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교복,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변화하는 교복, 그 속에 담긴 의미는?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4.28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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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핏’과 라인 강조하는 교복에 불편함 호소

‘생활복’, ‘젠더리스 교복’ 등 변화의 움직임 등장

편한 교복은 단정한 교복의 반대라는 편견 버려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교복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많은 옷이다. 우리나라 교복의 역사는 무려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6년 이화학당에서 한복 스타일 다홍색 치마저고리 교복을 입기 시작했고 1898년 배재학당의 검정 양복 스타일 당복이 남학생 교복의 시초였다. 1907년 숙명여학교가 처음으로 자주색 원피스로 된 서양식 교복을 도입했으며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여학생은 ‘몸뻬’라고 불리던 일본식 여성 작업복 바지, 남학생은 국방색 교복을 입던 시절을 지나왔다.

지금처럼 학교별로 특징이 구분되던 교복이 아니라, 1968년 문교부의 중학교 평준화 시책에 따라 서울 시내 모든 학교가 통일된 교복을 입던 때도 있었다. 여학생의 하복 교복은 흰색 윙칼라 블라우스에 검정 치마, 동복은 검정으로 통일된 상·하의였고, 남학생은 검정 스탠드 칼라 동복과 회색 하복을 주로 입었다.

1982년 두발 자율화와 함께 획일화된 교복 지정을 금지하는 교복 자율화 방침이 발표되면서 대략 3년동안 자율 복장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후에 자율 복장이 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주고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부작용이 언급되면서 학교의 재량에 따라서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 교복이 도입되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복은 시대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복장이었지만 이제껏 학생들이 결정 주체로서 목소리를 낸 경우는 드물었다. 교복에 익숙해진 10대들은 같은 옷을 입은 학생들 사이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자라왔지만 기성세대가 말하는 단정함 이면에 존재하는 ‘불편함’에 대해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색어를 ‘편한 교복’으로 설정한 결과, 28일 기준으로 92개의 청원 글이 존재했으며 청원 작성자의 대부분은 학생이었다. “불편한 교복을 개선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작성한 중학생은 남학생과 여학생 교복의 단점, 비싼 가격과 애매한 착용기간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어른은 모른척하는 교복의 불편함”,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의 편한 학교생활을 위해 교복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라는 게시물 모두 교복이 활동하기에 불편한 복장이라는 지적과 함께 학생의 자율권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편안한 교복 도입’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교복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6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제2기 교육감 선거 공약에 ‘편안한 교복 도입’을 포함시켰고 그 해 7월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부에 ‘편한 교복’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에서는 학생토론회 및 시민참여단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편안한 교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교복 결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50% 이상 반영해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패션’이라는 명목 하에 불편함을 겪어온 학생들

교복의 변화 양상은 교복 브랜드의 광고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교복 브랜드 업체들은 라인을 살려주고 다이어트 효과를 준다는 문구와 함께 ‘아이돌 패션’과 같은 교복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남학생 교복의 바지 통은 좁아졌고 여학생 교복은 아동복보다 작은 사이즈로 나온다는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교복 업체 측은 “통 넓은 힙합 스타일을 선호하던 시기를 지나서 2014년부터는 ‘슬림 핏’을 선호하는 유행이 시작되었고 시기에 맞는 상품을 내놓게 되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2015년 당시 서울의 한 남자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A씨(24세)는 “그 당시에는 좁은 바지통이 당연한 유행이라고 생각했고 교복은 불편해도 감수하면서 입어야 하는 옷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은 교복은 편해야 하는 옷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아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교복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판 코르셋’이라고 불릴 법한 광고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에 있었다. 2015년 스쿨룩스 브랜드는 ‘날씬함으로 한판 붙자!’는 글귀와 함께 ‘스커트로 깎아라! 쉐딩 스커트’, ‘재킷으로 조여라! 코르셋 재킷’처럼 날씬한 라인을 강조하는 제품을 홍보했다. 해당 광고가 시행된 당시에도 교복의 기능성보다는 잘못된 미적 기준을 주입하는 광고라는 비판이 있었고 스쿨룩스 측은 “학생들의 건강을 저해하고, 신체적인 부분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엘리트 브랜드는 2014년 광고에서 밑단을 모아주면서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V라인’ 스커트와 완벽한 슬림핏을 구현해준다는 ‘스키니 팬츠’로 일명 ‘훈남훈녀’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불편한 교복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학생들이 자의적으로 교복을 줄여 입지 않더라도 사이즈가 작게 나오거나 속옷이 비치는 재질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을 억압하는 또 다른 교칙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0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 건설위 부위원장에 의하면 서울시 관내 중학교 44개 중 9개교, 고등학교 85개교 중 22개교에서 속옷 규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존에 속옷 규정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 학생 인권조례’에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개정 조례안에서는 해당 규칙이 삭제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복 블라우스 안에는 흰색 속옷을 갖추어 입는다’ 등의 규정은 몸에 딱 붙고 얇은 재질의 하복 상의 때문에 안에 반팔을 입거나 속옷이 비칠까 고민하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네티즌들은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비판과 함께 “아직도 이런 규칙이 존재하는 게 놀랍다”, “학생 탓으로 돌리지 말고 편안한 옷으로 교복을 바꾸는 것이 옳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편한 교복’을 위해 꾀하고 있는 변화는?

학생들이 입고 생활하기에 편리한 교복이야 말로 가장 실용적인 옷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편한 교복’에 관심을 갖는 학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활복’이라는 용어와 함께 입기 쉬운 티셔츠 형태의 하복, 후드 집업, 야구 점퍼 스타일의 캐주얼 교복이 등장했다. 일찌감치 서울 목동 한가람 고등학교에서는 2006년부터 반바지와 티셔츠를 교복으로 도입한 적이 있으며, 2012년에는 후드 티셔츠도 추가하는 등 편한 교복 선두주자로 달려왔다. 서울 반포고등학교에서는 2017년부터 학생회와 학교 간의 협의를 거쳐 학교 로고가 달린 후드 점퍼를 제작했으며, 불편한 교복 재킷 대신에 학교 점퍼를 입고 등교하는 것을 허락하겠다고 교칙을 수정하였다. 생활복을 허용한 학교의 재학생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B양(14세)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갈 일이 많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반 교복을 입으면 금세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며 “특히나 땀 흘릴 일이 많은 여름철에 생활복이 톡톡한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몸매 보정용’ 교복 제작에 힘을 쏟던 교복 업체들도 이제는 보온성이나 체형에 맞춘 교복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이비클럽은 2021년 신학기 상품에서 학생복 업체 최초로 활동성이 좋도록 잘 늘어나는 ‘4방 파워 스트레치’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2019년 엘리트에서는 허리 사이즈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3차원 버튼 슬라이드’와 겨울철 보온성을 위해서 발열 기능을 개선한 ‘방열 안감’을 선보였다. 직접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교복이라고 해도 사이즈 선택 폭이 한정적이고 성장기 학생들이 금방 교복 사이즈를 바꾸어야 하는 고충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활동성을 높은 교복과 더불어 학생들의 성별과 무관하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하는 ‘젠더리스’ 교복도 등장했다. 편한 교복을 고를 수 있는 자율권과 함께 바지와 치마 중 원하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젠더리스’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구분을 없앤 개념으로 젠더리스 교복이라고 하면 ‘남자다운 옷’, ‘여자다운 옷’을 구분 짓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학교 안에서 여학생들이 교복 바지를 입는 일이 보기 드문 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 2019년 스쿨룩스가 광고 모델 아이즈원에게 교복 바지를 입힌 것은 교복 업계에서 파격적인 시도라고 불렸다.

해외에서도 젠더리스 교복을 도입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지바(千葉)현의 한 시립 중학교는 2018년에 여학생용 세일러 카라 교복과 라인을 강조한 재킷을 없애고 학생의 선택에 따라 바지와 스커트 교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학부모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2016년부터 120여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젠더리스 교복을 채택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교육부 측에서 여학생들에게도 교복 바지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끔 권고한 시점은 2000년부터로 늦은 시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간혹 몇몇 학교에서 ‘교복 바지를 입으려면 특별한 사유를 제출해라’ 등의 교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실효성 있는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교복을 입는 주체인 ‘학생’을 위한 고민이 필요

최근 들어 교복에 대한 논의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비율이 전보다 증가한 추세지만, 교칙이라는 틀 안에서 다시금 학생들의 자율권을 해치지 않으려면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편안함’을 찾아가고자 하는 논의가 지속되어야 한다.

지난 16일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 한복교복 보급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추가로 25개 중∙고등학교에 한복교복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복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기존 교복보다 세탁이 쉽고 통풍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내세운 만큼 긍정적인 취지에 공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섣부른 도입이 될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교육정책에 학생들의 의견을 우선 반영해주세요” 라는 제목의 청원에서는 학생들의 의견도 없이 추진한다면 또 다른 ‘강요’일 뿐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간혹 기성세대는 편한 교복이 학교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주장과 함께 단정한 교복을 입고 올바른 질서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과연 단정한 교복이란 무엇이며, 그에 부합하는 정확한 정의는 존재하는 것일까? ‘학생다운 단정함’을 요구하는 어른들과 ‘불편하지만 보기 좋게 꾸며진 교복’을 홍보하던 과거 교복 업체 사이에서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교복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교복을 변화하게 하는 사회의 흐름과 학생들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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