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가족, 반려문화 개선 위한 노력은?
반려동물도 가족, 반려문화 개선 위한 노력은?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5.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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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으로 소비하는 행동 지양해야

반려인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움직임 필요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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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가 무려 1,500만명에 도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20년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국 추정 시 638만 가구(전체 2,304만 가구)로, 이는 전년대비 47만 가구가 증가한 수치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운다는 뜻의 ‘펫팸족(Pet+Family)’과 아이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기르는 2인 가구인 ‘딩펫족(Dink+Pet), 반려동물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아끼는 ‘펫미족(Pet me)’ 등 반려인을 일컫는 용어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대략 10년 전만 하더라도 ‘인간이 주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대상으로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뜻의 애완동물로 불리고는 했다. 2005년 한국동물복지협회와 세계동물보호협회(WSPA)가 공동으로 개최한 ‘반려동물 국제회의’를 시작으로 국내 언론에서도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공식 용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인 만큼 반려동물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은 확실하지만 이들을 진정한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증가하는 반려동물의 수에 발맞춰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인식 수준도 발전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때가 왔다.

 

쉽게 사고, 버리는 장난감일까?

추운 겨울, 상자 속에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한 사연이나 휴가철이 지나면 유기견이 급증한다는 뉴스는 자주 듣게 되는 소식이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동물은 13만 401마리로 8만 9732만마리였던 2016년과 비교했을 때 3년 동안 무려 5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는 유기 및 유실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2014년 1월부터 ‘동물등록제’를 의무화했다. 동물등록제는 주택∙준주택 또는 이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3개월 이상의 개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려동물로 등록하는 것이다. 등록방식은 ‘내·외장 무선식별장치’와 ‘인식표’ 중 선택할 수 있었지만 지난 2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인식표는 제외됐다. 2019년 9월부터는 미등록 반려인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저조한 참여율과 함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견 수는 586만 마리로 추정되지만 농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반려견 등록 개체수는 209만 2000마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유기견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는 총 39곳뿐이며 2주가 지나면 안락사에 처하기 때문에 민간 보호소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공적인 영역에서의 보호가 미흡하다 보니 민간인 임보(임시보호)처나 민간 유기견 시설에서 구조를 돕고 있지만 안타까운 사정으로 보호를 중단하게 되는 등 한계가 존재한다.

김포에 위치한 민간 유기견 보호소 아지네 마을은 최근 김포시로부터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이 무허가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철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인허가 절차 등 건축법을 위반한 시설이기에 유기견 보호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벌금 처분을 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정수 아지네마을 소장은 “벌금 처분을 받더라도 어떻게든 아지네마을을 지켜내겠다”며 ‘안락사 없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 아지네마을 지켜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김포시는 “불법 건축물 단속은 읍사무소 소관”이라며 인근 지자체 보호소에 유기견을 옮기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유기견 200여 마리를 감당할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

 

반려동물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유기견 문제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단지 작고 귀엽다는 이유로 반려견을 쉽게 선택하고 빨리 싫증 내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순수 혈통 소형견이 인기 있는 품종으로 꼽힌다. 주거 환경과 가족 구성원에 따라서 키울 수 있는 조건에 적합한 견종을 선택하는 것은 반려인의 자유가 맞지만, ‘작고 예쁜 반려견이 좋다’라는 생각은 악순환을 낳는다.

2000년 초에 반려동물 붐이 일면서 인기를 끌었던 ‘티컵 강아지’는 미국이나 영국 등 반려견 선진국에서 인정하는 ‘표준 사이즈’에 미치지 못했지만 단지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공급에도 박차를 가했고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국내에서 업계 최초로 티컵 강아지를 선보인 애견 쇼핑몰 ‘디앤샵’은 2005년 사업을 시작한 해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티컵 강아지 분양을 시작한 후 전체 애견 매출이 30% 이상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무조건 순혈견만 요구하는 사람들도 순혈견을 만들기 위한 교배 과정에서 같은 새끼끼리, 혹은 부모와 새끼가 근친 교배를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유전적 문제와 질병에 대해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 수의학과에 따르면 대표적인 순혈견이자 인기 품종 말티즈는 잠복고환, 혈우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대략 12가지 유전병에 노출되어 있다.

반려동물을 함께 하는 가족이 아니라 반려인의 입맛에 맞추어 자랑거리로 삼으려는 태도는 잦은 파양처럼 무책임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3개월 된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와 스핑크스 품종의 고양이 두 마리를 공개했던 연예인 박은석은 동창의 증언으로 상습 파양 논란을 일으켰다. 후에 소속사인 후너스엔터테인먼트는 과거 박은석이 키우던 반려견과 반려묘는 배우의 사정상 지인과 친척에게 분양을 보냈다고 밝혔으며 박은석 본인 또한 개인 SNS를 통해 “파양에 대한 부인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인생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것은 잘못된 일이 맞다” 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키우던 반려동물을 길거리에 유기하는 것만 문제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환경으로 보내준다는 이유로, 혹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기르기를 포기하는 것은 ‘파양’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을 진정한 가족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아니면 본인이 동물을 모으는 행위 자체에 집착하고 기르는 일에는 무관심한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는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애니멀 호더란 동물 수집꾼으로 불리며 동물 학대의 유형 중 하나로 분류된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감대 형성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을 소중한 가족으로 여겨야 한다는 책임의식에서 나아가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단계로의 발전이 필요하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에 오는 슬픔과 미흡한 장례 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반려인을 위한 배려와 관심이 동물 복지 및 장례 문화개선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도 같던 반려동물이 떠난 이후에 반려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펫로스 증후군’과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비반려인이 보내는 시선이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서 반려인들이 느끼는 우울감이나 상실감을 뜻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 치료가 필요한 스트레스 장애 중 하나다.

텍사스주립대학의 밀리 코다로 교수는 2012년 10월 발표한 논문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공감 받지 못한 슬픔’이라고 정의했다. 심리학 칼럼니스트인 애슐리 레더러는 “사회는 여전히 반려동물의 죽음을 인간의 죽음보다 가볍게 여긴다”고 말하면서 공감이 어려운 슬픔이기에 사회적 대처도 미흡한 상황임을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13년간 함께한 반려견 두 마리를 떠나보낸 A씨 (28세)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족을 잃은 슬픔도 있었지만 혹시나 유난 떤다는 말을 들을까 감정을 애써 숨기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민간업체의 도움을 받아서 장례식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민법상 반려동물을 사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체는 생활폐기물관리법을 토대로 처리된다. 땅에 묻는 행위는 불법이기에 동물병원이나 폐기물처리 시설에서 위탁 처리하거나 동물 장묘업 시설로 등록된 곳에서 처리하는 방법 중 택해야 한다. 가족이나 다름없던 반려동물을 순식간에 ‘폐기물’로 취급하는 상황에 괴리감을 느끼는 반려인들이 주로 택하는 방법은 업체를 통한 장례 절차이다. 최근 들어 A씨를 비롯한 많은 반려인들이 동물 장례식을 올리게 되면서 장례 상담부터 보호자 케어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담당하는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현행법으로 충분한가

올해 들어서 동물 보호법이 개정되는 등 동물 관련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월 12일을 기점으로 기존 동물 보호법이 강화되면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과 반려동물의 안전 관리 및 복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개정된 법률에는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맹견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록대상동물 관리 강화 ▲ 동물실험 윤리성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김지현 동물복지정책과 과장은 “이번 법개정으로 동물권이 보호되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행복한 공존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물 보호법 개정과 관련해서 강형욱 훈련사는 KBS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사람도 보호해야 한다. 안락사율이 높아질 거다”라며 사람과 동물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 거쳐야 하는 시행착오가 많다고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즉, 동물복지와 사람복지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아직까지 반려동물이 폐기물로 처리될 수밖에 없으며 동물학대 사건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이유에는 반려동물이 아직까지 ‘물건’이라는 범주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물건과 구분해 제3의 지위를 부여하게 된다면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학대를 당하거나 사망할 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재물손괴죄가 아닌 새로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동물권 연구 변호사단체 김슬기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동물을 개인의 소유라고 여기는 인식이 강해서 학대 행위에 대해서도 ‘내 재산에 내가 하는 건데’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면서 “법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한다면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과의 공존,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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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사항 이외에도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주체적으로 반려문화 개선에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가지 사례로, 1990년부터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추가하고 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반려문화를 참고할 수 있다. 독일의 반려견 파양율은 2% 남짓으로, 이는 반려견을 키우기 전에 반려견 면허시험(Hundeführerschein)을 시행한 효과로 볼 수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가 2011년부터 시행한 반려견 자격증 제도는 ‘개와 인간’, ‘개와 법’, ‘개의 건강’과 같이 반려견 지식과 법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험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이웃으로부터 하루 2회 이상 산책을 시키지 않는다거나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는다면 반려견 양육권을 박탈당한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맞이하는 일이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닌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유난스럽다’, ‘과하다’는 말 대신에 ‘가볍게 넘어가지 말자’라는 관점에서 진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려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현상황이 훗날 무책임한 반려동물 붐이었다고 불리는 대신에 올바른 반려문화를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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