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쿄올림픽’에 열광한 이유, ‘원팀이기에'
우리가 ‘도쿄올림픽’에 열광한 이유, ‘원팀이기에'
  • 박주광 기자
  • 승인 2021.08.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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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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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주광 기자 = '팀 코리아’의 경기는 코로나, 폭염에 지친 국민께 시원한 바람이었다. 메달 기록은 다소 저조했다고 하지만, 경기 내용이나 과정 자체가 훌륭한 경기가 많았고,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팀 스포츠가 빛났던 ‘원팀’의 매력은 우리가 이번 ‘도쿄올림픽’에 열광한 이유였다.

올림픽 시작 전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여자 배구 대표팀, 양궁 강국이라는 부담감과 선수별 나이차가 심해 소통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양궁 대표팀, 지난해 코로나 19 여파로 훈련조차 실시하지 못한 펜싱 대표팀,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연습장이 없어 훈련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럭비 대표팀. 이번 기사에서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원팀'으로 빛났던 위 4개 종목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4강 신화의 ‘여자 배구 대표팀’

'2020 도쿄올림픽'에서 국내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본 경기는 여자 배구 준결승전으로 나타났다. 시청률 조사기업 TNMS에 따르면 지상파 3사에서 동시 중계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과 브라질 대표팀의 4강전은 평균 전국 가구 시청률 총합 36.8%를 기록했다.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린 배구팀을 향한 뜨거운 국민적 응원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응원에 힘입어 주장 김연경을 필두로 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4강 무대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모든 선수들이 매경기 투혼을 발휘하는 '원팀'의 정신이 돋보였다.

조별리그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뒀고, 8강에서는 '강호' 터키를 꺾고 2012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준결승전 티켓을 따냈다.  4강에서 세계랭킹 2위 브라질에 패해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 대표팀 선수들은 전력상의 열세가 계속됐으나 시종일관 '원팀'을 강조하며 집중력을 발휘했다. 마지막 올림픽에 나선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에 선수들이 똘똘 뭉쳤고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여러 차례 펼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줬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아름다운 4위", "최고의 원팀", "졌지만 잘 싸웠다" 등 격려를 보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인스타그램 공식 한국어 계정에도 "올림픽 내내 멋진 경기 펼쳐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여자배구 최고", "우리 선수들 4강 신화 정말 멋져. 나의 캡틴, 우리의 캡틴 올림픽 마지막날까지 응원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등도 어마어마해요 그동안 고생많으셨어요. 한국 여자배구 최고" 등 댓글 수천개가 달렸다.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경기가 끝난 이후 "아쉽다"라면서도 "사실 누구도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지 예상하지 못했고, 우리 자신도 이렇게까지 잘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경기에 관해선 후회하지 않는다"는 소감을 밝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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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조화 '남자 양궁 대표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 나선 한국 선수단은 팀 구성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17세에 불과한 김제덕과 40세의 오진혁이 한 팀으로 뭉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29세의 김우진까지 하나의 팀에 10대와 20대, 40대가 모였다. 자칫 서먹할 수도 있는 라인업이 완벽하게 하나로 뭉쳐 기세를 올렸다.

혼성 단체전에서 우렁찬 구호로 관심을 모았던 김제덕은 무려 23살 위 대선배의 등 뒤에서 “오진혁 파이팅”을 스스럼없이 외쳤고, 오진혁과 김우진도 막내의 응원 속에 힘을 냈다. ‘세대 간 갈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3세대가 만들어낸 팀워크는 경기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여자부에 비해 상대와의 전력차가 비교적 적은 데다 태풍 전조로 불어오는 거센 바람으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세 사람이 뭉쳐 함께 이겨냈다.

일본과의 4강전은 한국의 팀워크가 빛난 순간이었다. 오진혁과 김우진의 활약 속에 4-2로 앞서가던 남자 양궁대표팀은 아쉽게도 일본에 네 번째 세트를 내주며 4-4 동점이 돼 슛오프 세 발의 화살로 승부를 가르는 피말리는 상황을 맞았다. 그리고 ‘강심장’ 막내가 힘을 냈다. 슛오프 두 번째 사수로 나선 김제덕이 멋진 ‘엑스텐’을 해낸 것이다. 김제덕의 이 화살은 승부를 결정지었다. 슛오프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두 개의 9점과 한 개의 10점을 쏴 28점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김제덕의 이 화살이 중심부에 가장 가까워 승리했던 것이다. 기세를 탄 한국은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는 두 번째 세트에서 6번의 화살을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는 ‘퍼펙트 세트’를 만들어냈다. 

세 사람도 이날 자신들이 보여준 팀워크를 자랑스러워했다. 경기 뒤 김우진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진혁이 형도 젊은 세대와 잘 어울리고, 제덕 선수도 스스럼없이 파이팅을 외쳐주었기에 팀워크가 완벽했다”고 밝혔다. 김제덕도 “올림픽에 와서 형들이 같이 게임도 많이 하고, 응원도 하면서 편하게 해주셨다. 형들의 배려에 감사를 표했다.

 

 

단체전 4종목 모두 메달 획득 " 펜싱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펜싱대표팀은 2020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각각 1개, 동메달 3개를 거머쥐었다. 대회 첫날 남자 사브르 김정환(38·국민체육공단)이 동메달을 따내며 유일한 개인전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후 개인전 메달은 나오지 않았지만, 출전권을 따낸 단체전 4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거머쥐며 펜싱 코리아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27일 여자에페대표팀(강영미-최인정-송세라-이혜인)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단체전 메달이 쏟아졌다. 28일 남자사브르대표팀(김정환-구본길-김준호-오상욱)이 이번 대회 펜싱 종목 첫 금메달을 선물하며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유감없이 뽐냈다. 기존에도 세계적인 실력을 뽐냈던 김정환과 구본길, 오상욱 외에도 교체선수 김준호까지 날렵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원팀의 가치를 보여줬다.

29일 남자 에페(권영준-송재호-마세건-박상영)는 이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특히 중국과 동메달결정전을 승리로 이끈 과정에서 2016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 종목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에게만 의존하지 않은 팀플레이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30일 열린 여자 사브르(김지연-최수연-윤지수-서지연)의 동메달은 이번 대회를 수놓을 명장면 중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다. 동메달결정전 상대 이탈리아에 15-25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45-42로 뒤집은 저력은 실로 놀라웠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을 언급한 김지연(서울시청)은 본인의 손으로 동메달을 확정하며 그림 같은 피날레를 장식했다.

펜싱 대표팀의 이러한 활약에는 ‘원팀’의 끈끈함이 크게 작용했다. 남자사브르대표팀이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하기 직전에도 김정환이 피스트 위에 서 있던 오상욱에게 “(네 실력을) 의심하지마”라며 힘을 북돋웠고, 여자에페와 사브르, 남자에페대표팀도 단체전 경기 내내 하나로 뭉쳤다.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선수들도 피스트 위에서 싸우는 전사들과 한마음이 됐다. 김정환은 “훈련할 때부터 누가 언제 막힐지 모르니, 누군가 멘탈이 무너지면 다른 선수들이 잡아주자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꼴찌' 럭비 대표팀

원팀의 가치는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빛난 것이 아니다. 5전 5패로 첫 올림픽을 마감한 한국 럭비 대표팀은 ‘아름다운 꼴찌’로 찬사를 받았다.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럭비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12개 나라 중 1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예상했던 성적이지만 과정은 기대 이상으로 준수했다. 올림픽 데뷔전에서 준우승팀 뉴질랜드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호주전에서도 트라이 득점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이라이트는 한일전이었다. 11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한국은 끈끈한 조직력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발휘했고, 19득점을 기록했다. 패하기는 했지만 일본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저력을 선보였다. 비록 세계 수준과 실력차는 현격했지만 ‘하나가 되면, 하나가 되는 순간 정점으로 간다’는 슬로건 속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이미 패배가 굳어진 순간에도 마지막 종료 직전까지 1점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몸을 부딪히고 그라운드를 뒹굴며 감동을 선사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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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1년이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열리기는 했지만 도쿄올림픽은 대한민국 전체를 '원팀'으로 엮었다. 코로나19 이전 월드컵, 올림픽 축구 경기 당시와 같은 거리 응원은 없었지만 국민들은 TV, 인터넷 등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며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원팀’으로 뭉친 많은 선수들은 열정을 쏟아부으며 국민들에게 희열을 안겼다. ‘원팀’은 각종 사안에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해온 대한민국에 스포츠가 전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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