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아보자, 경계선 인격장애
제대로 알아보자, 경계선 인격장애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5.21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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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는 적지만 흔한 질병 '경계선 인격장애'

타인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작년 12월 Mnet '달리는 사이'에 출연한 가수 선미가 원더걸스 활동 시절 '경계선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것을 고백했다. 팬들과 누리꾼들은 가수 선미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을 보냈고, 이와 함께 경계선 인격장애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많은 스타들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고백하면서 두 질환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졌고, 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대중들도 스스로 자가진단을 해보며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 바뀌기도 했다. 실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이 병원으로 향하기까지의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경계선 인격장애는 여러 인격 장애 중 투병 비율이 30~6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아직은 낯설다.

 

경계선 인격 장애란?

'경계선 인격장애'에서 말하는 '경계선' 상태는 비정신증적 상태에서 정신증적 상태로 가는 붕괴 과정, 또는 심리 조직 신경증 수준에서 정신증 수준으로의 퇴행이 일어나는 중간 상태를 말한다. 신경증 증상이나 조현증과 같은 정신분열증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중간 범위의 환자를 기술할 때에 사용된다. 경계선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 역시 엄청난 정신분열증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큰 것이 문제가 된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관계, 자아상, 기분, 행동의 불안정성과 거절당하고 버려질 가능성에 대한 과민함이 특징이다.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충동적인 행동을 비롯한 특정 증상을 근거로 경계선 인격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두려움과 증상이 많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주변 사람도 힘든 질병이다. 두려움에서 시작된 충동적인 행동이 타인을 향하기 때문이다. 

경계선 인격장애 환자들은 관계 속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감정이 급격하게 변한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이나 상대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감정에 휩싸이면 상대에게 쌀쌀맞게 대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시 안정을 찾으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타인에 대한 감정뿐만 아니라 본인의 자아상을 갑작스럽게 바꾸기도 한다. 자신의 목표나 가치관, 의견을 변경하거나 인간관계를 새롭게 정리하기도 한다. 본인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지만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을 함께 겪는다. 

또한,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친구, 연인,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을 향해 이를 표출한다. 분노의 이유는 자신이 관계 속에서 방치되거나 버려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자들이 이러한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죄책감을 느끼며 자책을 넘어 자기 비하로 이어진다.

충동적 행동도 나타난다. 도박이나 폭식, 난폭 운전, 과소비 등으로 나타나며 특히 자해와 같은 자살 관련 행동이 일반적이다. 이 역시 본인과 가까운 사람, 본인이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실망하며 시작된다. 자신의 분노 표출과 충동적 행동에 대해 스스로 실망감을 느꼈을 때에도 자기 파괴적 행동이 나타난다.

 

후천적 요인과 유전적 성향이 원인으로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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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인격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후전적 환경 요인이다. 유년기나 성장기에 받은 스트레스는 경계선 인격장애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환자 다수가 어렸을 때 육체적 또는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거나, 보호자에게서 떨어지거나 부모를 잃어버렸던 경험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호자에 대한 불안정한 애착이 경계선 인격 장애 증상 출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부모와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후천적 요인은 많다.

가수 선미는 방송에서 진단을 고백하면서 원더걸스 활동 당시를 회상했다. "우리는 너무 일찍 데뷔를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자아라는 것이 생길 나이를 차 안에서 보냈다. 그러니 우리는 더욱 나를 돌아보고,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또 내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자아 형성기인 청소년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스타들이 대중에게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대중으로부터 잊히는 것이야 말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먹고 사는 스타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스타들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수많은 인간관계에 둘려쌓여있는 일반 대중들 역시 사람에게 잊히는 것만큼 불안한 것은 없다. 

후천적 영향 뿐만 아니라 유전적 성향도 존재한다. 일상 속 스트레스에 서툴게 반응하는 유전적 성향이 있을 수도 있다. 이는 가족력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경계선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의 직계 가족에게 해당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일반 인구에 비해 5배 가량 높다.

 

특정 기준에 따른 의사의 진단

의사는 진단 기준을 바탕으로 환자의 상황을 평가한다. 평가 항목 중 적어도 다섯 가지 상황에 해당되거나, 불안정한 관계와 자아상에 대한 충동적 행동이 나타나면 경계선 인격장애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다음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출간한 '정신 질환의 분류 및 진단(2013)'에 제시된 정신질환 증상에 대한 진단 기준이다. 

버려지는 것(실제 혹은 상상)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함.
타인을 이상화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을 반복하여 관계가 불안정하고 격함.
자아상 또는 자아 인식을 자주 바꿈.
최소 두 가지의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을 충동적으로 행함(위험한 성관계, 폭식, 난폭운전 등)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을 하겠다고 위협하며 자해하는 등 자살 관련 행동을 반복적으로 행함.
기분 변화가 빠름(대개 몇 시간 동안만 지속되며, 며칠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묾)
만성적으로 공허함을 느낌.
부적절하고 격렬하게 화를 내거나 분노를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음.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일시적 편집성 사고 또는 중증 해리 증상(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나 스스로 분리된 것처럼 느낌)이 있습니다.

의사의 진단을 받기 전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미리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후 의사와 상담을 진행한다면 상담 과정과 치료 방법 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리와 치료, 스트레스 조절이 관건

의사를 통해 경계선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면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 진행하게 된다. 치료 방법에는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약물치료의 경우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할 수 있고, 우울감이 있는 경우엔 항우울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신치료를 통해 치료자와 안정적으로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발전시킴으로서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치료를 시작했다면 대부분 증상이 극적으로 완화되며 해결되는 편이지만, 반드시 안정적인  관계나 생활의 유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계선 인격 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이를 명백한 질환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비관하거나 자책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

치료와 함께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에너지를 타인의 시선과 관계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을 챙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내면을 바라보고 성찰하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명상이나 가벼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 조절도 필요하다. 분노와 충동적인 기분을 무조건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좋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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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다른 사람을 전적으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고 한 대상에 대해서도 극적인 이상화와 배신감이 오가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왜곡되고 불안정하게 된다."라고 말하며 극단적인 대인관계의 불안정함을 설명했다.

현대 사회 속 인간관계 관리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만큼 힘이 많이 들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타인에 대한 과한 평가나 기대보단 있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신의 내면에 더욱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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