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스트라이크존 논란
심판승강제실시부터 로봇심판 도입까지 논의 중
그럼에도 팬들과 선수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지난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중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두산 베어스의 7회 초 공격, 1사 2, 3루의 찬스에서 박건우는 롯데 김대우와 3-2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루킹 삼진을 당했다. 박건우는 볼넷으로 생각했으나 오훈규 주심의 콜은 삼진이었다. 이에 박건우는 타석에 서서 오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는 7회 말로 넘어가는 이닝 교체 시간에도 이어졌다. 결국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선발 출장한 박건우를 국해성으로 교체했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 경기에서도 9회 말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일찍 퇴근을 하려고 스트라이크 콜을 하는 것 아니냐'라는 '퇴근콜'논란이 있었다. 매년, 매번 반복되는 스트라이크 오심이 2021 KBO 시즌이 개막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심판 고유의 권한?
스트라이크존 오심 논란이 나올 때마다 심판과 일부 중계방송 해설 위원들이 하는 말이다. KBO 2021 공식 야구규칙에는 심판의 의무과 권리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실제로 규칙에 나와 있는 권한과 재정은 막강했다. 8조 1항 '심판원의 자격 및 권한'의 (c) 항목에는 '각 심판원은 선수, 코치, 감독 또는 교체 선수가 재정(일의 옳고 그름을 따져서 결정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취하였을 경우 출전 자격을 박탈하고 경기장 밖으로 퇴장시킬 권한이 있다. 심판원이 플레이가 진행되는 도중에 자격을 박탈하였을 경우 그 플레이가 종료된 후 비로소 자격 박탈의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나와있다.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얼마든지 퇴장을 선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8조 2항 '심판원의 재정' (a) 항목에는 '타구가 페어이냐 파울이냐, 투구가 스트라이크이냐 볼이냐, 또는 주자가 아웃이냐 세이프이냐 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교체 선수는 그 재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심판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을 못 박아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역시 엄연히 홈플레이트에 기반한 야구규칙으로 존재한다. 공식 야구규칙 '용어의 정의 73번'의 내용에 따르면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베이스 상공. 스트라이크 존은 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타격 자세)의 따라 결정'이라 기술되어 있다. 선수의 신장에 따라 상, 하한선이 바뀌지만 좌우는 홈플레이트 기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옆으로 빠지는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의구심이 늘 수밖에 없었다. 팬들과 누리꾼들은 '** 팀한테 돈 받았냐', '심판 매수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심판이 되기 위한 자격은?
계속되는 오심에 팬들은 심판의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심판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팬들의 입장에선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 심판이 되기 위해선 생각보다 깐깐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야구 심판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설 리그나 KBO 프로 리그의 심판이 되기 위해선 야구 심판 교육이 필수다. KBO에서 주관하는 명지대KBO야구심판학교부터 (사)한국야구소프트볼심판아카데미까지 사설 리그 자체 프로그램까지 합쳐 다양한 방식이 있다. 사설 리그 자체 프로그램의 경우 해당 리그에서만 활동할 수 있어 심판 지망생들은 KBO 주관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선수 출신(이하 선출)과 비선수 출신(이하 비선출) 모두 심판학교의 고급과정을 수료하여 전문가들로부터 선택되어야 심판이 될 수 있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있지만 비선출이 프로 리그에서 활동한 경우는 아직 없다. 대부분 선출들이 현재 프로 리그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선 전문가들이 선출과 비선출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대부분 리그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들보다 선출 심판들이 선배이기 때문에 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위 말하는 '꼰대'가 아니냐는 것이다.
오심에 대한 대책은?
KBO는 반복되는 오심으로 인한 리그와 심판 명예 실추 회복을 위해 2017년 심판승강제도 실시를 발표했다. 2018년에 심판승강제를 시작, 2020년에는 더욱 강화되었다. 심판에 대한 고과 평가를 기준으로 KBO 1군 리그 심판이 2년 연속 하위 그룹에 포함될 경우 해당 심판을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로 강등시키고, 해당 심판이 2년 안에 승격되지 못할 경우 퇴출시켰다.
2020년부터는 더욱 강화된 심판승강제가 실시되었다. 시즌 종료 후 실시되는 고과 평가를 통해 매년 최하위 1명을 리그로 강등시키고, 2년 연속 최하위 3명 포함 시 퓨처스리그 강등이었던 이전 제도와 달리 2년 연속 최하위 5명에 포함될 경우 퓨처스리그로 강등시키기로 했다. 이에 연봉 삭감 역시 추가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KBO 심판으로서 리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거나 빈번한 오심으로 제재를 받은 경우에도 강등 및 삭감 대상이 된다.
또한 비디어판독센터에 배정된 심판이 오독을 할 경우 고과 평가 감점을 강화하고, 매년 평가 결과에 따라 상위 20위에 포함되지 못하는 심판의 경우 해당 연고 포스트시즌 경기 배정에서 제외된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논란이 될 만한 판정들이 해결되고 있고, 또 비디오 판독 과정에서의 오독도 줄일 수 있겠지만 스트라이크존 판정은 비디오 판독에 해당되지 않는다.
로봇 심판을 도입하라는 목소리도 매번 커지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산하 독립리그를 통해 머저 시험적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도 KBO에서 로봇 심판 운영업체를 모집하여 2020년부터 2군 퓨처스 리그에서 시범운영하였다. LG 트윈스 2군 구장과 NC 다이노스 2군 구장에서 운영되었다.
로봇 심판 판정은 데이터 기계가 투수가 던진 공이 존을 통과했을 경우와 아닌 경우의 판정을 통해 나온다. 자동으로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를 판정한다. 주심은 이를 이어폰으로 전달받고 콜을 한다. 이때 11.5초의 시간이 걸린다. 짧은 시간 같지만 매 투구마다 시간이 걸린다면 경기 진행 속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로봇 심판이라고 모두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한 좌우폭은 잘 맞춰도 상하폭은 선수마다 다르기 때문에 매번 세세한 설정이 어렵다. 시간과 기술의 제약이 로봇 심판 도입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아예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당시 KBO와 심판진들은 타고투저(타자는 높고 투수는 낮다는 의미로, 야구에서 타자가 투수보다 강세를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완화와 국제 대회 경쟁력을 위해 스트라이크존 상하폭을 늘리고자 했지만 시즌이 진행되며 점차 줄어들어 사라졌다. 좌우폭은 홈플레이트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상하폭은 재량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늘려 오심을 늘리자는 주장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상하폭을 늘려도 그 위를 벗어나는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판정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오심은 경기의 일부가 아니다
KBO 허운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 존은 구심(포수 뒤에서 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고 시합의 진행을 전체적으로 담당하는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말했다. "자신감 있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면 되는데 계속 자신감이 떨어지면 존이 줄어든다. 규정보다 존이 줄어들면 투수들의 투구 개수가 늘어나 경기가 늘어진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또한 "소신껏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중계방송에서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소극적인 태도로 이어지는 듯싶다"라고 덧붙이며 구심을 포함한 심판진들의 자신감 있는 판정을 기대했다.
하지만 자신감이 떨어져서 스트라이크 존이 줄어든다는 것은 심판의 자질을 의심케 할만한 주장이다. 아무리 자신감이 떨어진다 한들 고급 심판 교육과정을 거쳐 선발된, 그것도 선수 출신으로 타석에 서보기도, 공을 던져보기도 했던 전문가들이 자신의 컨디션으로 올바른 판정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트라이크존은 엄연히 공정한 경기를 위해 지켜져야 할 야구 규칙이다.
규정보다 존이 줄어들어 투수들의 투구 개수가 늘어나 경기가 늘어진다는 주장 역시 팬들에겐 받아들이기 어렵다. 투구 개수가 늘어나 경기가 늘어지는 결정적 순간에 나오는 오심으로 승패가 좌우되는 만큼 정확한 판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이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팬들의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심판진이 선수들의 기량 확보와 공정한 리그 운영, 심판진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권한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충분한 자격과 공정성으로 경기를 운영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