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SNS 출시 예정,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용 SNS 출시 예정,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5.2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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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어린이 보호가 목적임을 밝혀

정서적 부작용∙ 지나친 상술이라는 반대 입장과 대립

올바른 디지털 환경 위한 책임감 필요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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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만 5세도 채 안 된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목에 걸고 등원길에 오른다.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등교에 차질을 빚자, 학생들은 교실보다 줌(ZOOM)화면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고차원의 디지털 세상이 새롭거나 낯선 의미로 다가오기보다는 그 어느 환경보다 익숙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디지털 키즈’라고 부른다. 디지털 키즈는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를 원어민 (Native speaker)처럼 활용하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 통용되기도 한다.

지난 3월 18일, 미국 IT 전문 매체 ‘버즈피드’는 페이스북이 13세 미만의 디지털 키즈를 위한 인스타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공개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44개 주 법무장관들이 페이스북 측에 중단 요청을 보냈고 각국의 35개 시민단체까지 공동 서한을 제출하면서 반대 의견에 힘을 보탰지만, 출시 계획을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용 SNS’는 디지털 안전 지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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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이 SNS로 또래 집단과 소통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존중해주는 안전한 공간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에서는 성인 이용자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될 예정이며, 개인정보를 이용한 광고 시스템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테파니 어트웨이 페이스북 대변인은 “어린이들도 인터넷을 통해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며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으로) 어린이들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나아가 페이스북은 기존 인스타그램이 만 13세 미만 어린이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어린이들이 나이를 속인 가짜 계정을 만드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하는 SNS에서 불법으로 유입한 어린이가 겪을 치명적인 피해를 인정하는 동시에, 13세 미만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방법을 택했다.

SNS 공간에서 어린이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는 줄곧 있어왔다. 마크 허링 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은 “지난해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2천만 건의 아동 성 학대 사진들이 보고되었다”며 사이버 성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의 실태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여성가족부의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결과’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 매수의 91.4%가 SNS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SNS에 전시된 게시물을 보면서 왜곡된 미적 기준을 세우거나 어른들의 세상을 흉내내는 어린이들이 겪는 피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2월 ‘채널A 특집 탐사보도’에서는 SNS에서 ‘프로아나(거식증을 지향하거나 찬성하는 사람)’를 접하고 거식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 프로아나에 대해 다루었다. SNS를 기반으로 확산된 거식증 동경 문화가 어떻게 10대들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그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아닌 상업적 상술일 뿐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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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3세 미만과 그 이상의 이용자를 나누는 시도가 SNS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 분명 어린이들을 이롭게 할 ‘좋은’ 기술로 설명하고 있지만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페이스북의 입장이 어불성설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기존 인스타그램에 자리잡은 어두운 이면을 새로운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으로 해결하려는 접근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각국 시민단체 35곳과 아동 심리 전문가 64명이 페이스북에 전달한 서한에는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이 오히려 자존감, 사생활, 정신건강 등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인스타그램은 SNS 가운데 중독성이 가장 높다”며 “어린이에게 안전한 플랫폼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이라고 해서 단지 구성원만 다를 뿐 SNS의 기본 속성은 그대로인 공간이기에 심리적 악영향과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묻고 있다.

또한, 또래집단과의 결속을 중시하고 모방 효과가 심하게 나타나는 어린이들이 새로운 아동용 SNS에서 부정적인 문화를 형성한다면 어떠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지 간과할 수 없다. 미시간 대학의 발달 소아과 및 미디어 연구소의 제니 라데스키 박사는 “13세 미만의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에서의 역할, 도덕성에 대한 인식을 이제 막 구축하기 시작했기에 소셜 미디어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와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만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는 ‘기절게임(의식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조르거나 숨을 참는 행위)’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실제로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10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에서도 잉글랜드 남부 출신의 12~16세 여성 12명이 인스타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자살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이들 중 세명이 위독한 상태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범죄 행위를 통제할 시스템적 기능이 없거나, 통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이들만 모여 있는 공간이라고 해서 사이버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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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이 어린이들만의 ‘청정구역’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SNS 이용 연령을 낮추는 기폭제로 작용할 부작용도 피할 수 없다. 페이스북 측에서 예측한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기존에 불법으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던 13세 미만 어린이들이 새로운 어린이 계정으로 옮겨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한문교사 A씨(30)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와서 친구와 소통할 목적으로, 혹은 소외되기 싫은 마음에 SNS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연령대가 낮아진 SNS가 출시된다면 더 어린 아이들이 SNS 계정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걱정 어린 답변을 남겼다.

이러한 이유에서, 안전한 공간으로의 분리도 성공하지 못한 채 아동 보호를 명목으로 새로운 어린이 사용자만 추가하려는 페이스북의 상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커먼센스 미디어 대표 짐 스테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는 (페이스북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시민단체들도 직접 전달한 서한에서 어린이 사용자를 늘리는 것은 페이스북이 가족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결국 어린이를 ‘착취적이고 조작된 환경’에 노출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어린이 보호를 내세우면서 단지 상업적 이윤만 취하려는 것은 아닌지, 많은 단체들이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상황이다.

 

협의점 찾아가려는 시도 필요

2019년 페이스북 출시한 어린이용 메신저 앱 '메신저 키즈' / 출처: 페이스북
2019년 페이스북 출시한 어린이용 메신저 앱 '메신저 키즈' / 출처: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어린이 보호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페이스북은 6세에서 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메신저 키즈’ 앱을 발표했다. 메신저 키즈는 부모가 승인한 대화 상대에 한해서만 문자나 영상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어린이 전용 메시지 앱으로, 아이들이 부모 계정과 연결된 부가 계정으로만 접속할 수 있다는 통제 측면에서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의 출시 의도와 닮아 있다.

페이스북 글로벌 안전 책임자인 엔티곤 데이비스는 해당 앱 출시 당시 “육아 및 발달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 위원회와 가정 및 학부모·교사 연합회(PTA)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메신저 키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부정적인 외부 반응에 대응했다. 하지만 키즈 앱에서 어린이들이 낯선 사람들과도 그룹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서비스의 기존 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치명적인 결함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출시 반대 입장과 적절한 협의점을 찾아가기 위해서라면 이전에 메신저 키즈가 밟았던 전철을 끊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미 정부까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출시와 관련해서 확고한 반대 입장을 밝히자 페이스북 측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감독 당국과 입법부와 적극적인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전달한 상황이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향후 아동 발달 분야 전문가들과 어린이의 안전과 정신건강, 사생활 보호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신저 키즈에서 겪었던 실패와 이용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페이스북 측의 신뢰성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필요한 인식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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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인스타그램 출시와 관련해서 양측 모두 ‘어린이 보호’를 목표로 입장을 전개했지만 아직까지 현명한 접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즉, 기술 수용자와 개발자 모두가 기술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윤리적 간극을 채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페이스북 측에서는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 이후에 마땅히 책임질 수 있는 매뉴얼과 건전한 SNS 환경 유지를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를 포함해서 반대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도 해당 서비스가 개시된다면 어린이들을 위해서 필요한 지침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옳다.

나아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세대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서비스 이용자가 옳고 그름을 면밀히 가려야 하는 상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에 발맞춰 따라오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참여자로 거듭나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 환경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앞으로 유사한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한 시점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모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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