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뜬다] ① 메타버스, 익숙하지만 낯선 세계
[메타버스가 뜬다] ① 메타버스, 익숙하지만 낯선 세계
  • 김지환 기자
  • 승인 2021.06.18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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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바람의 나라 등 '아바타'를 통한 1차 유행 뒤 재유행

보다 발전한 기술로 몰입감 높아져

온택트 시대에 맞춰 실용성 충분한 메타버스 

출처 = SM엔터테인먼트
가상의 아바타 아이(ae)와 함께 있는 에스파 멤버들,
출처 = SM엔터테인먼트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레드벨벳 이후 6년만에 선보인 걸그룹 에스파(윈터, 닝닝, 카리나, 지젤)는 2020년 11월 7일에 싱글 <Black Mamba>로 데뷔했다. 이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가상의 아바타 ‘아이(ae)’가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데뷔 당시부터 각 멤버들에 대응하는 아바타를 함께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 달 신곡 <Next Level> 발매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멤버가 8명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에스파는 “맞다. 저희는 8인조 걸그룹이다.”라며 대답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볼 수 있는 멤버는 4명뿐이었다. 이 세계관에 기반하면 에스파는 4인조지만 때로는 8인조가 되기도 한다. 4명의 실제 멤버와 연결된 가상 아바타 멤버 4인이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이다. 

SM은 에스파를 필두로 하여 가상 현실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코로나19로 본격화한 비대면 경향이 AI·증강현실(AR) 등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K팝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선구자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아바타'와 '셀럽'에 있다고 봤다. 가상현실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를 구축하는 게 그의 복안이다. 그는 "AI 발달로 개개인에게 특화된 아바타가 생겨나고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늘 인구 열세에 놓인 나라였지만 이 같은 기술 발달로 인구 5억명을 둔 것 같은 효과를 누리는,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터테인먼트까지 영역을 확장한 이 같은 산업을 '메타버스'라고 부른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출처 = 싸이월드
출처 = 싸이월드

'아바타'로 가상의 나를 꾸미는 것부터 시작했던 메타버스 

메타버스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알고 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공존하고 있었던 개념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미국의 SF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발표한 소설인 ‘스노우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아바타(Avatar)’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서 더 유명한 이 소설은,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 활동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이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개념과 텍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의 한계로 반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독자들은 SF소설이 그리는 또 하나의 배경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던 메타버스와 아바타가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의 일이다. 미국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가상현실 서비스인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에 의해 메타버스와 아바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세컨드라이프의 메타버스는 소설인 스노우크래쉬에서 등장하는 메타버스와는 근본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우선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가상의 공간이 얼마나 매력적인 공간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바타로 변신한 사람들은 다른 아바타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생활했고, 때로는 경제적인 활동까지 수행하며 돈도 벌었다. 특히 물리적 한계가 없는 가상의 공간이어서 사람들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순간적으로 이동하며 자유를 만끽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원조격인 싸이월드와 아바타로 진행하는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싸이월드 안에서 '도토리'라는 가상화폐로 노래, 배경화면을 사 미니홈피를 꾸미고 일종의 아바타인 '미니미'도 옷을 입힐 수 있었다. 또한 일촌 파도를 타며 가상의 나인 미니미로 방명록을 남기고, 인맥을 새로 맺을 수 있었다. 바람의 나라 말고도 다수의 게임 플레이어들이 온라인을 통해 같은 공간에서 모여 공동의 목표를 실현시키는 상호작용은 메타버스 활용의 한 부분이다. 리니지 시리즈, 디아블로 시리즈, 바람의 나라 등 ‘PC MMORPG(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이라는 뜻으로 유저들이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사에서 마련한 가상세계 안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게임 장르)’ 장르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들은 모두 일종의 메타버스다. 

당시 불었던 메타버스 열풍의 원인을 분석했던 노무라 종합연구소(경영 컨설팅 회사)의 관계자는 “사용자의 분신인 아바타라는 캐릭터의 존재와 쇼핑이나 취미 등 다양한 가상 체험을 펼칠 수 있다는 점 등이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메타버스의 인기 요인이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출처 = 넥슨 바람의 나라
출처 = 넥슨 바람의 나라

2010년대, 스마트폰으로의 세대 교체로 인해 관심도 저하돼

영원할 것만 같던 '1차 메타버스 유행'의 전성기는 2010년대로 접어들며 막을 내리고 만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PC에서 주로 사용할 수 있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초기 스마트폰은 낮은 성능과 작은 화면 등으로 사람들이 몰입할 정도의 높은 퀄리티를 가진 메타버스를 구동하기에 부족했다. 따라서 당시 PC가 아닌 모바일로 빠르게 메타버스 컨텐츠들이 따라잡지 못한 점도 1차 메타버스 유행의 몰락에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들을 대체한건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간단한 SNS 서비스들이었다. 예를 들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그렇다. 가상에서의 삶보다 현실에서 실제 관계망을 그대로 옮겨 놓은 SNS를 사용하여 인간 관계를 확장하는데에 더 매력을 느낀 것이다.

싸이월드 미니라이프를 개발한 이득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는 "(세컨드 라이프를 비롯해) 이전까지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가상세계 공간에 현실세계를 복제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서비스적인 가치를 주는 데 실패했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뽑은 또 다른 몰락 원인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몰입도를 줄 만큼의 높은 기술력이나 재밌는 컨텐츠가 없음에도 메타버스의 유행에 편승해 양만 많이 생산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박지혜 연구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 제공·소비하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구조”라며 “따라서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는 다수의 이용자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이용자들이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플랫폼 내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봤다. 탄탄한 기초 콘텐츠를 통해 일차적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후속 유입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제페토
출처 = 제페토
출처 = 제페토
출처 = 제페토

온택트 시대와 MZ 세대의 특성이 맞물린 '2차 메타버스 유행'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다시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코로나 19로 인해 현실세계를 대신한 가상세계 속에서의 소통이 더 자연스러워지면서 메타버스를 다시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가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여러 업계가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의무화됨에 따라 비대면/비접촉 방식인 ‘언택트(Untact)’가 많이 익숙해졌다.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접목시킨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온택트(Ontact)라고 합니다. 즉,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집에서 머무르는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외부와 연결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새로운 생활 추세다. 이 온택트 방식에는 메타버스를 다수 활용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메타버스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리얼타임 콘텐츠 시장은 2019년 170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2년에는 624억달러(약 70조)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만남이 힘들어진 미국의 10대들은 유튜브보다 3배 많은 시간을 로블록스(미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컨텐츠)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공연 업계가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액션 빌딩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의 파티로얄 모드 속에서 히트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처음 공개했다. 파티로얄 모드는 게임 플레이어들이 전투 없이 콘서트 또는 영화를 관람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셜 공간이다. 플레이어들은 이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관람하고, 안무를 따라했다. 

K-POP 업계에서는 공연 말고도 팬사인회를 메타버스를 통해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제페토에서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아바타의 팬 사인회가 열렸는데 무려 4600만명이 몰렸다. 제페토는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다. 이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로 원하는 지도에 들어가 놀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다. 얼굴 인식과 증강현실 등이 적용된다. 현재 전 세계 사용자 수는 2억명을 넘었으며, 해외 이용자 비중은 90%, 10대 이용자 비중은 80%에 이른다.

패션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구찌·크리스찬 루부탱·나이키·MLB가 제페토에서 디지털 그래픽으로 만든 자사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구찌는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 빌라'에서 제품을 직접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제작했다. 구찌 빌라에 방문하면 아바타를 통해 구찌 의상을 입어보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프랑스 명품 슈즈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은 지난해 파리 패션위크를 기념해 2021SS 컬렉션을 제페토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온라인 속의 가상 세계에 흥미가 많고 익숙한 MZ세대가 주 소비층이 되면서 메타버스도 다시 유행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게임·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환경에 노출됐기에 가상 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서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해 광고 역시 이들에게 친근한 메타버스 기반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초기의 메타버스는 디지털 게임이 등장한 이후 PC 기반의 게임콘텐츠 속 가상세계로 한정됐다. 말 그대로 게임의 장, RPG나 MMORPG의 배경이 되는 무대였다. 아니면 싸이월드나 세컨드 라이프와 같이 PC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소통 공간을 제공했다. 즉 초기의 메타버스는 게임 공간, 아니면 소통 공간으로 ‘별도로’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의 메타버스는 기존의 플랫폼에 활용되던 엔진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확산·적용되면서 판세가 달라졌다.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대표적인 게임 플랫폼은 이제 생활공간이며, 문화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메타버스는 예전부터 쭉 우리 곁에 존재해왔던 익숙한 개념이다. 3D, VR등 색다른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조금은 낯설게 여겨진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 분야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메타버스가 발전했을까? 지난 번에 우리가 경험했던 1차 유행처럼 금방 시들지는 않을까? 이는 다음 기사에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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