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공포 마케팅, 무엇이 문제일까?
도 넘은 공포 마케팅, 무엇이 문제일까?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4.22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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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정보 제공, 과도한 공포심만 자극한다면 역효과 불러

무분별한 공포 마케팅 경계하는 태도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공포’라는 감정에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무서운 영화를 보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 이외에도 우리는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공포를 마주하고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불안함, 주류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에서 오는 걱정 및 소외감 등이 모두 공포라는 감정의 스펙트럼에 포함된다. 피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이 때로는 소비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불리는 마케팅 영역에서 고객들의 공포를 소비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한 수단이 바로 ‘공포 마케팅’이다. 공포 마케팅은 부정적 상황이나 불행을 인지한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흐름이기에, 제품의 이상적인 기능을 강조하거나 장점을 부각하고자 하는 마케팅 방법과는 차별점을 보인다.

 

‘진짜’ 공포인가, ‘만들어진’ 공포인가?

공포 마케팅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 ‘안전벨트 미착용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 등의 실재하는 위험 요소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새로운 공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사실인 것처럼 수용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담뱃갑 경고 그림 / 출처: 보건복지부
담뱃갑 경고 그림 / 출처: 보건복지부

전자의 전략은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전달해야 할 목적이 있는 공익 광고에서 주로 활용된다. 검게 변해버린 폐, 누렇게 썩은 치아, 담배 연기에 코를 막고 찡그리는 아이의 모습은 담배 패키지에 부착된 사진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금연 캠페인의 일종으로, 200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부터 ‘경고그림 표시 제도’로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따라 24개월마다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를 교체하고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혐오사진과 ‘폐암 위험, 최대 26배!’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함께 배치하면서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공포 마케팅은 때에 따라서 적절한 마케팅 방안이 되기도 하지만, 마케팅 효과를 두고서는 소비자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경고그림이 비흡연자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흡연 시도를 막는 효과가 있지만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직접적인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서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 후 청소년 흡연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조사한 결과 청소년의 83.1%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겠다’고 응답했다. 201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를 받아서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흡연자 패널 4차 추적조사 실시 및 심층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흡연자 360명 중 74%가 ‘경고그림을 자세히 살펴봤다’고 응답했으나 ‘그림 때문에 담배를 피우려다 멈췄다’는 응답자는 21%에 그쳤다.

누군가에게는 공포 마케팅 수단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고 느껴져 공포를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 대신 외면하고자 하는 방어기제가 우선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도 있다. 편의점 알바생 A씨(21세)는 “담배를 사가는 손님들 중에서 담뱃갑 경고 그림 때문에 상품을 직접 고르는 경우가 늘어났다” 며 “손상된 장기 모양처럼 잔인하다고 느껴지는 사진 대신에 비교적 혐오스러운 느낌이 덜 한 사진이 붙은 담뱃갑을 고르시거나, 가끔은 교체해달라고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인위적인 공포를 사용하는 후자의 전략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요소를 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홍보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손해를 본다고 언급하면서 불안감이 곧 소비로 이어지게끔 한다. 사람들은 공포의 출처를 알아내고자 하는 욕구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탈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기업의 마케팅 상술일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공포를 주입한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구강청결제 리스테린 광고이다. 리스테린은 1879년 출시 당시에는 수술대를 소독하는 강력 세제로 사용되다가 1914년 구강 청결제로 재등장했지만, 입냄새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그러자 리스테린 측에서는 ‘입냄새로 대인관계가 악화된다’는 새로운 공포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포를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는 그럴 듯한 용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입에서 나는 냄새를 ‘구취’라는 의학 용어로 정의하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데 구취가 주는 악영향을 강조했다. 일명 ‘구취 캠페인’이라고 불린 광고에서는 ‘사람들이 뒤에서 당신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다’ 등 소비자의 수치심과 걱정을 일으키는 문구를 사용했다.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공포는 후에 리스테린의 매출을 40배 증가시켰고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1위 구강청결제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포 마케팅이 문제가 되는 지점은?

최근 들어 공포 마케팅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는 배경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상황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 전염병을 막아준다’와 같이 과장되고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광고들이 쏟아지는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면역 혹은 제거’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예방 및 치료 효과를 위주로 마케팅 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과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초조함이 소비자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되었다. 이처럼 감염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한 마케팅은 입소문을 타는 구전 효과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발빠르게 퍼져 나갔다.

출처: 남양유업
출처: 남양유업

남양유업에서는 코로나를 막아주는 불가리스라며 마케팅을 진행했고 그 효과 또한 확실하게 나타났다. 남양유업 주가는 8% 급등했으며 마트에서도 불가리스가 품절 사태에 이르는 등 단기 판매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곧 불가리스의 효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의 현직 임원은 항바이러스 시험 결과, 불가리스의 바이러스 저감률이 77.78%에 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동물실험이나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결과였다.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를 두고서만 진행한 실험 결과를 전체 제품군에 적용했다는 문제도 있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며 21일 기준으로 서울경찰청이 금융범죄수사대에게 사건을 배당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냉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서는 “선을 넘은 마케팅 방법이었다”, “소비자를 우롱했으니 마땅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반응과 함께 불매운동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허위 정보와 공포 마케팅의 만남은 이전부터 교묘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습기 판매 업체에서 상품 소개 글에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과 같은 설명을 첨부하거나 메르스 때도 병원에서 사용하면서 효과를 봤다는 목걸이라고 홍보하는 등 소비자들이 사실 유무 판단보다는 거짓 효능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한 때 네이버 카페에서 “코로나 목걸이라고 남편이 찾아오더니 사자고 하네요. 1미터 이내에 차단막이 형성된다고 하는데 써보신 분 있으신가요?” 등의 문의가 올라오면서 화제를 모았던 ‘이산화염소 목걸이’는 착용하기만 해도 바이러스 제거가 가능하다는 효과를 강조했다. 충격적이게도 이산화염소는 현재 환경부 화학물질정보시스템에 유독물질로 등재되어 있는 오히려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도경현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차단 목걸이라고 판매하는 제품은 흡입독성물질인 이산화염소 때문에 밀폐공간에서 고농도 사용 시 중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광고 / 출처: 유튜브 광고 영상 캡쳐
2011년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광고 / 출처: 유튜브 광고 영상 캡쳐

과도한 공포심만 자극하다가 오히려 광고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만을 남기는 부작용 사례도 존재한다. 2011년 현대자동차는 앞 좌석에는 양옆으로 2개의 문이 있고 뒷좌석에는 오른쪽 문 1개만 달린 비대칭 3도어 세단 벨로스터를 발표했다. 온라인 바이럴 광고에서는 일반 자동차에서 내리던 여성이 도로 방향으로 내리게 되면서 자동차에 치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반면, 벨로스터는 좌측 문이 없는 독특한 구조 덕분에 오른쪽 문으로 내려서 도로에 치이는 사고를 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다른 경쟁사 차량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광고의 주된 메시지는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이외의 차량 탑승자는 하차 시에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였지만 위협 요소가 너무 자극적인 나머지 상품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기 보다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광고로 평가받았다. 현대차 측에서는 유럽 법인에서 제작한 공식 TV 광고가 아니라 네덜란드 딜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광고 영상임을 밝히면서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공포 마케팅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할 부분은 공포 마케팅 자체가 잘못된 마케팅 기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것은 공포 마케팅이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오용되거나 단지 소비자를 속이면서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우선, 공포의 원인으로 사용되는 요소에 대한 사실 확인을 담당하는 감시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공포 마케팅의 피해 사례에 대한 대응 중 하나로, 한국소비자원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코로나19 관련 부당광고를 점검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으로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 코로나19 차단 효과를 거짓으로 홍보한 53개 광고 건 중 40건을 시정했다. 또한, 소비자 포털 ‘행복드림’을 통해 ‘코로나19 팩트체크’ 등을 제공하면서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나아가 공포 마케팅을 활용한 업체는 소비자에게 공포를 각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확실한 해결방안이 되어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공포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조성하고 마땅한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결국엔 허위 및 과장 광고를 한 업체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이익만을 위하는 과도한 공포 마케팅을 지양하고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현명한 마케팅 기법으로 발전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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