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시급한 문제는 지금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 노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각국 역시 중국 측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대해 개방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 제재와 보이콧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위차한 H&M 매장 모습, 출처=H&M)
(중국 베이징에 위차한 H&M 매장 모습, 출처=H&M)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활동하는 중국 국적 인플루언서까지 활용하며 ‘억울한 중국’ 여론에 더 힘을 모으는 상황이다. 당장 한국 내 중국 연예인들까지 자신들의 팬덤을 이용한 정치적 여론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신장 면화 옹호 발언 때문에 H&M과의 광고가 중단된 f(x)의 빅토리아, 신세계 면세점과의 관계가 중단된 GOT7의 잭슨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인으로서 신념을 주장한 연예인을 왜 부당하게 대우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 내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는 침묵하며 해외에서 활약하는 중국 인플루언서의 처우에만 분노하는 중국 언론의 모습은 썩 달갑지 않다.

또한, 한국도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대한 분명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넘어 위구르 면화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비판과 보이콧을 선언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한국과 한국 네티즌들도 중국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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