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 막을 수 없어' 입마개 착용 의무화의 사각지대
'개물림 사고 막을 수 없어' 입마개 착용 의무화의 사각지대
  • 임성은 기자
  • 승인 2021.08.2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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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견한테 물려도 입마개 미착용 책임 없어
반려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한 제도 정비 '필수'
반려인, 비반려인 모두 노력도 필요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임성은 기자 = 우리 삶의 일부가 된 반려동물. 그러나 최근 산책 도중 개물림 사고 소식이 번번이 들려오면서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무섭다.’ ‘물릴까 봐 겁이 난다.’ 등 반려동물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졌다. 이에 모든 반려견이 의무적으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입마개 착용 의무화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입마개 의무 착용은 맹견만, 중·대형견 포함 안 돼

출처 : 서대문구청 홈페이지
출처 : 서대문구청 홈페이지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조의2에 따르면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은 ▲ 로트와일러 ▲ 도사견 ▲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 스태퍼드셔 불테리어로 5대 맹견과 피가 섞인 믹스견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법적 맹견이 아닌 중·대형견으로 인한 개물림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동물보호법 개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북 문경시 한 산책로에서 산책 중이던 모녀가 개 6마리에게 목, 팔 등 온몸을 물려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개들은 입마개뿐만 아니라 목줄 또는 가슴줄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해 견주 A 씨에게 목줄 미착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개 한 마리에 20만 원씩 총 12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해당 개 6마리는 그레이하운드 믹스 3마리와 혼종견 3마리로 현행법상 입마개 의무 착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분은 없었던 것이다.

한 매체에서 이명순 수의사는 "품종만을 기준으로 맹견을 구분하는 건 다소 단순한 접근"이라며 "본능적인 동물은 예측불허인 행동이 많기 때문에 중·대형견의 개체별 공격성 평가를 통해 공격 성향을 보인다면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보호자 없이 타인이나 다른 동물에 접촉할 수 없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입마개 의무화 착용 기준 “제대로 만들어줘”

지난 4월 공개된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가 약 1만 1천 건으로 집계됐다. 일일 평균 약 6건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개 물림 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인과 비반려인은 입마개 의무화 착용 기준을 두고 각기 다른 고충을 겪고 있다.

출처 : 소방청
출처 : 소방청

직장인 C 씨(28, 경기도 성남시)는 “물린 적은 없지만, 사고 기사를 많이 보다 보니 대형견이 옆을 지나가면 무섭다”라고 말했다. 개물림 사고는 단순 부상에 이어 근육파열, 골절,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으므로 비반려인의 개물림 사고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모든 애완견이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려견의 입마개 착용 기준은 반려인에게도 고충이다. 중·대형견에 속하는 보더콜리 ‘구름이’의 견주인 K 씨(29세, 경기 하남시)는 지난 3월 한 매체에서 “단순히 우리 개는 순하니 괜찮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입마개가 필요하다면 어떤 개든 착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해야 하는 개와 아닌 개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니 결국 크기가 눈에 바로 보이는 대형견 견주만 억울하게 욕을 먹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현재 반려동물 규제가 국민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개 키우는 사람들과 안 키우는 사람 간의 갈등 구조가 형성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실용성을 위한 동물보호법의 발걸음

국내에서는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는 견종을 규정하기 위해 여러 기준을 도입하려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30일 “문경 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개물림 사고 대부분은 입마개 착용 대상이 아닌 중·대형견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라며 맹견 기준 무게를 제시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경새재반려동물힐링센터 이주연 센터장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강아지가 크다고 공격성이 세고 작다고 안 세고 그러진 않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현 입마개 착용 의무화 기준에 문제점을 느끼고 여러 제도 도입에 힘쓰고 있다.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열린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동물보호법 개정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론회에서는 맹견을 기르려는 보호자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기르던 맹견이 개물림 사고를 일으키거나 맹견보험 가입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맹견사육허가제 실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맹견뿐만 아니라 사람, 동물의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품종의 개의 경우에도 기질 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정 방향을 밝혔다.

 

개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반려인, 비반려인의 노력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반려동물이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될지는 미지수인 가운데, 개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서라벌대 반려동물과 이동훈 교수는 한 매체에서 "덩치가 큰 맹견이라도 교육을 잘 받으면 온순하고, 작은 강아지라도 사람을 공격한다"라며 "견주에게 개의 공격성을 감지하는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반려인의 노력을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 여러 국가,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반려견 사회화 교육’을 제도화해 반려인으로의 책임감을 높이고 있다. 이 교육은 반려견의 성격이 결정되는 생후 4개월 이내에 사회화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인데, 반려인도 교육 대상으로 포함해 펫티켓을 학습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반려인은 반려동물의 특성을 제대로 숙지하기 위한 여러 교육을 듣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려인의 노력만큼이나 비반려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산책 중인 반려동물에게 다가가 반려인의 허락 없이 무턱대고 만지려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 그녀의동물병원 조광민 원장은 “강아지에 따라서 반응이 다른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낯선 사람들이 다가오거나 만지려고 한다면 굉장히 스트레스가 된다”라며 심할 경우 사람을 물거나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 씨는 “만지기보다는 거리를 둔 상태에서 애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을 보고 큰 소리를 내는 등 동물을 스스로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강형욱 훈련사는 “맹견이라고 지정한 견종이 아니더라도 누구를 다치게 할 수 있고, 누구를 물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입마개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 개에게 공격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맹견에 속하지 않더라도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2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상태다.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 방향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개정안이 나오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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