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이 부족한 현대인, ‘N잡러’를 꿈꾸는 이유는?
24시간이 부족한 현대인, ‘N잡러’를 꿈꾸는 이유는?
  • 김규리 기자
  • 승인 2021.05.10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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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2명 중 1명, 'N잡러'

불안한 미래 속 수익 증대를 위해

여러 일을 통해 자아실현할 수 있어 인기

'대박'을 노리고 시작하면 안돼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규리 기자 =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 최근 본업 외 다양한 활동을 통해 월수입을 늘리는 'N잡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N잡러는 여러 수를 의미하는 N과 잡(job), ~하는 사람이라는 영어 표현(er) 이 한데 붙은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7년차 직장인이지만 작가, 크리에이터, 일러스트레이터, 강사, 디자이너로 연봉을 뛰어넘는 부수입을 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취미로 시작한 다이빙에 푹 빠져 프리다이빙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회계사도 있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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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지난 4월 7일부터 12일까지 성인남녀 2,118명을 대상으로 부업 유무에 대한 모바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2명 중 1명이 현재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 및 아르바이트 생활 등 본업과 병행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 47.4%가 '부업을 하고 있다'라며 6개월 전과 비교해 17%P가량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불안한 현실 속 수익 증대를 위해 부업 선택해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직장인의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모두가 그 시간에 마냥 놀지는 않는다"라며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퇴직과 퇴사가 빨라지면서 이후의 삶에 대비해 직장인들이 N잡러를 자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신한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0'에 따르면 2019년 투잡족은 10.2%로 2018년(8.1%)보다 1.3배 늘어났으며, 전문가들은 불안한 직장생활, 부업을 갖기가 수월해진 시대 상황 등이 N잡러가 많아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장인 A(35)씨는 "비정규직이라서 직장 다니는 월급으로는 생활이 너무 빠듯하고 항상 뭘 해야할지 고민이다"며 "직장 다니면서 학원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영상편집 배우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임금이 줄어들거나 휴직 상태이던 사람들이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오픈마켓을 이용해 판매직을 병행하는 것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수가 전분기 대비 3만 명 증가해 약 38만 명이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는 간편한 입점 절차만 거치면 바로 쇼핑몰을 만들 수 있고 상품 등록 후 바로 제품 판매가 가능하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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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본인 소유의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활용해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주말 또는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부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더불어 셀프빨래방 등 무인점포도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빨래방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인건비나 매장 관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높은 수익률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창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고 밝혔다. 

 

평생 일해도 월세와 전세 왔다갔다해

종합부동산포털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2013년 서울 아파트는 3.3㎡(1평)당 평균 1,624만원이었지만, 지난해 6월 19일 기준으로는 3,017만원으로 큰 증가율을 보였다. 이코노미 조선에 따르면 같은 기간 대기업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3,712만원에서 4,118만원으로 올랐으며, 단순 계산시 대기업 신입 사원이 1년 연봉을 모두 모으면 2013년에는 아파트 약 7.5㎡(2.26평)를 살 정도였지만, 2020년에는 연봉으로 사들일 수 있는 규모가 4.5㎡(1.36평)로 줄었다. 월급만으로는 평생을 일해도 집 장만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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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만큼 월급을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생활비나 여러 목적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더욱 돈 모으기는 어렵다. 직장인 B씨(37)는 "직장 열심히 다니면서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까지 하면 언젠가 집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15억~20억하는 아파트 매매가 보면 쉽지않다"라며 "연봉 1억인 사람이 세후 월 수령액이 670만원 정도라고 할 때 아껴써서 1년에 6천 만원을 벌 수 있고 30년을 꼬박 모아야 내 집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집 값은 계속 오르고 월급은 많이 오르지 않는 현 사회에서 월급만으로는 열심히 아껴 모아도 집 장만하기 어려우니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계속 새로운 일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실제로 취업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청년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안한 시장과 부족한 월급은 사람들에게 "금수저가 아니면 N잡은 필수다"라고 말한다. 

 

자아실현 향한 첫걸음, 꿈 찾아 나서기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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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돈을 쫓아 N잡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취미로 한 활동이 본업보다 더 중시되고 수입이 많아지면서 다른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방영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SBS 스페셜'에서는 경제적 목적과는 다른 이유로 N잡을 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담았다. 한 전자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은 평소 관심 있었던 그림 그리기와 테니스를 연관지어 직접 그린 테니스 선수 얼굴이 담긴 옷을 만들어 입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판매 문의가 쇄도해 꾸준히 부가 수입을 얻고 있다.

의사 3명이 모여 재미있고 쉬운 의학정보를 나누기 위해 만든 채널은 어느덧 67만명을 기록했고, 진행자 세 명 모두 의사와 크리에이터라는 부업을 하는 'N잡러'이다. 특히 그중 웹소설 작가이기도 한 이낙준 씨는 본업인 '의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최근 외상외과 전문의가 중증외상센터를 되살리는 의학소설을 썼다. 누적 다운로드 수 1,700만을 넘겼고 웹툰으로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그는 지난해 <앙쥬> 매거진에서의 인터뷰에서 "의학소설을 쓰게 되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의학 정보나 의사들의 실제 모습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정보를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C씨(32)는 현장직 일을 하면서도 크리에이터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출근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식사 시간 2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일한다. 이후 집에 돌아와 씻고 방송을 킨다. 그는 "방송을 하기 전에는 퇴근 후에 유튜브를 보면서 무의미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는데, 방송을 하고부터는 그래도 좀 더 의미있게 하루를 마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고 밝혔다.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어떤 것을 직업으로 삼을지 고민한다. 취업하기에는 이 분야가 더 편해서, 더 멋져보여서 선택했지만, 정작 좋아하는 일이 아닐 때 갈등이 생긴다. 그러한 고민과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N잡'이다.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직업을 하며 본인에게 맞도록 24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면 'N잡'이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이른 은퇴 꿈꾸는 파이어족 늘어나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의 등장도 N잡러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로,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회사 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은퇴 자금을 마련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가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자라온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이 주축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30 직장인 7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본인이 파이어족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27.4%가 '그렇다'고 답했다. 장기적인 저성장 고용과 노후에 대한 불안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생긴 라이프 스타일이다. 이들은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벌고 조금 덜 쓰고 덜 먹고 지출을 최대한 줄여 경제적 자유를 이룬 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따라서 'N잡'을 통해 많은 수익을 벌어 빠른 은퇴를 하겠다는 파이어족도 늘어나고 있다. 

 

노동법, 소득신고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힐 수 있어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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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경제에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적응으로 부업이나 창업을 하는 것은 성취감을 주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두 가지를 다 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부업으로 '대박'을 노리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N잡러에 도전했던 사람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신상 노출의 위험이 있어 유튜브는 하지 않고 스마트 스토어는 판매 물품 선정부터 어려우며, 블로그나 SNS는 계속 앉아 글을 쓰는 것이 힘들다. 오히려 N잡러 성공 사례를 보며 '나는 왜 실패할까?' 등의 실망감과 함께 실천의지가 사라질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법적인 문제도 있다. 최석환 명지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는 2019년 '노동법연구'에서 "한 사람이 다수의 계약을 통해 다수의 노무를 제공하는 멀티잡 종사의 현상은, 보다 많은 소득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든, 다양한 업무 수행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든, 노동법상 여러 문제를 내포한다"라며 "근로자의 건강 보호 요청과 자기결정권의 충돌, 근로자의 직업 수행의 자유나 사생활의 자유와 사용자의 재산권 및 기업운영을 위한 여러 요청 사이의 충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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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은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회사와 근로계약에 위배될 경우 징계 또는 해고 사유가 될수도 있다. 본업에 소홀해질수도 있고 회사의 기술이나 기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브이로그를 촬영하던 아르바이트생들에 의해 프랜차이즈 카페 레시피가 노출이 되었던 적이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영업방침이나 음료의 레시피가 회사의 귀중한 자산이기에 계약위반으로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당할 수도 있고 심하면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더불어 N잡러로 일하며 소득이 발생하면 별도의 소득 신고가 필요하다. 종합 소득세는 개인이 1년간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종합적인 소득에 대해 납부하는 세금이다. 자영업자는 물론 회사에서 받는 근로소득 외에 N잡으로 인해 추가 소득을 얻은 사람, 급여의 3.3% 세금이 차감되는 프리랜서 및 아르바이트생 등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이다. 사업 소득으로 매출이 발생하면 금액에 관계없이 신고할 의무가 있으며, 일반 사업소득자와 마찬가지로 매출에서 경비를 제한 금액은 모두 소득이다.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연금소득 등 종합소득세 신고는 매년 5월 이뤄진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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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들은 말한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이 생활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를 수 있고, 스케줄이 엉망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사람이 될수도 있다고 말이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이 한정적이기에 퇴근 후에 여가 시간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만큼 올라가는 수입과 여러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N잡'만의 장점이다. 

'퍼스널 브랜딩'으로 나만의 가치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일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자기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N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만약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않고 발판으로 삼아 성공을 향해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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