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020 도쿄올림픽.... 되돌아보는 올림픽 정신
굿바이 2020 도쿄올림픽.... 되돌아보는 올림픽 정신
  • 박주광 기자
  • 승인 2021.08.11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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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이란?

올림픽의 가치(Respect)

올림픽 정신의 위반

출처 : 도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출처: 도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주광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이 폐막했다. 그리고 올림픽의 시작부터 끝까지 "악수 거부한 이동경, 올림픽 정신 잊은 듯", “메달보다 빛나는 김연경의 우정…이것이 올림픽 정신” 등과 같은 ‘올림픽 정신’과 관련된 기사가 수없이 보도됐다. 각종 매체를 통해 승부를 초월한 페어플레이와 패자에 대한 승자의 배려, 그리고 승자에 대한 패자의 축하 등이 보도되면서 ‘올림픽 정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 개최로 올릭픽은 32회를 맞았다. 우리는 '올림픽 정신'이라는 단어를 올림픽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끊임없이 보고 듣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과연 ‘올림픽 정신’이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올림픽 정신이란?

‘올림픽 정신’은 명확하게 “이것이다”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림픽을 상징하는 구호나 가치, 원칙 등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올림픽 정신’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 ‘올림픽 정신’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의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win, but to take part)”라는 말로 대표되는 개념이다. 즉 경기에서 어떤 메달을 따는가, 몇 등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기에 참여해 선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극복하는 그 과정 자체를 중요시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4일 대회 여자 육상 7종 200m 도중 빠르게 질주하던 카타리나 존슨-톰슨(영국)이 갑자기 쓰러졌다.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1위의 기록은 23초였다. 그러나 존슨-톰슨은 무려 93초간 레이스를 펼쳤다. 치료를 위해 경기위원회에서 휠체어를 가져왔지만, 그는 거부하고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레이스를 재개했다. 심지어 속도를 내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고 남은 80m 마저 통과했다. 최선의 노력을 보이며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살렸다. 트랙에서 쓰러지며 레인을 이탈해 결국 실격처리됐지만 도전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감동의 레이스였다.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선 쓰러진 두 선수가 서로를 일으켜 함께 결승선을 통과해 감동을 자아냈다. 400m 트랙 두 바퀴를 도는 경기 막바지 스퍼트를 올리던 차, 아이제아 주윗(미국)이 속도를 높이던 중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뒤를 따르던 나이젤 아모스(보츠나와)와 뒤엉켰다. 그 사이 다른 선수들은 빠르게 그들을 치고 나갔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둘은 이내 함께 일으켜 세워주며 미안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나란히 선 채로 결승선을 함께 통과했다. 주윗은 2분 38초 12, 아모스는 2분 38초 49. 1위보다 1분 가까이 늦은 기록이었지만 감동의 크기는 작지 않았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이 다가와 이들을 격려했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계자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주윗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하루의 마지막에는 결국 영웅이 돼야 한다”며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이 밖에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 수영 경기에서 끝까지 역주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기니의 에릭 무삼바니(Eric Moussambani),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 경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게 감동을 준 마이클 에디 에드워즈(Michael Edward) 등 최선을 다하는 '올림픽 정신'은 대회 역사 내내 이어져왔다.

 

올림픽의 가치(respect)    

둘째,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value) 역시 ‘올림픽 정신’으로 얘기한다. ‘뛰어남(excellence, 최선을 다하는 마음)’, ‘우정(friendship, 스포츠를 통한 상호 이해의 확대)’, ‘존중(respect, 자신과 상대방, 규칙, 환경 등)’ 등은 올림픽이 추구하는 세 가지의 가치로 불린다. 또한, 이러한 가치들을 통해 평화로운 세계와 인류의 공동행복을 추구하는 것 역시 ‘올림픽 정신’과 부합된다.

한국 유도 국가대표 조구함이 보여준 매너에 세계는 극찬을 보냈다. 조구함은 지난달 29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유도 남자 100㎏ 결승전에서 상대인 애런 울프와 연장전까지 간 끝에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조구함은 승자인 울프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조구함은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어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아쉬움이 크겠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밝게 웃으며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상대가 강했다. 패배를 인정한다"며 "다시 일어나 챔피언 자리에 도전하겠다.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동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태권도에선 이대훈과 이다빈 모두 승자에게 엄지를 세웠다. 한국의 태권도 간판 이대훈은 지난달 25일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솨이에게 패했다. 2012 런던올림픽부터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이대훈이 메달을 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지막 올림픽이었기에 아쉬움이 특히 클테지만, 그는 자오솨이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덩달아 그가 2016 리우올림픽 때 보여준 매너도 재조명됐다. 이대훈은 당시 68㎏급 8강전에서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져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아부가우시의 손을 번쩍 올렸다. 패자부활전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은 인터뷰에서 "승자의 기쁨을 극대화하는 게 선수로서 해야 할 도리이자 예의"라며 자신이 승자를 축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다빈은 지난달 27일 같은 경기장에서 진행된 여자 67㎏ 초과급 결승전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에게 패해 은메달을 땄다. 이다빈은 패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만디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금메달감 매너를 선보였다. 만디치도 이다빈의 매너에 예의를 갖췄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올림픽의 가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올림픽 정신의 위반 

스포츠 정신으로 올림픽을 화려하게 빛낸 선수들이 있다면, 반대로 이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선수도 많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일부 선수와 언론은 전 세계를 실망하게 했다. 지난달 27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김소영-공희영 선수와 겨룬 중국의 천칭천-자이판 선수의 경기가 그랬다.

천칭천은 경기 도중과 종료 후 '워차오(我操)'라고 크게 외쳤다. 기합소리인 줄 알았지만, 영어로 'F×××'에 해당하는 심한 중국어 욕을 한 것이다. 대만 누리꾼들은 천칭천이 워차오 외에도 어머니를 모욕하는 욕설을 했다며 "경기 내내 욕설이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과는 커녕 중국 언론은 한국의 김연경을 끌어들이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중국 매체들은 리우올림픽 배구 경기에서 김연경이 욕설한 것을 지적하며 "한국 사람들은 김연경이 욕을 한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일본 서핑 선수인 이가라시 가노아는 자신과 붙었던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를 대놓고 조롱했다. 브라질 팬들이 이가라시의 승리에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고 비판하자, 이가라시는 트위터에 "떠들어라, 울어라 울어. 난 행복해. 하하하"라는 글을 남겼다. 또 브라질의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로 비꼬는 글도 남겼다. 이가라시는 논란이 커지자 하루 만에 "참을성이 없었다"며 사과했지만, 그가 딴 은메달의 빛은 퇴색된 뒤였다.

사진 = 멕시코 소프트볼 국가대표 유니폼이 쓰레기봉투에 담긴 모습                       (출처: 브리안타 타마라 트위터)
멕시코 소프트볼 국가대표 유니폼이 쓰레기봉투에 담긴 모습/ 출처: 브리안타 타마라 트위터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호주 국가대표 선수 중 일부는 선수촌 방 벽에 구멍을 내거나 토사물을 남기고 떠났다고 전했다. 또 호주 럭비·축구 대표선수들은 귀국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기내 화장실에서 토한 뒤 치우지 않았다고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멕시코 소프트볼 대표팀은 선수촌을 떠나면서 유니폼과 운동화, 글러브를 버렸다. 멕시코의 한 복싱 선수가 지난달 29일 쓰레기통에 버려진 이들의 유니폼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비난이 쏟아지자 멕시코 소프트볼 대표팀은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굿바이 TOKYO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메달 순위 종합 16위에 올랐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19위(금1·은1·동4), 2000년 시드니 대회 12위(금8·은10·동10)에 이어 메달 순위 10위 내에 들지 못한 결과가 됐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는 메달 그 이상의 가치를 얻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여느 때와 달리 빛나는 '4위'에 대한 박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이끈 여자 배구를 비롯해 육상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남자 우하람, 배드민턴 여자 복식 이소희-신승찬, 근대5종 정진화 등 '감동의 4위'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전에는 '은메달'을 따내고도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이게 올림픽이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라는 반응이 쏟아졌고, 국민의 정서와 시대가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메달'보다는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했고 성취와 만족감을 느꼈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었다.

사상 유례없는 상황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은 사실 완주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그 정도로 쉽지 않은 대회였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 지치지 않고 땀방울로 '올림픽 정신'을 실현한 선수들에게 더 큰 박수가 쏟아진다. 

문 대통령은 SNS 메시지를 통해 "여전히 어려운 시기에 열린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정직한 땀방울을 통해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다"고 격려했다. 이어 한국 선수단이 이번 올림픽에서 20개의 메달을 획득해 실력을 증명해 보였다고 평가한 데 이어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메달을 못 땄어도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2020 도쿄올림픽은 끝났다. 그러나 '올림픽 정신'을 다시 한번 만날 기회가 있다. 바로 24일부터 내달 5일까지 열리는 패럴림픽이다. 패럴림픽에서는 또 어떤 멋진 올림픽 정신이 실현될지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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