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은 왜 TV에서 사라졌을까?
납량특집은 왜 TV에서 사라졌을까?
  • 김지환 기자
  • 승인 2021.06.14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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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는 소재로 시청률 보장 없어 제작하지 않아

'대탈출', '심야괴담회'등 색다른 공포 장르 프로그램 시도중 

출처 = 각 방송사 유튜브 채널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과거 TV를 틀면 여름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 본인이나 지인이 겪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말하는 특집을 틀고, ‘전설의 고향’과 같은 공포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유튜브에서는 ‘상상플러스’, ‘놀러와’ 등 추억의 예능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방영한 것을 묶기도 하고, 1995년, 1997년에 각각 방영된 ‘토요 미스터리 극장’, ‘이야기 속으로’를 클립으로 편집해 ‘레전드 편’이라며 공유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옛날 여름땐 쿠션으로 얼굴 가려가면서 납량특집 보는 재미로 살았었는데 요즘 여름엔 납량특집 없어서 아쉬움', '어릴 때 꼭 보던 옛날예능 납량특집 너무 좋았는데... 모기향냄새, 수박, 여름냄새가 순간 스쳐가네', '진짜 요즘 예전 예능 너무너무 생각나서 다시 보는데 저때 감성은 정말 넘사다(매우 뛰어나서 아무리 노력해도 잡을 수 없다는 뜻의 신조어). 요즘은 왜 이런게 없을까?'라며 주로 요즘 납량특집이 없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댓글이 많다. 그렇다면 왜 TV 속의 납량특집은 사라져버린 것일까? 

 

출처 = mbc
공포 드라마 혼, 출처 = mbc

'자극적인 묘사', '미신 조장 금지' 등 다양한 제재로 인해 제작 조심스러워져 

먼저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는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포 드라마, 예능에 자주 등장하는 귀신은 충분히 이 권고 사항에 있어 해당되는 요소다. 

위 조항과 비슷하게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게 된 프로그램들이 있다. 바로 미스터리, 공포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SBS '토요미스테리 극장'과 MBC '이야기속으로'다. 당시 방송위원회는 토요미스테리 극장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과 연출을 도맡은 2명의 pd에게 각각 6개월·2개월의 ‘해당 프로그램 연출 정지’ 명령 등 중징계를 내렸다. 5주에 걸쳐 귀신 이야기를 제보자의 실제 체험임을 내세워 극화하고 출연자의 귀신담을 듣고 재연하는 등 비과학적인 생활태도를 조장하고 시청자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주는 귀신 모습을 계속적으로 방송했다는 이유로 연출자 연출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야기속으로' 역시 고어한 연출로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두 프로그램은 중징계 이후 방영 요일이었던 주말에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고, 너무 잔인하다는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에 의해 폐지되었다. 

그 후 SBS에서 방송된 '미스터리 특공대' 역시 방송이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의 정립, 사회윤리 및 공중도덕의 신장에 이바지하여야 한다는 등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해 '경고' 제재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다양한 자살 방법의 구체적인 재연 장면, 빙의(憑依, 사망하여 육신을 잃은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현상)됐다고 주장하며 괴성을 지르거나 자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각종 퇴마 의식의 구체적인 묘사, 부모를 폭행하는 장면 등을 장시간 방송했다는 것이 구체적인 사유다. 

다른 조항으로 인해 제재를 받은 경우도 있다. 2009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혼'은 시청자들에게 지나친 충격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묘사를 불필요하게 오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혼'은 칼로 사람을 잔인하게 죽여 다량의 피가 흐르는 장면, 숟가락을 목에 찔러 자살하는 장면 등을 방송한 것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 혐오감) 제3호 및 제4호, 제44조(수용수준) 제2항 규정을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 더이상 시청률 담보하기 어려워 

방송가에서는 시청률에서 큰 재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공포 특집을 제작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인위적 장치들은 최근 리얼리티가 강조된 요즘의 트렌드와도 잘 맞지 않는다는 평이다. 광고와 협찬도 문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에 광고하는 것을 기피하는 기업들의 특성에 따라 간접광고인 PPL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방송사들은 굳이 납량 특집을 강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공포극이 생각보다 제작비가 많이 든다. 촬영 때도 와이어는 필수며 장시간 녹화와 CG까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며 "여배우들은 과한 화장과 조명으로 출연을 꺼린다"고 밝혔다. 또 공포 예능을 만들 때 출연진들을 놀래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각종 장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든다. 

다른 원인으로는 각종 OTT 서비스와 케이블 채널으로 이미 해외 스릴러물이 경쟁하듯이 방영되고, 시청자 층을 많이 빼앗긴 상황에서 제약이 많은 지상파 방송 특성상 더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방송 관계자의 설명도 있었다. 모험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방송사의 선택인 셈이다. 앞서 확인할 수 있었듯 자극적인 장면으로 인해 방심위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져 폐지한 경우가 많이 존재했기 때문에 굳이 시도하지 않는 면도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학적으로 놀라는 모습에 보지 않게 돼", "공포 영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어"...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 

그렇다면 시청자들의 납량특집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흥미를 잃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는 주로 납량특집 예능에서 나오는 특유의 가학적인 부분 때문에 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적이었다. 

과거 방영했던 납량특집을 꽤 자주 시청했다는 A(30)씨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을 깜짝 놀래키기 위해 위에서 가발이 떨어지고, 밑에서 갑자기 귀신이 나오는 등 다양한 장치가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적당한 수준이 아니라 경쟁하는 방송들을 이기기 위해 점점 자극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직접 출연하는게 아니라 집에서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점점 보기 싫어졌고, 요즘 다시 유튜브에 올라오는 클립들을 우연하게 봤을 때가 있었는데 인위적인 면도 눈에 띄였다. 요즘엔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라고 아쉬운 의견을 토로했다. 

TV를 볼 때 가족들과 자주 시청한다는 B(29)씨는 "납량특집 공포 드라마의 경우 대부분 15세 이상 관람가라서 부모님 지도 편달 하에 대부분 볼 수 있었다. 어릴 때였지만 부모님 생각에도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이니까 딱히 충격적인 장면은 없을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청소년이 보기에는 너무 잔인한 장면들이 많았고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TV에서 방영되는 특성 상 다양한 세대들이 어우러져 함께 보게 되는 데, 관람가와 다르게 자극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긍정적인 의견을 밝힌 시청자들도 있었다. 평소 공포 장르를 즐겨보는 C(23)씨는 "지금 공포 장르를 자주 보는 계기가 어릴 때 보았던 TV 속 납량특집 때문이다. 생소할 수 있고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지만 공중파에서 자주 언급하고 흥미로운 주제로 다양한 예능이나 드라마를 제작해서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 또 그래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표를 사거나 영상을 구매해서 봐야 하지만, TV는 결제해야 하는 장벽이 아예 없기 때문에 입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요즘 세대에게는 그런게 없을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요즘 유튜브를 통해 과거 예능을 즐겨 본다는 D(25)씨는 "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훨씬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에 잘 보지 못했는데, 요즘 성인이 되고 다시 보게 되니까 재밌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더운 여름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고, 아예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기에는 부담스럽다면 2회 정도라도 특별 편성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의견을 말했다. 

 

출처 = MBC
심야괴담회 포스터, 출처 = MBC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 맞춘 새로운 공포물의 등장 

그렇다고 아예 TV 속에서 공포라는 장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먼저 올해 MBC에서 시작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심야괴담회'가 있다. 공포 토크쇼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며, 패널인 코미디언 허안나, 김숙, 황제성과 매주 달라지는 게스트가 시청자들이 보낸 공포 사연들을 읽으며 방송이 진행된다. 어둑시니라는 이름을 가진 방청객들이 사연을 들으며 투표를 하고,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사연의 제보자가 444만원을 획득하는 형식이다. 괴담을 위주로 진행하여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고취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드러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앞서 언급했듯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 사항인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는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된다’ 때문에 괴담을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야괴담회는 소설가와 과학자를 겸임하고 있는 곽재식 작가,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을 섭외하여 과학적인 관점, 역사적인 관점에서 일명 '괴심파괴(괴담을 믿는 마음을 파괴한다는 신조어)' 코너를 만들어 규정을 피해가고자 했다.

심야괴담회를 연출한 임채원 PD는 "방송 심의규정 41조에 보면 미신을 조장하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는 종교단체와 시민 단체의 항의를 많이 받아 사라졌다. 이런 부분을 조심하기 위해 곽 작가를 투입했다"며 "괴담을 좋아하는 MC들과 티격태격하면서 케미가 살더라. 곽 작가를 섭외한 이유는 과학 지식을 알려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다른 시각을 제공해주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TVN에서 방영하고 있는 예능인 대탈출도 주기적으로 공포컨셉의 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대탈출'은 더 지니어스 시리즈와 소사이어티 게임을 만든 정종연 PD가 연출하고 tvN에서 방송하는 어드벤처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2018년 7월 1일 첫방송을 했는데 방탈출 게임을 실사화 한듯한 높은 퀄리티의 세트장 구조,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반전 트릭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대탈출'의 높은 인기를 만들어낸 것은 시즌 1의 '폐병원' 특집인데, 좀비와 방탈출을 합쳐 꼼꼼한 묘사를 연출했다. 매번 “제작진이 영혼을 갈아 만들었다”는 호평이 있을 만큼, 촘촘한 서사를 자랑하는 ‘대탈출’의 스토리가 하나 둘씩 모여 일명 ‘대탈출 세계관’을 구축했다. 좀비, 병원, 악령 감옥 등 특정 키워드나 인물로 연결된 에피소드들은 ‘대탈출’ 시리즈의 연결 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몰입감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각 에피소드가 작게나마 연결되어 있다면, 시청자들의 몰입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작년부터는 스토리를 기획할 때 ‘확장성’ 여부를 미리 생각한다”라는 정종연 PD의 말대로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인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공포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니즈도 많이 달라졌다. 무작정 깜짝 놀래키기 위한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탄탄한 스토리에 집중해 자연스럽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있다. 1997년에 방영되었던 대표적인 공포 드라마 <전설의 고향>은 평균 시청률이 27.8%였다. 이전과는 다르게 납량 특집이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이 되진 않지만, 특유의 마이너한 매력으로 공포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와 더불어 이번에도 역시 찾아 올 무더운 더위와 습한 장마로 힘들 여름에 시원한 납량특집으로 이겨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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