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해야한다면 당당하게, "앞광고" 트렌드
어차피 해야한다면 당당하게, "앞광고" 트렌드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1.08.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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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받던 PPL의 변신

앞광고로 호의적 반응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민지 기자 =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솔직하고 당당하게 하자” 대놓고 광고임을 밝히는 신개념 PPL인 ‘앞광고’를 내세우고 있는 방송가의 마인드다. 최근 들어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한 방송 컨텐츠에서 PPL을 대놓고 드러내는 ‘앞광고’가 시청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불러오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극본 정보훈/연출 조영광)이다. 극 중 아이들이 훈련이 끝난 후 방에 모여 치킨을 먹으며 “대박. 이 치킨 짱 맛있지 않냐? 인정?" 이라는 말을 하자 극중 한 등장인물이 이들에게 "근데 너희 누구한테 얘기해?" 라고 묻는다. 해당 질문을 들은 아이들은 일제히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며 마치 TV앞에 앉아 있는 시청자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듯 정면을 빤히 쳐다본다. 화면 밖 시청자들을 겨냥한 PPL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밝힌 것이다. 색다르고 재밌는 PPL 장면에 시청자들은 ‘너무 귀엽다’, ‘역시 라켓소년단이 PPL맛집이네’ 등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큰 화제가 되어 성공적인 앞광고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출처 : 티빙 공식 홈페이지
유퀴즈온더블럭/ 출처 : tvN

드라마 ‘라켓소년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능 방송에서도 앞광고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앞광고를 내세우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앞광고를 내세워 왔다. 방송 도중 "잠시 제작비 좀 벌고 오겠습니다"라는 자막을 띄우며 당당하게 광고 화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PPL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상황에서 조세호가 고기를 썰려고 하자 유재석이 "이건 내가 썰어야 해"라며 PPL 계약 조건을 대놓고 언급하기까지 한다. 재미와 웃음을 위해 시청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놓고 광고를 하고 있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느끼거나 화를 낼 법도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상과는 정 반대였다.

유퀴즈 애청자인 이영현(21)씨는 "처음 봤을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차라리 저렇게 대놓고 하는게 어색한 분위기를 피할 수 있어 지켜보는 시청자도 편한 것 같다"며 "PPL도 재밌게 보여주니 그 모습이 밉지 않고 오히려 프로그램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웃음으로 승화되는 PPL 장면에 시청자들은 분노 대신 즐거움을 느끼며 이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환영 받는 PPL

사실 PPL이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PPL은 항상 ‘피하고 싶은 것’, ‘은밀하게 숨겨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대상이었다. 극의 흐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골적이고 과도한 PPL이 드라마, 예능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화면 속’에 배치하는 것이 바로 PPL이기 때문에 PPL은 항상 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등장해야 했다. 방송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더 깊게 몰입하는 순간, 극의 흐름을 완전히 깨뜨리는 PPL이 등장해 이를 지켜보는 많은 시청자들이 분노와 불쾌감을 느낀 것이다. 

실제로 2020년 SBS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의 경우, 치킨, 커피, 빵, 화장품 등 다양한 PPL 상품을 근접촬영하여 과도하게 부각해 드라마의 맥을 끊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아니라 마치 1시간짜리 광고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건 PPL뿐"이라는 등의 비판적 반응을 보였고, 결국 해당 드라마는 과도한 PPL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인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기존의 PPL은 방송에 적절하게 녹아 들어가지 못한 채, 모두의 미움을 받는 대상일 뿐이었다. 모두가 꺼리는 미움의 대상이었던 PPL을 ‘시청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바꾸어 준 것이 바로 최근 등장한 ‘앞광고’ 트렌드이다.

 

앞광고, 탄생 계기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PPL 문제를 해결하고, 시청자를 웃게 만들어준 ‘앞광고’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앞광고의 탄생 배경은 2020년 ‘뒷광고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튜브가 크게 성장했고,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많은 연예인들까지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유명인들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은 유명인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보며 삶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유명인들의 영상에서는 이들이 착용한 의류 그리고 먹은 음식 등 모든 것들이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유명인들은 자신의 영상에 보여지는 제품들을 마치 자신이 매일 착용, 이용하는 제품인 듯 보여주었고, 심지어 ‘내 돈 주고 내가 산(내돈내산) 제품, 정말 추천해요’ 라는 주제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해당 영상을 본 수많은 시청자들은 영상을 본 후 영상에 등장한 제품을 구매했다. 즉, 유튜브 영상에 제품이 비춰지는 것이 엄청난 상품 홍보효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상 속에서 유명인들이 ‘자신의 돈을 주고 산 제품’이라고 소개했던 것들이 모두 특정 기업으로부터 일정 대가를 받고 영상에 비춰진 ‘광고’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광고비를 제공 받고도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것처럼, 혹은 제품만 무료로 협찬 받은 것처럼 시청자들을 속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상품들이 모두 ‘광고’ 상품이라는 사실을 동영상, 더보기 란 등 그 어느 곳에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돈내산’인줄 알았던 모든 것들이 알고 보니 특정 대가를 받고 보여준 ‘뒷광고’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자 많은 유튜버들이 자진하여 사과문을 올렸고, 방송 활동을 그만두기도 했다. 이러한 ‘뒷광고’ 논란은 광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바로잡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이로 인해 ‘명확한 광고 표시의 중요성’ 그리고 ‘광고의 투명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뒷광고’ 논란을 바탕으로 결국 ‘어차피 명확하고 투명하게 광고해야 한다면, 아예 솔직하게 보여주자’는 마인드에서 ‘뒷광고’의 정반대 개념인 ‘앞광고’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해야한다면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정면승부해서 이를 오히려 재밌게 보여주자는 제작진들의 생각이 드라마 ‘라켓소년단’,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등의 ‘앞광고’ 연출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라켓소년단의 제작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에 PPL을 어떻게 녹일지 고민했다. PPL을 안할수 없다면, (드라마 속) 또래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이를 본 또래 시청 시청자들이 재밌게 받아 칠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PPL이 어쩔 수 없다면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영리하게 녹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라켓소년단>은 좋은 예"라고 말하기도 했다.

 

PPL, 앞으로는 어떻게?

다소 예민하고 까다로운 분야인 PPL은 피하고 싶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더욱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고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고, 재정적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 등을 노출, 광고함으로서 부수적인 이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PPL이 불가피한 문제라면, 우리는 계속해서 PPL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피는 비판적인 시각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2020 뒷광고 논란’이후 공정위가 2020년 9월 1일부터 ‘추천, 보증 등에 대한 표시, 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꾸준히 살피고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즉각 대응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야 할 것이다. ‘2020 뒷광고 논란’과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광고에 대한 경각심과 심도 있는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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