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올림픽'을 향해
'성평등 올림픽'을 향해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1.08.02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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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위원장, '도쿄올림픽, 사상 첫 성평등 올림픽이 될 것'

성평등 올림픽 위한 노력

앞으로 극복할 문제는

출처 : 도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출처 : 도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민지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이 사상 첫 ‘성평등 올림픽’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림픽'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스포츠 축제이자 지구촌 최대의 이벤트이다. 그러나 '모두'의 축제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96년 초대 올림픽에서는 여성 선수의 출전이 금지되어 있었다. 때문에 초대 올림픽에 출전한 여성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4년 뒤 개최된 파리 올림픽에서는 여성 선수 22명이 5개 종목에 초청되었고, 처음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가 참여한 올림픽이 되었다. 이후 여성 참가자는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고,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는 여성 선수 참여 비율이 40.3%,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45.2%를 기록하며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첫 아테네 올림픽 이후 125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2021년 7월 23일, 막을 올린 2020 도쿄올림픽의 여성 참가자 비율은 48.5%를 기록했다. 비로소 1대 1에 근접한 성비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도쿄올림픽은 남녀 선수 성비 균형을 맞춘 첫 ‘성평등 올림픽’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여성 참가자 수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올림픽 여성 종목도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비록 남성만을 위한 올림픽에서 출발했지만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올림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번 도쿄올림픽 개막에 앞서 "여성 참가자 비율이 48.8%’(최종발표  48.5%)"라면서 "대회 사상 첫 번째 성평등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성평등 정신을 강조한 IOC 방침에 따라 ‘성평등 올림픽’을 만들기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주관방송(OBS) 그리고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주체적인 노력과 변화가 돋보이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나타난 변화

출처 : 올림픽 공식SNS
출처 : 올림픽 공식SNS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올림픽 개회식 공동 기수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사상 최초로 모든 참가국이 ‘남녀 공동 기수’를 앞세워 입장해야 한다고 공고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번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이례적으로 전 참가국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공동 기수를 앞세워 입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서자의 성비 역시 1대 1로 맞추기 위해 기존 3명으로 구성되었던 선서자를 6명으로 확대해 선수 2명, 심판 2명, 코치 2명 등 6명이 선서자로 나섰다. 

유니타드를 착용한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 / 출처 : 'pauline_schaefer' SNS
유니타드를 착용한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 / 출처 : 'pauline_schaefer' SNS

선수들 역시 ‘성평등 올림픽’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체조 예선에 참가한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은 수영복과 다름없는 노출형 ‘레오타드’ 유니폼을 거부하고 몸통에서 발목까지 덮는 형식의 ‘유니타드’ 유니폼을 착용했다.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이 기존의 노출형 유니폼을 거부하고 새 유니폼을 착용한 것은 이번 예선전이 처음은 아니었다. 앞선 23일 열린 연습경기에서도 새로운 ‘유니타드’ 유니폼을 착용한 바 있었다.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의 ‘엘리자베스 자이츠’ 선수는 연습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여성,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을 입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존 유니폼을 더는 입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유니폼을 선택할지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매일 바뀔 것이며, 경기 당일 무엇을 입을지는 그날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독일 체조 연맹은 달라진 유니폼 착용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불편함 없이 자신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여성 체조 선수들이 기존의 노출형 유니폼을 거부한 것은 단지 불편함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체조, 수영, 비치발리볼, 육상 등 노출이 많은 경기복을 입는 여성 선수들이 불법 촬영의 타깃이 되어온 것이 그 배경이었다. 실제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다나카 리에’ 전 일본 국가대표 체조 선수는 경기가 끝난 이후 "자신이 주간지 섹시녀가 되어 있었다"라며 불쾌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국제체조연맹에 따르면 경기에서 반팔 소매 및 긴 소매와 다리를 가리는 유니폼을 착용하는 것은 모두 허용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선수들이 노출 없는 유니폼을 착용하는 것은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체조계로 인해 노출형 레오타드 유니폼을 입는 관행이 이어져온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여성 체조 선수들이 성적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그리고 선수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기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출 없는 유니폼 착용에 앞장선 독일 체조 선수들의 모습이 빛난 2020 도쿄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중계 방식에 있어서도 성평등 정신을 지키기 위한 변화가 생겨났다. 국제올림픽위원화(IOC)가 이번 올림픽 중계 방식에 있어서 ‘성적으로 평등하고, 선수의 외모나 유니폼, 신체 부위 등을 불필요하게 강조하지 말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올림픽 주관 방송(OBS)의 대표이사 야니스 이그재르커스는 "선수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 하는 등의 장면들이 예전에는 가끔 나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중계 방식에 있어서도 성평등 정신을 지키기 위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탁구 혼합복식 경기모습 / 출처 : 올림픽 공식SNS
탁구 혼합복식 경기모습 / 출처 : 올림픽 공식SNS

다양한 남녀 혼성 종목의 추가 역시 인상적이었다. 성평등 가치를 올림픽에 반영하겠다는 IOC의 기조 아래 여성 경기와 혼성 경기가 신설된 종목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총 9개 종목에서 혼성경기가 펼쳐졌고, 이번 도쿄에서는 9개가 추가되어 총 18개의 종목에서 혼성 경기가 열리게 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효자종목 중 하나인 양궁에서도 남녀 혼성 종목이 추가되었고, 수영에서도 여자 자유형 1500m, 혼성 혼계영 4X400m가 신설되었다. 탁구에서는 혼합복식이 새롭게 생겨났고 그밖에도 유도 혼성 단체전, 트라이애슬론 혼성 단체 계주, 육상의 4X400m 혼성계주 등이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개최될 예정이다. 더불어 사격에서는 50m권총, 50m 소총 복사, 더블트랩 등 3개의 남성 종목이 폐지되었고, 대신 10m 공기권총, 10m 공기소총, 트랩에서 혼성 종목이 신설되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올림픽 내,외적인 부분에서 ‘성평등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변화들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온전한 ‘성평등 올림픽’이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곳곳에는 우리가 극복하지 못한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할 문제

성평등 올림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IOC 집행위원 성비 불균형 문제’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IOC 집행위원 중 여성의 비율은 약 33.3%로 현저히 낮은 상태이며, 지금까지 여성 위원장이 선출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모리 요시로 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샤사키 히로시 전 총괄 책임자가 공식 석상에서 여성 혐오 발언을 해 사퇴, 해임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었다.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급속히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사건의 발생은 여성 집행위원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고, IOC집행위원 성비 불균형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한다는 메세지를 남겼다.

더불어 33세인 맨디 부졸드 선수가 임신과 출산 문제로 실격 당할 뻔 했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여성 선수들의 산후 실격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부졸드는 판아메리칸 게임 2회 우승, 캐나다 전국 챔피언을 11차례나 차지한 세계 최고의 여자 플라이급 권투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2018년 자신의 딸을 출산하기 위해 복싱을 쉬게 되었고, 이번 2020도쿄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링 위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도쿄올림픽행은 너무나 험난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도쿄올림픽 예선전이 취소되면서 IOC가 북미와 남미 선수들에게 2018년과 2019년 중 3개 대회의 순위 결과를 출전자격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부졸드의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복싱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 이에 부졸드는 임신 직전 세계 8위의 기록과 미주 2위를 기록했던 순위를 출전 자격으로 인정해달라며 항소했고, 힘겨운 투쟁 끝에 결국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부졸드의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예선 기간 동안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회복을 하는 여성 선수들을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노력과 성과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한 순간 물거품이 된다면 여성 선수들은 가족으로서도, 선수로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 선수들의 인생에 있어서 좌절과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여성 선수들의 산후 실격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밖에도 성차별적 언론 보도 문제 등 아직 완전한 성평등 올림픽이라고 평가하기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나타난 변화들은 우리가 향후 성평등 스포츠, 성평등 올림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줬다. 경기력과 상관 없는 선수들의 외모, 여성성 혹은 남성성 부각은 멈추고, 스포츠의 성평등화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할 때가 왔다. 올림픽이 더이상 성상품화의 무대가 되지 않고 모두에게 평등한 스포츠 축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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