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수술실 CCTV 설치,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7.01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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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끝나지 않는 수술실 CCTV 설치 논쟁

대리 수술 근절∙의료 사고 발생 시 필요한 장치라는 주장

소극적 의료 행위∙설치 비용 및 환자 개인 정보 노출 우려

의료윤리 개선 위해 긍정적인 논의로 연결되어야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오래전부터 해결하지 못한 주제로, 매번 설치 무산이라는 결과로 회귀해왔다. 이는 수술을 받는 환자 및 유가족이 수술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수술 과정을 녹화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으로, 2015년 1월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래로 21대 국회에서도 세 차례나 안건에 올랐지만 진척을 내지 못했다. 국회에서 여야의 입장은 이러하다. 수술실에 CCTV가 필요하다는 논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지는 듯했으나, 여당은 CCTV 설치 위치를 수술실 내부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야당은 수술실 입구에는 필수로 설치하게 하되, 내부 설치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번 지지부진한 결과를 내놓는 법안이지만 계속해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배경에는 여론의 관심이 깔려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주관한 5월 4주차 정기 여론조사에 의하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의견을 물은 질문에 응답자 80.1%가 찬성, 9.8%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수술실 CCTV 설치,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① 수술실 내부에서 의료진의 비윤리적 태도 지적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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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법이 2015년 처음 발의되기 전부터 수술실 내부에서 의료진의 전문적이지 못한 행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사례는 많았다. 2014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개인 SNS에 게시한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의료진들은 수술 도중에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실에서 생일 파티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 등 비윤리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병원 측에서는 “환자가 수술 뒤 회복 중인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환자들이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잃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지난 17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인턴으로 근무하던 A씨가 수술실 내에서 마취된 여성 환자의 회음부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안도 밝혀지면서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측은 입장을 더욱 견고히 했다. “(여성의 신체를) 좀 더 만지고 싶으니 수술실에 있겠다”, “처녀막을 볼 수 있냐” 등의 발언을 한 A씨에게 병원 측이 내린 처분은 의사직 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한 ‘수련 취소’였다. 수련 취소는 해당 병원에서 진행한 의사직 수련을 무효 처리하는 것으로, 의사 면허는 유효하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의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는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수술실 CCTV 설치법에 찬성하는 입장은 ‘의사 면허 취소법’ 논의도 조속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 면허 취소법은 변호사나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최대 5년간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다. 지난 2월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약 4개월째 보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의사 단체에서는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과도한 법 조항이라는 주장과 함께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② 대리 수술 근절 위한 확실한 방법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간 이상 수술실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리 수술이 의심되더라도 입증할 증거물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CCTV가 증거물이자 예방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013년부터 약 5년 동안 적발된 대리수술 사례는 112건에 달하지만 정부가 행정처분한 건수는 44건에 그쳤다. 심지어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기밀 유지 조건으로 병원 측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정확한 수치 통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리 수술은 환자의 수술을 도맡기로 약속한 의사 대신 신참 의사나 간호사, 혹은 비의료인이 대신 수술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18년 ‘무자격자 대리수술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통해서 “감당이 안 되는데 억지로 수술실을 더 만들어서 환자를 끌어들인다”며 의료기관의 과도한 경쟁을 지적하면서 “의료 윤리 차원에서 규제해야 하는데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우리나라의 대리 수술 실태를 보도한 CNN 방송은 성형 산업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경험이 부족한 신입 의사가 ‘스타 의사’를 대신해서 수술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광주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대리 수술을 상습적으로 자행해왔다는 내부 고발자의 증언에 따라 의사와 간호조무사 6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내부 고발자가 제출한 증거에는 2018년 특정 시기에 간호조무사가 의사 대신 수술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수술 관련 자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 27일 보도를 기준으로 병원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악의적 제보였음을 주장하고 있다.

 

③ 각종 의료 사고 발생시 대처에 유용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앞서 언급한 수술실에서의 무책임한 태도와 대리 수술에 대한 경각심 부족은 각종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악행이다. 수술실 CCTV 자료는 의료 사고를 초래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사고 발생 후에도 명백한 증거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유용성을 지닌다.

2016년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는 도중에 중태에 빠져 숨을 거둔 대학생 권대희 씨의 유가족도 수술실 CCTV 법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 유가족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수술을 약속한 집도의가 아니라 다른 의사가 수술을 이어받는 모습, 환자가 피를 흘린 채 장시간 방치된 모습, 간호조무사가 의사 없이 환자를 지혈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약 80일째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 통과를 위해 1인 시위를 해온 권대희 씨 모친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수술실 영상이 있음에도 병원과 싸우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데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피해자들이 어떻게 싸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권대희 씨의 사건은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1심 재판 진행중에 있다.

CCTV 영상이 환자 측을 보호하기 위한 증거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신뢰도를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오히려 고위험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이 불필요한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병원 측에서 CCTV 설치 여부를 밝히고 환자에게 촬영 및 열람의 자유를 부여한다면 수술 과정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JTBC와 인터뷰를 진행한 최상욱 국민병원장은 “CCTV로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이 쌓인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설치 이후에 CCTV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 적이 단 한 분도 없었다”며 “간혹 직접적으로 더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분위기에 수술해서 좋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는 과도한 방지책이자 의료진 감시’

① 의사 자율권 침해 및 소극적 의료 행위 예상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진 단체는 섣부른 법안 통과는 역기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중에서도 의사의 진료나 수술이 위축될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진이 CCTV로 수술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의도적으로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응급환자 중 수술장에서 사망이 예측되는 경우 수술을 회피할 수 있다”고 말하며 환자의 예후를 위해 힘써야 할 의료진이 소극적인 진료를 하게 될 상황을 염려했다.

나아가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고위험 수술의 빈도가 잦은 과의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더욱 심해질 의료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66.7%, 2020년 62.5%에 그쳤으며, 인기과라고 불리는 피부과(152.2%), 성형외과(141.7%)의 지원율과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보였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흉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은 “우리나라 눈높이가 워낙 높아져 의료사고가 나면 무조건 소송이다”라며 소송 금액의 부담과 의료 분쟁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기피과 공백이 가속화되는 원인으로 짚었다. 이미 흉부외과에서는 ‘외국에 나가서 수술해야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며, CCTV 설치까지 의무화된다면 결국 피해는 마땅한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② 비용 부담 관련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CCTV 설치 및 유지∙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능가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면 투입될 비용을 경기도에서 이미 시행중인 사업을 통해서 추정해볼 수 있다. 경기도는 2019년을 시작으로 경기도의료원 소속 6개 병원(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안성, 포천)에 CCTV를 설치했으며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지원사업’을 통해 민간의료기관 12곳을 선정하여 3000만원을 지원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 비용이 1만 곳으로 확대될 경우 무려 3000억 원이 소요된다”며 "정부가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투입하는 비용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지원사업에서도 설치 비용만 지원할 뿐 추가적인 비용은 병원이 개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처럼 수술실 내부 CCTV가 기대 효과를 내기까지 투입될 시간, 인력 및 금액을 고려해야 한다. 영상자료 보관과 관리, 외부 유출 방지 위한 시스템 구축, 열람을 원하는 환자를 수용할 공간과 담당자 고용 등 예산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오주형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위원장은 “예를 들어 우리병원(경희대병원)만 하더라도 코로나 역학 조사를 위해 직원 식당 안에 동선 확인을 목적으로 하는데도 CCTV를 21대나 설치해야 했다”며 “대학병원에는 과연 몇 대를 설치해야 하나? 단순히 1대 설치로는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하며 과도한 비용이 초래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표했다. 국회 발의안에서 “정부가 일부 지원할 수 있다”의 언급 이외에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도 의료진을 설득하기에 미흡한 부분이었다.

 

③ 환자 인권 침해 우려

병원의사협의회는 2019년 성명서를 통해서 CCTV 영상이 유출될 경우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병의협은 “대리수술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전신마취에서의 수술이다”라고 말하며 “환자의 나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수술 영상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동의하는 환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최종으로 모이는 지점은 아직까지 수술실에 CCTV를 들인 사례가 해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해외에서는 여러 근거 중에서도 환자의 개인 정보 보호에 가장 힘을 주어 말하고 있다. 미국은 의료인 면허 정지 기준이 우리나라보다 엄격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인 대리 수술을 적발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일말의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CCTV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와 수술실 감염 문제, 환자 비용 부담 문제 등으로 설치 법안이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의사가 음주 상태로 진료해도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규정이 없지만 미국 켄터키주에서는 만취 상태로 수술을 진행한 의사를 상대로 무기한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린 사례가 있다. 의료윤리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서라도 미국에서도 여러 주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윤리 개선’이라는 공동의 목표 이뤄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둘러싸고 첨예한 입장 대립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환자와 의료진 모두 수술실 내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에서 서로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의료진 측은 수술실 CCTV 이외에도 의료계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자체 정화 시스템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자율강화 대책으로는 ▶중앙윤리위원회 기능 강화 ▶전문가평가제추진단 활성화 ▶자율정화 특별위원회 설치운영 및 면허관리원 추진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또한,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설치하는 CCTV에는 찬성하는 의견을 보이는 등 계속해서 협상 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동안 끌어온 갈등인 만큼 시대가 요구하는 의료윤리에 적합한 흐름으로 논의가 해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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