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훈육이란? ‘자녀체벌금지법’ 둘러싼 논쟁
올바른 훈육이란? ‘자녀체벌금지법’ 둘러싼 논쟁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5.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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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보호 및 교양 위한 징계 금지… ‘자녀체벌금지법’ 통과

훈육 위해 체벌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존재

법안 홍보 및 사회적 공감대 형성 필요

전 세계 체벌 금지국가를 표시한 지도 /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전 세계 체벌 금지국가를 표시한 지도 /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지난 1월 8일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래로 62년만이었다. 민법 915조에 명시된 기존 징계권 조항은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강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제단체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to End Violence against Children)’이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한 나라로 대한민국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는 62번째로 체벌 금지 국가 목록에 올랐다.

민법 조항이 삭제된 후에 100일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법안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고 실효성을 두고도 공방이 갈리는 상황이다. 20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부모들 중 66.7%와 아동의 80%가 징계권 삭제로 자녀 체벌이 금지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기존 징계권의 개념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도 80%가 모른다고 답했다. 또한, 부모의 60.7%는 징계권 삭제와 무관하게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50.3%는 훈육을 위한 체벌에 동의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러하다. 가정폭력이 무자비한 학대라면, 체벌은 자녀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때어 따라 필요한 방법이기에 현행법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가정 내 아동 학대 근절을 목표로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아동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학대 사망자는 2017년 38명에서 2018년 28명으로 잠시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43명으로 증가했다. 생후 7개월 무렵 입양된 정인 양이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사망한 사건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으며, 2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라는 ‘정인이법’의 계기가 되었다. 해당 법안에는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녀체벌금지법’ 또한 아동 학대 근절을 목표로 한 법안이다. 법무부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 금지는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규범”이라며 “이번 개정법안 통과는 자녀에 대한 체벌과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이법’이 학대 혐의를 인정받은 가해자의 처벌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체벌금지법은 부모의 체벌 및 학대가 위법 행위라는 사실에 힘을 실어준다. 징계권이 존재했던 당시에는 아이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심각한 학대를 가했지만 ‘훈육을 위해서다’라는 부모의 주장으로 처벌을 교묘하게 피하려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천안에서 9살 남아를 여행용 가방에 가두고 숨지게 한 계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게임기를 망가뜨리고 거짓말을 해서 훈육을 목적으로 가뒀다”고 진술했다. 창녕에서 심한 손가락 화상으로 지문이 손상된 채 발견된 9세 여아를 학대한 계부는 “딸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훈육한 것은 맞지만 상습학대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체벌은 필요악’이라는 반응 존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체벌의 긍정적인 효과에 기대며, 친권자의 훈육을 위한 체벌에는 관대함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이 지난달 16~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훈육을 하다 보면 체벌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응답이 58%로 과반을 넘어갔다. 이들은 애초부터 체벌을 의도한 부모보다는 훈육의 한 방법으로 체벌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미성년의 자녀를 보호 및 교육하는 역할을 하는 부모의 선택이 가정 상황에 따라서, 혹은 교육관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인데 법적으로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성동구 중구 엄마들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체벌금지법에 대해 “학대 수준의 폭력은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맞지만 올바른 훈육을 위한 행동까지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말만으로 훈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체벌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라는 의견과 “작은 불씨에서부터 아동 학대가 비롯되기에 체벌금지법 시행은 시대적으로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힘겨루기 하고 있었다.

 

‘체벌과 학대의 차이는?’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MBC ‘다큐프라임’ 391회 캡쳐
‘체벌과 학대의 차이는?’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MBC ‘다큐프라임’ 391회 캡쳐

‘체벌금지법’이 훈육과 체벌을 구분하는 기준을 명백히 하지 않는다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혼란을 가중할 뿐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 12월 방영된 MBC ‘다큐프라임’에서는 체벌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가진 학부모들이 자녀 징계권 삭제와 관련한 주장을 전개했다. 그 중 한 학부모는 “체벌에 국가 권력이 관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며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성에서 체벌을 못하게 하는 것 때문에 관계를 멀게 만들 수 있는 부정적인 역할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체벌’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체벌은 효과적인 훈육법일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체벌 효과성을 묻는 질문에 부모는 100점 만점의 40.92점, 자녀는 33.42점으로 답했다. 앞서 부모 10명 중 6명이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에 있어서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체벌이 훈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도 혹시나, 만일의 상황에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금쪽 같은 내새끼’에서 아이가 체벌을 당했을 때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 출처: 채널A 방송화면 캡쳐
‘금쪽 같은 내새끼’에서 아이가 체벌을 당했을 때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 출처: 채널A 방송화면 캡쳐

이처럼 부모의 60%가 여전히 체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자녀들의 39.3%만이 이에 동의했다. 안타깝게도 약 70%에 달하는 자녀들이 ‘체벌금지법 시행 이후에 집이나 학교에서 ‘사랑의 매’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낮은 기대감을 보였다. 나아가 아이들에게 체벌은 이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결국에는 폭력성을 끌어내는 악순환을 낳는 것에 불과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채널A ‘금쪽 같은 내새끼’에서는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는 10살 아이의 사연이 등장했고, 아이가 “어렸을 때 벌서라고 하고 계속 때려서 무서웠다. 엄청 세게 때렸잖아. 아팠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나오면서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체벌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잃는 부분이 더 많은 훈육 방법임을 전문가들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스웨덴의 아동 권리 전문가 스타판 얀손 칼스타드 교수는 자녀 체벌이 ‘즉각적인 명령 준수’라는 효과를 주지만, 체벌로 인한 불안감은 부모와 자녀 관계를 망치고 학습과 학업 수행을 방해하며 아동의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등 막대한 손해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또한 “체벌은 효과도 일시적일 뿐 아니라 상승 효과가 있어서 만성적이고 더 크게 매질하게 되고 그게 학대로 이어지게 된다”며 “체벌에 관대한 분위기 자체가 폭력을 내면화 시킨다”고 경고했다.

 

자녀체벌금지법은 가정에 ‘참견’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통계에서는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4,604건 중 1만8,919건, 즉 76.9%에 달하는 비율의 학대가 부모로부터 발생했고 78.7%가 가정에서 벌어졌다. 이 수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첫째, 학대 가해자인 부모에게서 아이를 구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부모가 ‘훈육’을 이유로 들며 상황을 무마하려고 할 때 법적으로 힘쓰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없어야 한다는 것.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체벌금지를 법에 명시하면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이 개입하기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자녀체벌금지법이 시행된 목적을 부모의 자유로운 훈육을 억압하고 간섭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학대를 훈육으로 치부하려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 애는 내가 알아서 해요’라고 반박하기 전에 징계권이 삭제되면서 지켜질 수 있는 아이들에 초점을 둔다면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보다 현명한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해외에서는 체벌금지법으로 아동 인권 증진이라는 효과를 본 사례가 존재한다.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을 금지한 스웨덴을 포함해서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이 같은 흐름을 따라오는 중이다. 1979년 3월 당시, 스웨덴 의회에서는 “아이들은 돌봄, 안전 및 좋은 양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어린이는 인격과 개성을 존중받아야 하며 체벌을 포함해 어떤 모욕적인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스웨덴 부모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법 시행 전에는 50% 수준이던 가정내 체벌이 2010년 초반에는 10%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현재 스웨덴에서는 아동에게 체벌은 물론 폭언을 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아동 인권을 해치는 행위에 엄격하게 대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법안 홍보와 올바른 훈육법 논의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법무부는 법안 개정 당시 아동 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 및 아동 학대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는 기대효과를 언급했다. 하지만 모호한 법안에 친권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실효성에 대한 믿음도 부족해진 상황이다. 유명무실한 법안에 그치기 전에 개정 의도를 명확히 알리고 올바른 훈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전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장은 “법 개정 자체만으로는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모니터링 및 지원 체계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 또한 “무조건 체벌을 금지할 게 아니라 왜 하면 안 되는지,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안 좋은지 등을 알리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선 사례로 스웨덴 정부는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때 어떤 종류의 폭력도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적 지원을 통해 부모를 설득하기 위함’이라고 법의 목적을 명확히 했으며,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인식 전환에 기여했다. 이들은 우유 팩에 체벌금지법의 목적과 내용을 알리는 만화를 실었고, “당신은 체벌 없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브로슈어 350만 부를 배포했다. 덕분에 해당 법 도입 2년 뒤 부모의 90%가 체벌이 불법임을 인지하는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이제 ‘사랑의 매’라는 말로 체벌이 당연시되던 시절은 지났다. 과연 어느 정도의 체벌이 옳은 것인지, 법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생기는 간극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룰지 등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많지만 논의가 진행되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법안은 개정되었지만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는 안타까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체벌금지법은 부모의 압력 뒤에서 고통받고 있을 아이를 구제하는 힘이자, 부모 스스로도 체벌 정당화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장치여야 한다.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한 시대 앞선 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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