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보다 매력적인 빌런의 이야기에 주목하다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빌런의 이야기에 주목하다
  • 최은규 기자
  • 승인 2021.08.0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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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영화들의 연이은 흥행

원작을 뛰어넘는 색다른 매력

관객들에게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악역이 성공할수록 작품도 성공한다"라고 말했다. 악역은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역할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악역을 '빌런'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악당이라고 알고 있는 '빌런(villain)'은 고대 로마의 농장 '빌라(villa)'에서 차별과 곤궁에 시달리다 결국 상인과 귀족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폭력을 휘두른 농민들을 뜻하는 '빌라누스(villanus)'에서 유래되었다. 이처럼 빌런은 아픈 과거들로 인해 악당으로 변한 인물, 또는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평범한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괴짜를 말한다.

예전 빌런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주는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연보다 큰 인기를 얻어 빌런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게다가 큰 사랑을 받는 경우도 많다. '착한' 주인공이 아닌 '빌런' 영화들이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몰랐던 빌런의 색다른 매력

매번 반복되는 스토리에 지루함을 느끼고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관객들에게 빌런 영화는 원작에서 주인공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빌런의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관객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스토리에 지루함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찾는 관객들은 빌런의 색다른 매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2014년 개봉한 빌런 영화 <말레피센트>는 월트 디즈니 픽처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마녀의 시점에서 각색한 영화이다. 관객들은 디즈니 최초로 악녀를 주인공으로 제작한 사실에 대해 흥미를 보였다. 말레피센트는 관객들이 예상했던 원작의 마녀와 명백히 다른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관객을 매료시켰다. 이렇게 원작의 틀을 깨는 방법은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한 관람객은 "인간의 악한 면과 마녀의 선한 면을 보여줌으로써 선한 사람도 얼마든지 욕심 많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더 와닿았다. 기존의 전형적인 동화를 색다르게 표현한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2018년 개봉한 <베놈>은 2007년에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3>에 등장하는 빌런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로, 마블 최초 빌런 주연 영화이다. <스파이더맨 3>의 베놈은 어둡고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되었다면, 2018년의 베놈은 행동은 과격하지만 보다 귀엽고 친근한 말투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이런 장면들에 대해 관객들은 "베놈의 색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회적 현실을 들여다보다

영화 감독들은 영화 속에 사회적 현실을 자주 반영한다. 특히 빌런 영화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빌런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그들이 마주하는 사회적 편견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관객들은 영화 속 배경을 현실과 연결해 감독이 어떤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지 찾고 빌런의 이야기와 상황에 공감해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빌런의 탄생에 깔려 있는 환경적인 조건들 즉,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따라가다 보면 사회적 문제를 찾게 된다"며 "빌런이 하는 행위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내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약자에 대한 혐오나 인종차별 등의 문제에 대중이 공감하기 때문에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예로,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조커>가 있다. 이 영화는 조커가 등장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조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주인공이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코미디언을 꿈꾸는 광대인 아서 플렉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며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자신을 폭행한 남자들에게 총을 쏴 죽이게 되고 그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자유의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때부터 아서는 광대 분장을 한 채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러 다니며 점점 조커가 되어간다.

이 영화는 배려 없고 냉담한 사회적 분위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내었고 그에 따른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자세히 묘사해 '악당이 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관객들이 빌런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공감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극찬받았다. 주연을 맡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202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관객들은 "악당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 납득을 시키는 영화다. 본성이 좋든 나쁘든 환경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표현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사람이 조커가 되는 과정이 이해된다는 것이 소름끼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빌런으로부터 얻는 대리만족

현실 속 사람들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지쳐 착하기만 한 역할에 이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빌런들은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대로 행동하며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사회적 금기를 깨기도 한다. 관객들은 일상생활에서 절대 못 할 일을 영화 속 빌런이 대신 해주니 대리만족과 쾌감을 느낀다. 또한, 빌런들이 자신을 방해하는 무리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통쾌함을 주기까지 한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크루엘라>의 빌런 크루엘라는 통제되고 바른 행동만 하는 자아인 '에스텔라'와, 어딘가 삐딱하고 문제를 일으키지만 자신의 분야인 패션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열정 가득한 '크루엘라' 사이에서 갈등하다 크루엘라를 선택한다. 이처럼 두 자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하는 현대인들은 크루엘라에게 부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과감한 선택을 본받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후기에는 "크루엘라는 조커와는 다른 매력적인 악당이다. 조커는 밑바닥으로 추락하면서 빌런이 되지만 크루엘라는 정상을 찍으며 빌런이 된다", "크루엘라가 내 최애 캐릭터가 되었다. 빌런이지만 본받고 싶은 점이 많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사람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빌런 캐릭터에 계속해서 열광한다. 빌런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져 더욱 다양한 빌런 영화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빌런 영화는 사회적으로 외면받고 있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새로운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다양한 분야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동시에 관객들의 의견은 어떤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탄생하길 바라며 앞으로 어떤 빌런들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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