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인하는 전자담배, 규제는 어떻게?
청소년 유인하는 전자담배, 규제는 어떻게?
  • 김규리 기자
  • 승인 2021.06.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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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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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규리 기자= 최근 전자 담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4일,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TV조선 예능 '뽕숭아학당' 촬영 중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흡연하는 사진이 퍼져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임영웅은 지난해 '미스터트롯' 부산 콘서트 대기실에서도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져 관할구청에서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전자담배는 크게 액상형과 궐련형으로 구분된다. 액상형은 니코틴을 첨가한 프로필렌글리콜(PG)이나 식물형 글리세린(VG) 성분의 액상을 열로 기화해 흡입하는 형태로 제품에 따라 다양한 향료를 첨가(가향)해 판매하며,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액상도 있다. 궐련형은 담뱃잎이 타지 않을 정도의 열로 가열해 나온 기체를 흡입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일반 담배처럼 궐련(종이로 연초를 말아서 만든 담배)을 쓴다는 점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와 차이가 있다. 

앞서 언급된 임영웅은 전자담배 중 액상형이며, 니코틴 액상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영웅의 소속사인 뉴에라 프로젝트는 "무니코틴 액상에 대해 성분표 등을 첨부해 충실히 소명했다"라며 "과태료 부과 기준은 사용한 대상물이 담배 또는 니코틴이 함유된 것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현재는 행위 자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이 정한 기준에 부합한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법에서 정한 과태료 부과의 기준은 사용한 대상물이 담배 또는 니코틴이 함유된 것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닐까

담배사업법 상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니다. 담배사업법 제 2조에 의하면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만든 제품에 한정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의 상당수는 "연초의 줄기나 뿌리 또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담배 법에서 정한 담배의 정의에서 벗어난다. 또한, 전자담배 기기는 법으로 담배와 무관한 '공산품'이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지만, 전자담배 역시 담배와 동일한 발암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니코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에 더 좋다'라는 인식이 계속 생기는 것은 위험하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0월,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에서 "국내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중 일부 제품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과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 가향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자담배에 들어있는 성분에 대해 명확한 유해성이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인체 유해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과 관련해 폐 손상자 2291명, 사망자 48명이 보고되었고 이때 검출된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유력한 폐 손상 의심물질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23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폐손상 및 사망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신고되면서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기심에 한번?... 청소년 흡연 부추기는 전자담배

더욱 심각한 것은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 이후 금연구역 확대, 담뱃값 인상 등 금연정책을 강화해 성인 남성 흡연율(18년 36.7%)은 감소했으나, 청소년(중1~고3) 흡연율은 2018년 역대 최고치인 6.7%를 기록했다. 청소년의 흡연율의 증가에 따라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률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7년 2.2%에서 2.7%로 상승했고, 경험율은 3년간 약 20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담배 마케팅, 신종담배 출현 등으로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담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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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전문가들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여러 가지 향을 첨가해 청소년에게 거부감이 적다"고 말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과일향이나 풍선껌향 등을 첨가한 가향과 첨가하지 않은 비가향 두 가지로 나뉜다. 특히 가향 담배는 특정한 맛이나 향이 나도록 설탕 및 감미료(포도당, 당밀, 벌꿀 등), 멘톨(멘솔), 바닐린, 계피, 생강 등을 첨가한 담배제품이다. 다양한 맛을 가진 가향담배가 "어떤 맛일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이것이 결국 흡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낯추게 되는 것이다. 지난 12일 한국경제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숙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의 '첫 담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흡연자 1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국민 흡연자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청소년 중 62.7%가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담배 시장 중 가향 담배 비중은 2011년 6.1%에서 지난해 38.4%로 급증했다. 기존 담배와 다른 가향 담배의 맛과 향이 호기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거부감까지 줄여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일보다 더 과일같은 액상', '시원한 멘솔감' 등의 수식어를 붙여 광고하기도 하고 립스틱, 스마트워치, 자동차열쇠, 컴퓨터 마우스 모양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있어 전자담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또한, 온라인 쇼핑사이트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보건복지부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손상 사례보고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경고하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어 구매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아직도 다양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판매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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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담배 구매, 청소년들 구입하기 쉬워

전자담배가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규정함으로서 법적 규제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구입하기 용이하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반 담배와는 달리 수많은 디자인의 전자담배가 판매 중인 것이다.

지난해 한국보건복지학회에 따르면 '청소년의 담배구매 용이성 분석'에서 "청소년 보호법에서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 모두 유해약물로 지정되어 있고 담배가 청소년에게 유통을 금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담배 구매 시 신분증을 통한 나이 확인이 필요하지만, 가짜 신분증이나 대리 구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 담배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담배 구입을 시도한 청소년의 약 73%가 큰 어려움 없이 담배를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SNS에 #전자담배를 검색하기만 해도 46만의 게시글이 뜨고, #전자담배액상, #전자담배추천 등의 관련 해시태그가 있다.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자담배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니코틴 원액과 향료를 사서 직접 액상을 제조하는 경우 또한 있다. 이처럼 전자담배는 청소년 유해물로 규정되어 판매금지하고 있으나 일반담배에 비해 인터넷을 통해 기기와 용액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연기가 나지 않아 학교에서도 통제가 어려워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청소년의 전자담배 흡연은 일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전자담배 장치의 성능 및 품질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아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전자담배' 검색 캡쳐
출처: 인스타그램 '#전자담배' 검색 캡쳐

성장기인 청소년기 흡연 더욱 위험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용액이 중독성이 강한 유해물질인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으며, 호흡기 질환, 심혈관계 질환과 세포변이의 주요 원인으로 특히 청소년의 경우 뇌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나타나 있다. 또한,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배출되는 에어로졸에서 궐련 연기에서 검출되지 않는 유해성분이 검출되는 등 간접 노출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일반담배 뿐 아니라 전자담배의 구입과 사용에 관해 더 강력한 규제를 청소년에게 적용해야 한다. 흡연 자체도 신체적 문제 뿐만 아니라 우울, 스트레스, 불안 등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담배 접근성을 더욱 낮춰야 할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기의 흡연은 성인 때 시작한 사람보다 더 오랫 동안 흡연하게 되고 이후 니코틴 중독, 심뇌혈관계 질환, 폐질환 등으로 일찍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인식 탓에 흡연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전자담배는 괜찮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지난 23일 시사저널에서 담배문제시민행동 대표 윤방부 명예교수는 "가향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며 "커피 향이나 멘톨 등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성분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가향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얼마나 해로운지 과학적 데이터가 없어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향 담배로 중독이 더 심해지고 담배를 더 자주 피우게 된다는 점은 사실이다"라며 가향담배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해외에서의 규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는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가향물질이 청소년 흡연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보며, 담배 제조시 가향물질 함유 자체를 규제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멘솔(박하향) 담배와 향이 나는 시가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은 멘솔 이외에 인공 천연향을 비롯해 딸기, 포도, 오렌지 등을 포함한 향료를 담배에 첨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브라질도 특정한 향이 나는 담배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건강증진법 제 9조 3항에 따르면 '가향물질을 제품의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해서는 안된다'라는 말만 있을뿐 가향물질 함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제조자 등이 가향물질과 같은 첨가물 성분을 공개하거나 제출할 의무가 없다. 가향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담배업체 등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통과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쓰이는 합성 니코틴 등을 일반담배처럼 규제하는 개정안도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이에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담배사업법 상 담배의 정의를 넓히는 일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더불어 전문가들은 국내 다양한 전자담배가 출시되고 있는 만큼 과학적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가적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다양한 성분의 전자담배가 많이 출시되고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법적 규제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담배 규제 정책을 둘러싸고 담배 사업자의 영업권, 소비자의 선택권, 흡연자 및 국민의 건강보호가 충돌하고 있지만, 흡연으로 인한 위해성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향후 법적 규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궐련형과 액상형 등 전자담배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확한 규제 없이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자담배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지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전자담배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청소년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담뱃값 인상이나 구매 절차를 복잡하게 해 흡연율을 낮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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