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스트리밍 전성시대.. 조회수 보증수표 '옛날 예능'
무한 스트리밍 전성시대.. 조회수 보증수표 '옛날 예능'
  • 김민서 기자
  • 승인 2021.08.02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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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추억 소환하는 유튜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민서 기자 =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예능이 ‘클립 영상’으로 돌아왔다. ‘클립 영상’이란 한 프로그램의 분량을 나누어서 재미있거나 일부분만 편집하여 짧은 영상 형태로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사의 '옛날 예능'의 일부를 짧게 편집한 클립 영상을 제공하는 방송사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MBC의 ‘오분순삭’, ‘옛날 예능’, ‘옛날 드라마’, SBS의 ‘빽능’, ‘빽드’, KBS의 ‘옛날티비’, ‘깔깔티비’가 있다.

 

옛날 예능 전성시대

MBC ‘오분순삭’에서는 ‘지붕뚫고하이킥’,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편집하여 업로드하고 있다. 과거의 예능이나 드라마를 5분 언저리 영상으로 짧게 편집하는 것이다. 제공 영상 자체가 사실상 5분이 넘는 경우도 많고, 다양한 영상이 제공돼 시청자들은 "5분 보려다 500분 빼앗겼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유행어 ‘무야호’도 이러한 클립 영상에서 탄생했다. 10년 전 ‘무한도전’에 출연한 일명 무야호 할아버지(최규재)씨의 영상이 짧게 편집되어 공개됐고, 많은 패러디를 양상하는 밈(MEME)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KBS는 ‘크큭티비’, ‘깔깔티비’를 통해 대표적인 추억의 프로그램인 ‘1박 2일’,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 ‘공포의 쿵쿵따’ 등의 예능을 제공하고 있다. KBS 아카이브 속 스타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정리하여 보여주는 채널 '인물사전'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요대축제 무대 모음집(KBS방송)’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SBS '빽능' 유튜브
출처: SBS '빽능' 유튜브 채널

SBS는 옛 예능 프로그램은 ‘빽능 – 스브스 옛날 예능’, 드라마는 ‘빽드 – 스브스 옛날 드라마’로 드라마와 예능을 분리하여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빽능은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런닝맨’, ‘패밀리가 떴다’, ‘X맨’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빽드’는 ‘야인시대’, ‘자이언트’, ‘완전한 사랑’, ‘연애시대’, ‘쩐의 전쟁’, ‘신기생뎐’ 등 과거에 유행했던 드라마의 모든 편을 제공해주어 정주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렇듯 모든 방송사가 과거 자사의 프로그램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찾아가는 콘텐츠 시대

과거에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시청자가 TV 앞으로 가야만 했다. 방송을 놓치게 된다면 재방송을 보거나 불편한 경로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OTT 서비스가 생겨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게 되는 무한 스트리밍 시대가 시작되었다. 유튜브부터 다양한 OTT 플랫폼까지 등장하며 더 이상 시청자가 TV로 찾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콘텐츠가 시청자를 찾아가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튜브 시대에 늦게 반응한 방송사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레전드 프로그램'을 꺼내들었다. SNS에서 짧게 편집된 '옛날 예능' 영상이 인기를 얻는 것에 반응한 것이다. 원 소스를 갖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그러한 시대 흐름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방송사들은 기존 영상을 현재 감성에 맞추어 재탄생 시키는 작업에 나섰다. 화려하고 유행어를 곁들인 썸네일, 자막, 빠른 속도의 편집은 과거와 현재의 웃음 포인트를 연결했다. 댓글과 타임라인(영상 시간 기록)을 통해 각자의 웃음 포인트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은 마치 친구들과 함께 TV를 시청하는 듯한 기분까지 선사했다. 한 편의 '옛날 예능' 영상이 과거와 현재, 전혀 모르는 타인과 나를 동시대의 친구로 연결하는 것이다. 

과거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은 소재나 내용 전개의 영향도 있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시청자에게 오히려 예전 예능이 담백하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한 시청자는 "요즘은 이런 거 왜 안 없는지 아쉽다"라며 "1시간 동안 1초도 안 비우고 폭소할 수 있다는 거 오랜만에 알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연예인의 좋은 집, 차, 홈파티 같은 모습이나 연예인이 좋은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는 모습 정도만 볼 수 있어서 아쉽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OTT 서비스와 플랫폼의 확장으로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영상을 시청하는 시대가 됐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만큼 콘텐츠도 쉴새없이 쏟아지는 중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방영됐던 예능이나 드라마가 새롭게 제작되는 콘텐츠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옛날 예능'이 비슷한 소재와 흐름에 지쳐 있는 대중을 사로잡고, 새로움을 선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게다가 그것이 하나의 '밈(Meme)'이 되어 또 다른 유행과 콘텐츠가 탄생하는 것도 콘텐츠 산업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보다 과거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콘텐츠 산업의 미래에 있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어느새 '조회수' 보증수표가 된 '옛날 예능'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시청자를 새롭게 사로잡을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방송사와 제작사, 산업 전체가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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