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친환경 여행’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친환경 여행’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6.0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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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쉬는 동안 자연으로 돌아온 멸종위기종

비행기 온실가스 배출량 전체 2.4% 차지

인기 관광지 ‘오버투어리즘’으로 쌓여가는 쓰레기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 10명 중 7명이 가장 하고 싶은 여가 활동으로 여행을 꼽았다. 지난 12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여가활동으로 해외관광(49%), 국내관광(48.2%)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이는 여행에 대한 향수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다.

호황을 누리던 여행 및 항공업계는 예상치 못한 전염병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여행업 생존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여행업체 1만7천664곳의 연가 매출은 2조580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8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세계에서 국제선 비행기 이용률이 가장 많은 공항으로 선정되어온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DXB)도 난항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월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두바이 공항 이용객 수가 총 2천590만 명으로, 2019년 집계된 8천640만 명과 비교해 70% 감소했다.

모두가 다시금 여행이 자유로워질 미래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 인구가 늘어나면서 여행 수요가 코로나 이전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1일부터 독일, 그리스, 폴란드, 덴마크,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등 7개 국가에서 회원국 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백신 여권을 쓸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지난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에 팬데믹 이후 최다 여행객을 기록하였다.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5월 말(28일~31일) 공항을 이용한 여행객은 700만 명으로, 2019년과 비교했을 때 70%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일명 ‘보복 여행’의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으로의 여행이 환경에 미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어졌다. 물밀듯이 몰려들 관광객들이 자연 경관을 해치는 주범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필환경 시대에 알맞은 태도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야생 동물 서식지 침해하던 여행 방식

근 2년동안 사람들이 잠시 ‘여행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에 변화를 마주한 것은 비단 여행 업계만이 아니었다. 자연에도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지친 일상으로부터 힐링을 선사해주던 여행이 자연에게는 얼마나 참담한 영향을 미쳐 왔는지 입증해준 셈이다.

 

세계 10대 다이빙 명소라고 불리는 인도네시아 서부파푸아주 라자암팟 해변에 관광객 발길이 끊기자 멸종위기 거대거북들이 몰려와 알을 낳기 시작했다. 4개의 큰 섬(와이게오, 바탄타, 미술, 살라와티)을 비롯해 1,500개가 넘는 섬과 암초로 이뤄진 라자암팟은 2019년만 해도 무려 5만명이 방문하던 유명 관광지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3월까지 7,000여명이 다녀갔고 이후 입도를 금지하면서 외부인의 발길이 끊겼다.

지난해 적어도 6마리 장수 거북이 해변에서 산란했으며 거북보호 활동가들은 이를 두고 “특별한 일”이라고 반응했다. 몸길이가 3m를 훌쩍 넘기도 하는 장수거북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거북으로 평균 수명은 150년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위기 동물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단계인 ‘위급’에 속한다.

 

멸종위기종인 네팔 외뿔 코뿔소가 약 6년 만에 100여 마리 더 늘어나면서 멸종위기 등급이 ‘위기’에서 ‘취약’으로 한 단계 내려가기도 했다. B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네팔 당국이 지난 4월부터 남부 지역의 국립공원 4곳에서 개체 수 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서식 중인 외뿔 코뿔소는 2015년 645마리에서 752마리로 증가했다. 네팔 정부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여행객들이 줄면서 코뿔소들의 행동 반경이 넓어졌고 서식지 보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 수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우리가 여행에서 주로 이용하는 교통 수단인 비행기는 시간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운송수단이다. 비행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2.4%를 차지한다.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비행기를 타고 1km 이동할 때마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285g으로, 이는 버스(68g)의 약 4배, 기차(14g)의 20배에 이르는 수치다.

호주 시드니대 아루니마 말릭 교수 연구진은 2018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전 세계 160개국을 대상으로 관광산업과 관련된 교통·농업·제조업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 지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8%를 차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몰디브·모리셔스·세이셸 같은 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30~80%가 해외 관광객들로 인해 발생했다.

최근 항공업계의 부진을 막기 위한 아이템으로 출시된 ‘무착륙 비행’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 보호를 역행하는 선택이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무착륙 비행 확대를 하는 것은 엇박자로 비춰질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임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에서 시작한 무착륙 관광비행을 지난달부터 김포와 김해, 대구 등 지방공항으로 확대했다.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 진에어는 그동안 인천공항 출발-인천공항 도착으로만 운항해온 무착륙 국제선 관광비행 출발-도착지를 5월에는 김포공항-김포공항과 김해공항-김해공항으로 확대하고, 운항 횟수도 12회로 늘린다고 밝혔다.

무착륙비행이란 목적지에 내리지 않고 상공을 떠돌다 돌아오는 비행을 뜻하며, 여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의 관광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상품으로 출시되었다. 항공업계 측의 입장은 이러하다. 국제선에서 오는 매출이 대부분이기에 국제선 운항이 거의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고객의 니즈와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탄소 저감을 목적으로 하는 운행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국내 항공사 사례로도 드러나 있다. 비행거리 단축 전략, 착륙 후 엔진 사용 최소화 등의 친환경 행보를 시도한 제주항공의 경우 2017년 한 해 동안 총1900톤의 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황상영 기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행기도 운항 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30년 된 소나무 여러 그루를 심는 듯한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고통받는 관광지

환경 문제는 상공 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일명 ‘인기 여행지’라고 불리는 곳에 모여든 관광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된다. 오버투어리즘이란 한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생태계 훼손, 쓰레기 문제, 주민 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생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9년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1000명 중 37.7%만이 오버투어리즘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용어나 개념에 대한 인식 수준이 과반수 이하로 나타났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경각심이 이미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폐해 정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의 경우,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특히나 제주도에서 심각하다. 2018년 4월 영국 BBC방송은 페루의 마추픽추와 함께 제주도를 전 세계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가장 많이 앓고 있는 5대 관광지로 꼽았다. 제주도 인구는 2008년 56만5천여명에서 2011년 58만3천여명, 2020년 10월엔 69만 7천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2020년 한 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코로나19로 2019년보다 33%가 감소했음에도 1023만 6000여 명에 이른다.

제주도내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9년 1만6112t에서 지난해 1만6702t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19년, 제주도 내 12개 쓰레기 매립장을 전수조사 한 후 "인구와 관광객의 양적 증가에 매몰된 현재의 정책과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며, 현재 쌓아 놓은 쓰레기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라카이 해변 / 출처: 필리핀 관광부
보라카이 해변 / 출처: 필리핀 관광부

관광 수입을 포기하고서라도 특정 기한동안 관광지 폐쇄 조치를 취한 나라도 있었다. 필리핀 보라카이 섬은 2018년 4월 26일부터 6개월간 관광객들의 집중으로 인한 쓰레기 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섬을 봉쇄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8년 한 비즈니스포럼에서 “보라카이는 수채통”이라고 말했으며, 환경부의 시마투 장관은 "매일 90t~115t의 고형 쓰레기가 발생하지만, 현지 당국은 30t 밖에 처리하지 못해 나머지 85t는 그대로 방치된다"고 설명했다.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해결된다면 관광객의 이익보다는 현지인의 편한 생활과 더불어 환경 보호에 힘쓰게 되는 방향인 ‘재생 여행’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이제는 관광객 숫자로 여행지 인기 척도를 판단하는 시대가 아니라 여행의 지속가능 여부도 중요한 고려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달라져야만 하는 여행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부킹닷컴이 한국인 1,000여 명을 포함한 전 세계 30개국 2만 9천 명 이상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지속가능한 여행’ 조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응답자 72%(한국 71%)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 환경을 보존하려면 지금부터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답했으며, 전 세계 여행객의 3분의 2(61%, 한국 64%)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더욱 지속가능한 여행을 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여행객들이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시점에서 보다 친환경적인 여행을 주도하기 위한 관련 업체들의 노력도 동반되어야 하는 때이다.

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으로는 지난 2016년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결의에 따라 국제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량은 배출권을 구매하는 제도인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가 있다. 현재 국내 9개 항공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인천)가 참여 중에 있다.

항공사에서 개별적으로 항공기 운영과 자연 보호 사이에서 합리적인 절충안을 제시한 사례도 존재한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지난 4월, ‘컴팬세이드’ 플랫픔을 통한 이산화탄소 중립 비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컴팬세이드란 디지털 이산화탄소 보상 플랫폼으로, 여행자가 항공편을 입력하면 해당 여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함께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나무 심기 등 기후 보호 프로젝트’등을 함께 안내해준다.

국내에서도 불편하지만 환경을 위하는 여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불편한 여행법’ 캠페인을 10월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불편한 여행법'은 여행지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여행 기념품 포장 줄이기, 친환경 제품 이용 등 작은 실천을 통해 지역 관광자원 보호 및 지속가능한 관광을 실현하고자 하는 캠페인이다.

여행객 개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코로나로 모두가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을 시기에,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있어서 어느 숙소에 머물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 등을 선택하는 기준에 ‘환경’도 함께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08년부터 친환경 여행을 추구해온 홀리 터펜의 저서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에서는 ‘덜 자주, 더 느긋하게, 더 나은 방식으로 여행하고자 하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숙소를 선택하고 유명한 관광지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시도해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편의적인 부분을 모두 바꿀 수는 없더라도, 비행기 이용으로 탄소 배출을 했다면 숙소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숙소를 선택하는 등 환경 파괴를 상쇄할 만한 대안을 스스로 찾아가려는 시도가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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