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위기, 점점 하락하는 경기력에서?
프로야구 위기, 점점 하락하는 경기력에서?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6.22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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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관중 기록 후 하락하는 프로야구 인기

볼넷 남발, 실책 증가로 경기의 질도 떨어졌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2016년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첫 시즌 800만 관중을 기록한 KBO 리그는 2018년까지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기록한 이후 위기에 접어들었다. 2016년부터 약 833만 명, 약 840만 명, 약 800만 명의 관중이 찾아왔지만 2019년에는 약 728만 명으로 줄어들며 프로야구 인기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관중 수도 감소했고, KBO를 대표하는 응원문화도 축소되었다. 중계방송을 활용한 2차 콘텐츠 생산도 막히며 야구를 즐기는 팬들의 흥미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마냥 코로나 탓을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KBO 리그의 전반적인 경기력 하락세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다. 2021 시즌 역시 전반적인 경기력 하향 평준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시즌 개막 두 달이 지난 현재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팀이 없는 것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6월 21일 기준 KBO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4위까지의 게임차가 각각 0 - 1.5 - 1.5 - 2.0 게임차를 보이고 있다. 한, 두 경기만에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흥미진진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결국 '도토리키재기'의 실력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증가하는 볼넷 개수

6월 9일까지 열린 265경기(총 10개 구단, 리그 전체)에서 총 2375개의 볼넷이 나왔다. 한 경기당 볼넷 개수는 8.96개이다. 지난해 기록한 경기당 볼넷 개수 7.38개보다 1.58개 증가한 개수로, 20% 이상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즌이라고 평가한다. KBO 리그에서 경기당 볼넷 개수가 8개 이상 나온 때는 2009 시즌의 8.06개가 마지막이다. 

시즌 초반부터 많았던 볼넷 개수를 떠올려본다면 볼넷 2375개 기록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 4월 16일 치러진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선 양 팀을 합쳐 사사구(볼넷과 몸에 맞는 공 합친 개념) 16개를 기록했다. 해당 경기 직후 기록된 리그 전체 볼넷 개수는 474개였다. 중계를 맡은 SBS 이순철 해설 위원은 이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볼넷을 한 경기에 8개씩, 10개씩 내준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시즌 초반부터 너무 많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여 "프로야구에서 볼넷과 에러(실책)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팬들을 야구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또 프로야구 질이 떨어진다."라고 말하며 현재 프로야구 위기의 원인을 설명하기도 했다. 

볼넷이 많아진다는 것은 투수와 타자가 정면승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투수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구가 되지 않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타자의 타격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보여준 시원한 타격과 이어지는 득점은 프로야구의 매력 중 하나였지만 그 매력을 잃은 것이기도 하다. 또한 볼넷이 많아지면 경기 시간이 길어지며 경기 흐름이 늘어진다. 공의 타격 방향을 확인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내야, 외야 수비진들은 볼넷으로 인해 경기 감각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며 결국 수비 실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선수도 관중도 지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

투수의 불안한 제구와 볼넷,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실책의 원인을 야구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보았다. 몸을 만들고, 기술을 향상시켜야 하는 스프링캠프 기간이 코로나로 인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2020년 초 스프링캠프 직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는 1년이 지나서도 나아지지 않았고 2021년 초 10개 구단은 모두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스프링캠프의 경우 국내보다 따뜻하고 훈련 인프라가 좋은 곳에서 진행됐다. 미국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일본 후쿠오카와 미야자키 등 미국과 일본으로 가는 팀들이 많았고 대만 가오슝과 호주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 

 

KBO 리그 2020 시즌 개막을 앞두고 NC 다이노스가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 출처 : NC 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KBO 리그 2020 시즌 개막을 앞두고 NC 다이노스가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 출처 : NC 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은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기술 향상에 집중할 수 있다. 타격폼 수정이나 주루 기술, 수비 시프트 훈련과 각종 팀 전술을 익힐 수 있다. 기존의 국내 코치진 뿐만 아니라 현지의 훈련 프로그램과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때의 담금질을 얼마만큼 탄탄하게 하는지에 따라 한 시즌의 성적이 달라지기도 한다. 스프링캠프의 효과를 톡톡히 본 구단은 1985년의 삼성이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으로 처음 스프링캠프를 떠난 삼성은 미국 플로리다주 다저타운에서 스프링캠프를 실시했다. 효과 덕분인지 삼성은 당시 전기리그와 후기리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한 야구인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문제로 선수들이 제대로 된 전지 훈련을 하지 못하면서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로 리그가 시작됐다. 이런 점들이 투수들의 제구 문제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개 구단 모두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며 기존과는 다른, 익숙한 듯 낯선 환경에서의 훈련이 영향을 준 것이다.

하지만 개막 시기조차 불투명했던 작년 시즌을 생각하면 2021시즌의 준비과정은 순탄했다. 2020 KBO리그는 애초에 3월 말 개막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 19의 확산세로 인해 개막을 연기했다. 당시엔 개막 날짜를 확정할 수 없어 선수들의 몸 상태 조절이 더욱 쉽지 않았다. 당시의 한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은 경기에 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힘들어하고 있다."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2020 시즌은 채 끝나지 않은 현 시즌보다 낮은 경기당 볼넷 개수가 기록되었다. 마냥 코로나 탓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대투수의 부재

강타자와 대투수의 부재도 리그 경기력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KBO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와 투수가 없다. 야구팬이라면 알만한 선수가 아닌 야구 팬이 아니더라도 알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프로야구 열풍의 시작이었던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주역들이 그러했다. 하지만 현재 리그에서 제대로 활약하고 있는 이는 없다. 당시 괴물 신인이었던 투수 류현진과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투수 윤석민과 타자 이승엽, 김태균, 정근우는 은퇴를 했고,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던 거포 이대호(현 롯데 자이언츠)는 어쩔 수 없는 '에이징 커브'(운동선수가 나이가 들면서 신체능력 저하로 운동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보통 3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고 평가)를 겪고 있다. 팀과 리그를 대표할 만한 강타자와 대투수가 없으니 경기력이 자연히 평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 승리 이후 선수단이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출처 : 대한체육회 홈페이지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 승리 이후 선수단이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출처 : 대한체육회 홈페이지

KBO를 대표할 토종 강속구 투수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구속만이 투수의 무기는 아니지만, 옆 나라 일본 프로야구와 현저히 비교되는 현실이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카이노 히로시는 최대 구속 158km를 기록했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나카가와 고타도 150km 중후반의 강속구를 뿌린다. 이미 고등학교 3학년 때 일본 아마추어 야구 사상 최초로 최고 구속 160km를 기록한 오타니 쇼헤이(현 LA 에인절스)는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최고 구속 165km를 기록했다. 

이승엽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이사장은 강속구 투수 부재 원인을 훈련 방법에서 꼽았다. "훈련 방법에 대한 접근을 바꿀 필요가 있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본기다. 특히 하체 단련은 전 포지션에 상관없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러닝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중고교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달리면서 하체를 강화한다. 이후 골반을 사용하는 방법,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어깨를 강화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아마추어 야구와 한국 아마추어 야구는 저변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 생활 스포츠에서 시작되지만, 한국 야구는 엘리트 체육의 전철을 밟고 있다. 모든 중, 고교 지도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유망주 선수를 혹사시키거나, 기본기 훈련보다는 다양한 구종 훈련을 시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빠른 공을 던진다고 해도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젊은 투수들의 성장 속도가 느린 것도 원인이다. 2021 키움 히어로즈의 신인 투수 장재영(1차 지명, 계약금 9억)은 현재까지 7경기 등판에 1패, 평균자책점 16.50를 기록하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중간 계투로 올라 6이닝을 소화하며 볼넷 9개를 허용했다. 구속은 154km를 찍었지만 '괴물 신인'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투구 내용이었다.

허구연 MBC 해설 위원은 "10개 구단이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를 선호하면서 학생 투수들이 강속구에 집착하고 있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보다 구속이 빠른 투수가 후한 평가를 받고, 이런 과정에서 젊은 투수들의 볼넷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에서 빠른 구속을 선호하면서 고교 야구 때부터 제대로 된 기본기 없이 구속 올리기에만 집중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구속에만 집착하는 것도, 색다른 구종에만 집착하는 것도 모두 선수에게 독이 되는 것이다.

 

다시 사랑받을 한국 프로야구

현 KBO 리그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으로 발탁된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는 매체를 통해 이번 올림픽에 참여하는 다짐을 밝혔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야구보다 e-스포츠를 더 좋아해요.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야구에 관심 없는 분들도 좋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게임중독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e-스포츠에도 밀린 현실이다. 대표팀 성적, 팬 서비스, 다양한 행사도 좋지만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경기력 향상이다. 흥미진진한 투수전, 깔끔한 호수비와 몸을 던지는 슈퍼 캐치, 시원하게 터지는 홈런 등이 늘어날 때 팬들은 자연스럽게 프로야구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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