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기본 소득이란 무엇일까
뜨거운 감자, 기본 소득이란 무엇일까
  • 박현우 기자
  • 승인 2021.06.14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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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본 소득

코로나 19로 과속화되는 미래 소득 분배 고민

과연 기본 소득 제도는 불가능한 걸까?

(지난 4월 개최한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출처=기본 소득 박람회 공식 홈페이지)
(지난 4월 개최한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출처=기본 소득 박람회 공식 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현우 기자 = 최근 기본 소득과 관련한 정치권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대표적인 기본 소득 찬성 파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재산 규모와 소득,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의 힘 유승민 전 의원은 “불평등을 악화하는 반서민 정책”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같은 더불어 민주당의 반응도 차갑다. 9일 차기 대권 주자 경쟁자인 정세균 전 총리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표현으로 기본 소득에 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일관되게 기본 소득을 반대했다. 

그러나 기본 소득 논란에도 8일, 리얼미터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약 23.1%로 윤석열 전 총장 다음 2위를 차지했다. 또한, 기본 소득 제도를 단순히 정치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이미 미국 알래스카, 핀란드 등에서 기본 소득 제가 실험되고 있으며, 2017년 다보스 경제 포럼 주제 역시 ‘기본 소득’이었다. 한국에서도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개최된 바 있다. 그렇다면 기본 소득 제도가 왜 2021년을 뜨겁게 달구게 되었을까?

 

(2020년 9월, 경기도 기본 소득을 발표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 출처= 경기도)
(2020년 9월, 경기도 기본 소득을 발표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 출처= 경기도)

기본소득이란 무엇일까?

기본 소득이란 내용이 처음 등장한 것은 16세기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이다. 소설에서는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위해 일정 소득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유토피아’를 구축했다. 

현대의 기본소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 박영원·배재현 입법조사관은 기본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한다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때 기본 소득은 다양한 형태로 주장되어 왔지만,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동일하다. 

사실 기본 소득은 처음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제도였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보장한다는 것은 막대한 재원과 세금을 필요로 한다. 또한, 기본 소득에 만족하고 근로 의욕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21세기가 시작되자 생산성이 향상되고, 삶의 질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기본 소득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전 세계에서 기본소득을 맨 처음 도입한 곳은 미국 알래스카다. 풍부한 석유 자원을 가진 알래스카는 석유를 팔아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영구 기금을 설립했다. 1982년부터 이 기금으로 6개월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핀란드도 대표적인 기본 소득 실험 국가이다. 핀란드는 2017년, 실업자 2000명에게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0만 원)를 지급하는 기본 소득 실험을 1년 간 진행했다. 핀란드 정부는 해당 실험에 대해 삶의 질을 향상하고 근로 의욕을 오히려 높였다고 밝혔다.

 

(출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출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및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

기본 소득 찬반 논쟁

기본 소득에 대한 찬반 논쟁은 한국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먼저 기본 소득을 찬성하는 측은 사회적 평등과 미래 사회에 대한 대안을 강조한다. 특히 현재 복지제도의 불평등함이 큰 문제로 제시된다. 2014년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은 월세 보증금을 이유로 모든 복지가 끊긴 채 생활고로 일가족이 자살한 사건이다. 2019년 성북구 네모녀 사건 역시 정부의 위기 가구 감지 시스템 밖에서 쓸쓸히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해당 사건들은 현재 선별적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들이다.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미래 사회 역시 기본 소득이 필요한 강력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019년 OECD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 43.2%는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70% 이상의 확률로 자동화될 일자리가 10.4%, 50~70%로 자동화될 확률의 일자리가 32.8%라 판단했다. 또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97만 명이던 실업자 수는 2019년 106만 명까지 상승했다. 기술 발전이 과속화됨에 따라 일자리는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결국 기본 소득을 통한 삶의 유지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지난 3월 통계청에서 발표된 고용률 및 취업자 수 추이, 출처=통계청)
(지난 3월 통계청에서 발표된 고용률 및 취업자 수 추이, 출처=통계청)

기본 소득에 대한 반대 측은 재정적 건전성과 실패한 해외 사례를 근거로 한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총예산은 약 512조 원이다. 반대로 인구 5000만 명에게 매월 1인 당 100만 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약 600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액수를 줄이더라도 국가 재정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낙연 전 더불어 민주당 대표 역시 “재원 조달 방안 설계가 없다면 기본 소득은 허구”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대다수의 해외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한 점도 기본 소득 제도가 비판받는 이유이다. 먼저 2017년 기본 소득 제도를 실험한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당초 3년의 실험을 계획했으나 1년 만에 폐지를 결정했다. 리사 맥레오드 온타리오주 아동사회복지부 장관은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주민 복지를 위한 해답이 아니며 이는 명백히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깨진 사업에 돈을 퍼붓는 것은 누구를 위한 길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알래스카나 핀란드의 사례도 한국에 적합하지 않다. 알래스카의 경우는 막대한 석유 자원을 통한 재원으로 기본 소득제를 유지해 왔다. 핀란드 역시 삶의 질과 고용 의욕은 향상되었으나 재원과 고용률에서 약점을 보이며 결국 2018년 4월 중단되었다. 결국 아직은 기본 소득 제도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힘을 얻는 이유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정말 기본 소득 제도는 실현 불가능할까.

그러나 기본 소득 제도가 미래에도 불가능한 제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 19로 인한 심각한 고용 붕괴를 체험했다. 2021년 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8만 명 감소하며 여전히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 세계는 코로나 19 해결책으로 보편적 재난 지원금을 제시했다. 한국 역시 1차 재난 지원금을 보편 지급하였다. 이때 건국대학교 최배근 교수는 SNS를 통해 “모든 가계 소득을 증가시킨 전 국민 재난지원금(재난 기본소득)과 달리 선별적 재난지원금은 역설적으로 가장 어려운 하위 50%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차가 시행된 시기 모든 계층 소득이 상승했지만, 이후 선별적 재난 지원금에서는 하위 50%의 소득이 감소했다. 이처럼 보편적 기본 소득이 특수한 상황에 충분한 경제 효과가 존재한다는 사례를 우리는 직접 목격했다. 

사회적 합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기본소득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 민간독립연구소 LAB2050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본 소득제에 대한 찬성 의견은 61.8%로 집계됐다. 전년 5월의 57.4%에 비해 4.4% p 늘어난 수치다. 국회 보건 복지 위원회가 공개한 '2020년도 정책연구용 역결과 보고서'에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찬성이 52.2%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본 소득은 정치권 논쟁만큼이나 빠르게 현대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10만 원씩, 예산 약 20조 원을 이용해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5차 재난 지원금 역시 보편적 지급이 논의되고 있다. 

2021년, 가장 뜨거운 화제로 자리 잡은 기본 소득 실험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정말 현대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지는 그리 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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