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징병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여성 징병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5.31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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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여성 징병제

남녀평등, 출산율 감소, 선거 패배 등의 이유

과연 시행될 수 있을까?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여성 징병제가 처음 주장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그 파급력이 남다르다. 4월 19일 올라온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주십시오'의 청원이 청원 마감일인 5월 19일 기준 293,140명의 동의를 받았다. 4월 22일 올라온 '여성 의무 군 복무에 관한 병역법 개정에 관한 청원'도 청원 성립 요건인 10만 명을 넘었다. 국회는 해당 청원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의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 표지/ 출처 : 네이버 책
박용진 의원의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 표지/ 출처 : 네이버 책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을 통해 남녀평등복무제를 언급했다.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는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함께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의무병제를 유지하되 의무복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청년세대의 경력단절 충격을 줄이고 사회적 에너지 낭비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열악한 군인 대우, 출산율 감소, 선거 패배

20대 남성들은 여성 징병제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적극 주장하기도 한다. 20대 초중반, 사회적 경험이 중요한 시기에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다. 입대 모집 시기의 경쟁률을 따져야 하기도 하고, 군악대와 같은 특수한 임무를 원할 경우엔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시험도 본다.

나라를 지키는 큰 역할을 하는 군인이지만 그 대우와 복지는 너무나 열악하다. 일반병 월급은 '애국페이(애국심을 빌미로 한 낮은 병사 월급)'라고 불린다. 2021년 기준 군인 월급은 병장 60만 8500원, 상병 54만 9200원, 일병 49만 6900원 이등병 45만 9100원이다.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을 통해 군대 급식의 질도 논란이 되었다. 급식판에 놓인 반찬은 햄 몇 장과 김 뿐이었다. 계롱대 예하 부대에서는 코로나 격리 장병에게 아침식사로 쌀밥과 볶음김치, 건더기가 없는 오징어국을 도시락으로 배식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좌) 계룡대 예하부대 아침 배식 제보 사진 (우) 부실급식 논란이 있었던 51사단. 실제 배식량과 야당 의원에게 보고한 식단/ 출처 :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게시물
(좌) 계룡대 예하부대 아침 배식 제보 사진 (우) 부실급식 논란이 있었던 51사단. 실제 배식량과 야당 의원에게 보고한 식단/ 출처 :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게시물

감금 논란까지 나온 코로나 격리 장병 사례까지. 군인 복지와 환경의 열악함으로 남성들은 불만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 불만은 청춘을 군대 안에서 낭비하고 있다는 허무함과 복무 의무가 없는 여성들을 향한 부러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양성평등'이라는 가치관이 자리 잡으며 여성 징병 논쟁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여성 징병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남녀평등'만을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는 높아진 징집률을 근거로 들고 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남성 인구도 감소하면서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남성들마저 징병대상에 포함되어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 1.23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감소, 2020년에는 0.84명을 기록했다. 매년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국방력 약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합계출산율 변화 그래프/ 출처 : 통계청
합계출산율 변화 그래프/ 출처 : 통계청

지난 4월 7일 열린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여파도 여성 징병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선거 당시 여당은 캐스팅 보트라 할 수 있는 2030세대에게 외면받았다. 특히 20대 남성의 70% 이상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했다. 선거 이후 박용진 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당 정치인들은 군 가산점 제도 재도입과 군 전문경력 인정, 남녀평등 복무제 등을 주장하며 군대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표심잡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등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4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실현 가능성 없는 '입술 서비스'로 2030 표나 좀 얻어보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여성 징병제에 대한 정책과 방향성

현재 한국군의 국방계획은 '국방계혁 2.0'에 따라 18개월 의무복무 진행, 2022년까지 총병력을 50만 명을 목표로 병력을 줄이고 있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병역 자원은 장교와 부사관을 제외하고 매년 20만 명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엔 필수 병력 유지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모종화 당시 병무청장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2032년엔 필요한 현역 자원을 모두 충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 징병제 시행은 국방력 증가라는 장점을 불러올 수 있다. 

해외에서는 여성 군 복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국가는 북한, 이스라엘, 볼리비아, 차드, 모잠비크, 에리트레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으로 총 8개국이다. 노르웨이는 2016년 7월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다. 당시 사회주의 정당 소속 여성 당원들의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 네덜란드는 2018년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고, 17세 이상 여성을 징병 대상으로 삼았다. 시행 이유는 '양성평등 원칙 지키기 위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2010년 폐지한 징병제를 2018년 1월 부활시키며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스라엘은 각종 내전으로 인한 긴박한 안보 상황 속에서 여성 24개월, 남성 30개월의 복무를 진행하고 있다. 결혼과 임신, 종교 문제로 인해 전체 여성의 40~50%가 복무하고 있으며, 여군의 4% 정도는 전투 임무(보병, 포병, 기갑 등)를 수행하고 있다. 나머지는 행정과 통신, 항공 통제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양성평등'을 이유로 징병제를 도입한 곳은 전쟁 위험이 크지 않은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뿐이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단점도 존재한다. 여군의 실질적인 전투 임무 참여가 힘든 점이다. 군 병력 증가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투력 증가에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얼마만큼의 여군이 참여할 수 있을지, 또 임무 과정 중 얼마만큼의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가 힘들다. 2020년 우리나라 전체 현역 군인 중 여군은 1만 3449명이다. 현재 우리 여군은 모든 병과에서 근무할 수 있다. 국방부는 보안상의 이유로 여군의 병과별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보급, 군수, 인사, 정훈 등 비전투 분야에 배치돼 있는 여군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징병제 대표국인 이스라엘의 사례를 살펴보아도(여성 전투병 5%) 보직에 남녀구별이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투 병과에서 근무하는 여군보다는 일반적인 참모병과나 교육훈련, 홍보 분야 등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사회복무지 확충안도 마련이 돼야 한다. 여성 징집 대상자 중에서도 군 복무가 힘든 이들에게는 공익요원으로 불리는 사회복무가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복무로 배정받는 남성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또 다른 복무지를 모색하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성 징병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온 만큼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기도 했다. 2009년 국방부는 병역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여성 지원병제 도입 방안을 검토했다. 2011년까지 검토 작업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군 가산점 제도 추진 논란에 이어 여성 복무에 대한 찬반 논란의 거세지며 중단했다. 당시 국방부는 "2020년 이후 병역 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그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는 단계로, 구체적으로 어떤 안이 도출된 상태는 아니다. 여성이 병사로 복무하는 것에 여러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출처 : 국방부
출처 : 국방부

군 당국은 여성 징병제 논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하면 많은 개정 요소가 뒤따른다."라며 법적 절차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현재 병역법과 민방위기본법에선 병역 의무 대상을 남성으로 한정했다. 헌재는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여성은 지원 복무만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병역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2011년, 2011년, 2014년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모병제 역시 전환 이후 다시 환원이 어렵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여성 징병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전문가들의 의견도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으로 나뉘었다.  권인석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여성 징병제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남성 중심의 징병제가 여성의 전 삶에 걸쳐, 특히 일자리나 직장 문화와 관련한 성차별의 큰 근원"이라고 말하며 "여성의 일자리 확대라는 측면에서 군인은 굉장히 좋은 일자리다.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 사회에 성 평등 문화가 확대되는 데 굉장히 좋은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0대 남성들의 박탈감과 불만에 공감하며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통합, 병력부족 등의 측면에서 여성의 노동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남성의 병역기간만큼 사회대체복무를 하는 것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난해 10월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에서 이뤄진 토론에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여성 징병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최병욱 교수는 "병역자원이 부족하면 군의 과학화로 타개할 생각을 해야한다. 간부에서 지원하는 여성들에게 문호를 열어주는 것은 좋은데, 가고 싶지 않은 여성을 데려다 놓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적으로 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강인화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여성 징병제나 남녀평등 징병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식으로 발화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장의 배경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남 군 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소모적인 싸움으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여성 징병제 주장을 젠더 갈등으로만 치부하며 방치하지 말고, 국방부에서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라고 말하며 현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군 당국에 아쉬움을 표했다. 

남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 포용이다.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남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 드러나는 주장은 자극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나타나는 각각의 의견들의 과격한 주장은 일부에 불과하다. 조금 더 포용적인 자세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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