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 22년만에 제정... 실효성 있을까?
스토킹 처벌법, 22년만에 제정... 실효성 있을까?
  • 김지환 기자
  • 승인 2021.05.06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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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범죄로 처벌되던 스토킹 범죄, 22년만에 제정

오프라인과 더불어 온라인 스토킹의 심각성도 대두되고 있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지난 3월 25일 스토킹으로 인한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다. 아직까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일명 '김태현 사건(노원 세모녀 살인사건)'이다. 피의자 김태현은 피해자 중 큰딸 A씨를 게임에서 알게 됐다. 온라인 만남 속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실제로 현실에서 만난 건 세 차례가 전부다. A씨의 지인들은 김태현이 지난 1월부터 지속적으로 원하지 않는 연락을 하고, 여러 차례 A씨의 자택에 찾아가는 등 스토킹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A씨는 직접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지만, 김태현의 진술에 따르면 A씨의 사진에서 택배 상자에 붙어있던 정보를 발견하여 주소를 알아냈다고 한다. 김태현은 A씨가 자신을 등한시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였다. 살해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다른 아이디로 A씨에게 채팅을 걸어 A씨의 업무 시간대를 알아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 또한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2년만에 스토킹 처벌법을 제정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3일 국무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 등의 법률시행령대통령 등을 심의·의결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접근·따라다니기, 주거지·직장 등에서 기다리기, 연락, 물건 보내기 등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야기하는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절차와 가해자 처벌 사항을 정하고 있다. 제정된 처벌법은 올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되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경범죄로 분류되었던 스토킹, 매우 낮은 처벌 강도와 더불어 처벌 받지 않은 경우도 많아

현재까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은 어땠을까. 스토킹범죄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건 2021년 3월 24일의 일이다. 훨씬 이전인 1999년에 처음 발의되었으나 지속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스토킹은 경범죄 처벌법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료 또는 과료'에 그치기만 했다. 여기서 법안에 정의된 '지속적 괴롭힘'이란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이다.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것은 처벌 강도가 굉장히 낮다는 것이다. 경범죄로 구분되기 때문에 최대 10만원의 벌금이라는 제한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해 검거 건수 당 평균 벌금액은 9만 4천여원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먼저 접근을 시도하거나 면회 또는 규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행위가 없으면 처벌받지 못한다. 그리고 직접적인 행위를 제외하고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 간접적인 행위 역시 입증하지 못한다면 처벌할 수 없다. 스토킹과 함께 발생하는 범죄로 집에 무단으로 들어오거나, 성적 수치심을 불러오는 성범죄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직접적인 행위가 있었을 때 가중처벌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경범죄로 처벌되는 한계에서 판결이 내려졌다. 

범칙금에 그쳐 처벌을 아예 받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4월 25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스토킹 범죄 112신고 건수는 4515건이다. 이 중 처벌 받은 건수는 총 488건뿐이었다. 게다가 전체 신고 건수의 89.2%에 해당하는 4027건은 대부분 현장에서 사건이 종결됐다.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입건한 사례는 대부분 스토킹 외에도 주거침입이나 폭행·협박 등 추가 혐의를 받은 경우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피해자에게 스토킹 고소 절차를 안내하는 방식 등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스토킹 했을 경우, 최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그렇다면 이번에 제정되는 스토킹 처벌법은 어떤 법일까. 법안은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직장·학교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물건·글·말·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중 하나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했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가 스토킹행위에 대해 신고를 하면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거나, 처벌을 경고하고, 피해자와 스토킹 행위자를 분리한 범죄 수사 등을 해야 한다. 만약 스토킹행위가 도를 지나쳐 스토킹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져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경찰이 직권 또는 스토킹 행위자에게 피해자 또는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기본법 상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경찰은 긴급응급조치에 대해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후승인을 청구할 것을 신청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지방법원 판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법원은 검사의 청구에 따라 스토킹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스토킹행위자에 대해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조치도 취할 수 있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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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커져

① 면식범에 의해 다수 발생하는 스토킹, '반의사불벌' 조항 이대로 괜찮은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많이 가중되었고, 경찰이 스토킹 행위자를 좀 더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법안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실효성 방면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장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은 스토킹 처벌법에 포함된 '반의사불벌' 조항이다. 스토킹 처벌법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힐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다. 스토킹은 대체적으로 면식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 KBS 공영 미디어 연구소가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로 할당한 후 무작위로 추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11.1%가 '그렇다'고 답했다. 가까운 주변 사람 중에 스토킹을 당한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27.1%를 차지했다.

또한 같은 단체에서 이미 발생된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가해자는 대부분 전에 교제했던, 혹은 현재 교제하고 있는 이성친구이거나 전또는 현재 배우자인 경우였다. 스토킹 범죄자의 대부분이 피해자와 평소 아는 사이, 이른바 면식범이라는 점에서 스토킹 범죄자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거나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다. 주소를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처벌이 내려진다 해도 처벌 기간이 다 지났을 경우에는 어떤 보복을 당할지 두려워할 수 있는 것이다. 

 

② 온라인 스토킹 처벌에 대한 실효성 아직 부족해 

또한 오프라인 스토킹보다 온라인 스토킹이 더 늘고 있는 시점에도 온라인에서 행해진 가해 사실을 여전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는 지난 3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뢰로 <온라인 스토킹의 실태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썼다. 이 보고서는 올해 1~2월 20대 여성 9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인식과 피해 실태 등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실시한 결과물이다. 온라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 결과, 20대 여성 응답자 903명 중 715명(79.2%)이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은 대부분 스토킹처벌법 테두리를 벗어난 것들이었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하기(56.8%) △사생활 캐내기(56.4%) △원치 않는 글·이미지 전송하기(54%) 등의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알 수 없는 이들이 에스엔에스 계정이나 메신저 프로필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캐내고, 원치 않는 글과 이미지를 보내는 일이 그만큼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를 이용해 당사자 사칭(18.1%) △다른 범죄에 개인정보 이용(14.6%) △개인정보를 유포해 제삼자 범행 부추김(7.5%)와 같은 피해 사례가 존재했다. 이는 다른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 더 심각하다. 실제로 20대 여성 응답자의 13.9%가 온라인 스토킹이 다른 온·오프라인 가해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심층면접(FGI)에 응한 피해자들은 온라인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자신의 얼굴사진을 유포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온라인 스토킹은 디지털 성범죄처럼 1회의 가해 행위만으로도 그 피해는 반영구적이 된다는 점이 매우 위협적”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스토킹의 심각성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같은 조사에서 20대 피해 여성들에게 주된 가해자는 누구인지 물었더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응답이 31.5%, ‘가해자를 알지 못한다’는 응답이 19%에 이르렀다. 오프라인 스토킹에 비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다. 물리적인 폭력을 동반하는 오프라인 스토킹보다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인식이 아직 사회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벌도 미미하다. 처벌을 위해 수사기관에 찾아갔을 경우 온라인 스토킹이 대부분 이뤄지는 SNS나 메신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추적하기 어려워 힘들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이번 법안에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물건·글·말·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가 들어있기 하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범죄 중에 '개인정보를 이용해 당사자를 사칭하기', 개인정보를 유포해 제삼자 범행 부추김'과 같은 경우에는 이 범주 안에 해당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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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지속성이 있어야만 스토킹? 일회성 스토킹도 존재해 

이번 제정되는 법안에서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한 편에선 일회성 스토킹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 가해자는 들켰을 때 처음(일회성)이라고 주장하고 피해자도 처음 알았을 수 있지만 사전에 스토킹 행위를 여러번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성범죄자는 주로 자신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불특정 다수를 쫓아간다"며 "성폭력처벌법에 스토킹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을 둬야 한다"고 했다. 또한 3월 24일 한국여성의전화는 성명문을 통해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주장했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더라도 경고나 분리를 통한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있지만, 범죄가 되기 위해선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인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게 논란인 상황이다. 한 번의 스토킹 행위라고 해도 충분히 피해자 입장에서는 위협을 느낄 수 있지만, 가해자가 형량을 받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9년 5월에 발생한 '신림동 원룸 사건'의 경우, 일회성 스토킹도 처벌이 가능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30대 남성 조 모씨가 서울 신림동의 한 빌라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던 여성을 뒤쫓아 침입을 시도한 일이다. 공개된 CCTV 영상에 따르면 빌라에 도착하기 이전 골목에부터 조 씨가 해당 여성을 따라가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었으며, 집 안으로 따라들어가는데 실패한 이후에는 계단에서 잠복하고 있는다거나, 손전등으로 도어락을 비춰보며 비밀번호를 알아내려는 듯한 모습까지 확인되었다. 또한 10분 동안 문 앞에 서서 피해자에게 문을 열 것을 협박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은 지속적으로 가해자가 스토킹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회성 스토킹의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토킹은 더 이상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아니다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짝사랑하는 상대방에게 집착과도 비슷한 열렬한 구애를 하는 상황을 뜻하기도 했다. 과거에 스토킹이 경범죄로 여겨질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다른 방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를 위해 집에 찾아가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원치 않는 선물을 품에 안기는 행동은 조금 더 열정적인 구애로 여겨졌다. 누군가는 이것을 '순정'이라 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고, 불쾌하게 여기는 일들은 사랑 표현이 아니라 스토킹이라 칭한다. 자신의 의사와 관련없는 누군가의 집착과 괴롭힘은 한 사람과 그 가족들의 일상을 무참히 파괴한다. 

우리는 이미 스토킹으로 시작된 다양한 범죄 사건을 목격하고, 함께 분노했다. 범인이 위층에 사는 피해자를 반년 이상 스토킹하다 끝내 방화와 살인을 저지른 '진주 방화 살인사건', 이혼 후 몇 년간 이어진 전처에 대한 스토킹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그리고 얼마 전에 발생한 '김태현 사건'까지. 많은 피해자를 잃은 뒤에야 스토킹 처벌법이 드디어 제정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법안이 제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뉴스의 헤드라인, "스토킹 끝에 결국..." 이 사건들을 멈추기 위해선 좀 더 현실과 맞닿은 실효성있는 법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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