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 ①팬데믹과 래디컬을 질문하다
[INTERVIEW]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 ①팬데믹과 래디컬을 질문하다
  • 조은교 기자
  • 승인 2021.08.3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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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속 순항중인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 [쟁점들], [호주 여성영화 1세기]등의 섹션을 기획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인터뷰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은교 기자 = 1997년부터 개최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로 23회를 맞이했다.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9월 1일까지 7일간의 여정을 달려가는 중이다.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7개국 119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온라인플랫폼 온피프엔(ONFIFN)에서도 상영작 66편(장편 44편, 단편 22편)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비대면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영화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팬데믹과 페미니즘 백래시 시대를 견디고 돌파하고 있는 여성들을 돌보고, 돌아보는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꾸린 황미요조 프로그래머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황미요조 / 사진 : 조은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황미요조 / 사진 : 조은교

먼저 영화제 소개를 부탁드린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997년에 시작해, 올해 23회를 맞는 국제 여성영화제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명성이 높은 국제여성영화제 중 하나이다. 대만, 일본 등 아시아에서 먼저 시작한 영화제들도 있지만, 서울에서 여성영화제가 개최된 이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주도로 아시아 여성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페미니즘 운동의 확산과 여성 영화의 격려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 연대와의 교류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힘써온 영화제다.

 

작년에 이어 코로나 이후 맞이하는 두번째 비대면 병행 영화제다. 작년의 경험으로 비교적 수월해진 부분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올해에는 작년과 비교해 더 신경 쓴점이 있는지.

- 해가 지나도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온라인 행사 같은 경우는 오프라인 행사보다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객들은 오프라인 행사에서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그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이 깊은 상태다.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작년에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경으로 인해 해외 게스트 관련 행사를 전혀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는 해외 감독 분들의 GV도 사전 녹화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보다 폭넓게, 국내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제 전체 프로그램에 깊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미팅 등 영화제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 올해 미얀마 양곤 필름스쿨 단편을 모아 상영하는데, 미얀마 현장에 계시는 감독들과 GV 사전녹화를 진행했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군부정권의 방관으로 인구의 반 정도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전망이 나왔을 정도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연락하고 화상 회의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미얀마 현지 GV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사고로 작고하신 한 분을 제외한 다섯 분 모두 들어오셔서 다행히 GV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따로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것을 통해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교류했다. 그 결과로 이렇게 미얀마의 단편을 모아 상영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제를 진행하며 ‘지금 사회에서 연결과 연대의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2019년을 기점으로 국내 여성 감독들의 영화에 관심이 증가하고 작품 활동이 활발해졌다. 올해 출품작들의 경향은 어떤가.

- 출품작들의 경향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개인 작업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학교 워크숍 같은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혼자’서 만든 영화들이다. 코로나와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존 영상을 이용해 만든 ‘아카이브 푸티지’나, 애니메이션 작품도 많다. 작업의 형태는 1인이지만 소통과 연결을 확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단편∙장편 작업이 많다. 기존에 있던 영상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나와 시공간이 달랐던 여성들의 삶에 주목하며 개인 작업이지만 서로의 연결과 소통을 고민한다.

또 다른 경향이라고 하면,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굉장히 많아졌다. 사실 이는 점차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이제는 작품이 정말 다양하다. 장르, 이야기, 캐릭터, 형식, 모든 것이 말이다.

 

출품작 경향에서 '개인 작업'과 '아카이브 푸티지'를 언급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추천작이 있다면. 

① ‘테라 팜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아마추어 작업자가 여성 여행자들의 영상을 모은 영화다. 도서관 등에서 누가 찍었는지 이름도 모르고 그저 여자라고 되어 있는, 신원 미상 작품과 영상들을 한 데 묶어 만들어졌다. ‘테라 팜므’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복합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다. 영화가 촬영되었던 시기의 여성들은 약자였다. 하지만 당시 여행할 수 있는 여성은 계급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여성과 여행하지 못하는 여성의 차이도 있고, 서구의 여성이 제3 세계를 여행하는 서구 여성의 시선은 제국주의적인 시선과 차이가 있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여성의 시선을 탐구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② ‘우리의 전쟁으로 밤은 사라질지니’

미국과 프랑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 미군 작전 수행지의 무기에 달린 카메라가 찍은 영상으로만 만들어진 영화다. 영상 자체는 군사주의적이고, 남성 중심적이고 침략적이고 폭력적이다. 하지만 여성 감독이 그 영상들을 붙이고 배열하는 것만으로 전쟁에 대한 비판이 된다.

③ 두 도마뱀의 락다운 다이어리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2~3분 정도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것이 화제가 되어 뉴욕 영화제 등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락다운에 대한 시니컬한 농담으로 시작했는데, 연재하면서 팬데믹에 대한 다른 사회 문제들이 영화에 반영이 되고 다시 소통하는 과정을 거쳤다. 팬데믹으로 인해 거리에 나가지 않고 개인 작업을 하고,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영화를 올려서 소통하고 연결한 것이다.

이 외에도 ‘일렉트로니카 퀸즈’도 아카이브 푸티지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경쟁 부문이라 추천작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아시아 단편 섹션의 ‘1959년의 김시스터즈 - 숙자, 민자, 애자 언니들에게’와 ‘1021’ 역시 아카이브 푸티지 형식의 개인 작업이다.

 

GV 등 기존에 대면 행사로 진행되던 많은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비대면 행사의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지.

- 아무래도 직접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영화라는 매체와도 관련이 있는데, ‘직접이라는 감각이 무엇일까’, ‘녹화나 생중계를 하는데도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 뭘까’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감독, 게스트 분들은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다행인 건 어쨌든 오프라인으로도 모여 본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계속 같이 모여서 영화를 보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오사카 시니어 여성영화제의 스태프 분들이 답을 해 주셨다. 그분들은 1970년대 일본에서 급진적인 여성 운동을 하셨고 그 분야에서 걸출하신 분들이다. 그분들이 너무나 단호하게, “어쨌든 여성들이 모여서 보는 건 중요하다. 남자는 항상 모여 있고 거기에 여자는 한 명밖에 없거나 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하셨다. 29일에 있는 ‘안부를 묻다’라는 행사에서 아시아 다른 여성영화제들과 연결해서 이런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이번 영화제에서 사전 녹화로 진행되는 GV가 있더라. GV는 보통 현장에서 관객과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어떻게 사전 녹화로 진행할 수 있었나.

- 이번에 해외 감독 GV 다섯 개가 사전 녹화로 진행된다. 그렇게 하기 어려웠던 원인은, 기술적 문제도 있고 통·번역의 문제도 있다. 대면으로 GV를 할 때도 통역가가 계시기는 하지만 줌으로 할 때는 통역이 덜 매끄러운 부분도 있고 시간도 많이 든다. 통·번역의 문제를 고민하다가 해외 GV는 사전 녹화로 하기로 했다. 물론 영화를 바로 보신 관객들이 질문하는 게 제일 좋다. 그래도 최대한 관객들이 어떤 부분을 가장 궁금해하실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영화와 관련해 관객분들께 꼭 전달했으면 좋겠다’하는 부분을 질문으로 만들어 감독님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그리고 새로운 물결 섹션의 ‘더 컨덕터 – 매린 올솝’ GV는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 듀나님께서 직접 질문들을 만들고 모더레이팅을 해 주셔서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행사로 했다면 듀나님의 참여는 어려웠을 텐데,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특별한 기획을 진행할 수 있기도 했다.

 

호주 여성영화 1세기 섹션 중 ‘더 치터스 – 청춘의 사기꾼들’은 무성영화와 음악 공연을 함께 상영한다. 관객들에게는 독특하게 다가갈 것 같다. 무성영화와 공연을 결합한 이유가 궁금하다.

- 기본적으로 무성영화는 음악이 있어야 상영이 가능하다. 이전에 무성영화가 상영되던 시절에는 음악이 함께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섹션 자체가 호주 여성영화를 돌아보는 섹션이다. 그래서 최초의 여성 감독 장편 영화인 ‘더 치터스 – 청춘의 사기꾼들’을 상영하게 되었다. 상영하려면 음악 연주를 해야 하는데, 다재다능한 뮤지션인 이주영님이 계셔서 공연과 함께 상영할 수 있었다.

 

‘더 치터스 – 청춘의 사기꾼들’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무성 영화라는 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 호주 여성영화를 돌아보는데 중요한 역사적 위치가 있었다. 최초의 여성 감독 장편 영화이기 때문이다.

초기 영화일수록 영화의 본질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매혹적이고, 화면자체가 감정을 고조시킨다. 이런 부분에서 영화 자체의 근본적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쟁점들 섹션에서는 래디컬 페미니즘을 다룬다. 페미니즘의 역사 중에서도, 래디컬과 ‘제2의 물결’에 집중한 이유가 궁금하다.

- 최근 한국에서는 두드러지는 여성 운동을 래디컬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페미니즘 역사 중에서 ‘래디컬’이라는 칭호를 받은 여성 운동은 사실 제2의 물결 페미니즘(이하 2세대 페미니즘)이다. 래디컬이라는 이름은 1세대와 2세대의 구분 때문인데, 1세대 페미니즘은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증명하려 했다. 여성은 열등한 게 아니라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라고 말했다면 2세대 페미니즘은 1세대에게 아니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전 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래서 래디컬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래디컬(Radical)에는 급진적이란 뜻도 있지만, 근본적이라는 뜻도 있다. 그런 사전적 의미로 봤을 때 각자 자기의 입장에서는 모든 게 래디컬하다. 모두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을 것 아닌가.

올해 쟁점들 섹션의 래디컬은 어떤 한 운동의 래디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페미니즘의 운동에서 역사적인 의미와 동시대적인 의미의 래디컬을 동시에 질문하려 한다. 그래서 특정한 한 운동을 칭하는 것은 것은 아니다. 영화는 2세대 페미니즘 운동이 등장했을 때의 작품이 많은 편이다.

 

제2의 물결에서도 여러 지역의 다양한 여성 운동이 있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했나.

- 올해 쟁점들 섹션에 있는 영화는 영화사적으로 유명한 영화들은 아니다. 시네 페미니즘 미학이나 역사 안에서 유명한 영화들은 아니고 쟁점들 섹션의 주제를 연결할 수 있는 영화들, 각 지역의 페미니즘의 구체적인 이슈를 볼 수 있는 영화들이다.

 

제작된 지 오래된 영화들은 작품을 찾고 수급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예전 영화들은 사실 어렵다. (웃음) 더는 배급을 열심히 하지 않는 영화들이다. 정보를 찾는 것에서부터 물론 어렵지만 정보를 찾았다고 해도 그 작품의 실제 저작권자를 찾고, 수급해오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디지털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예 상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쟁점들’과 같은 회고전 성격의 프로그램은 항상 제가 생각하는 1번 리스트로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수급하기 어려운 영화들도 상영할 수 있는 건 프로그램팀 스태프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다.

 

<래디컬을 다시 질문한다 : 페미니즘 역사와 기억> 포럼에 패널로도 참가한다. 그때 다룰 내용을 살짝만 알려주신다면.

- 사실은 아직도 생각 중이다. 지금에 대한 분석보다는 역사를 바탕으로 올해 상영하는 영화들과 연결시켜서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분들이 이것만은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다! 하는 포인트가 있나.

- 영화를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많이 보고, 온라인이든 친구들하고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으면 좋겠다.

 

[취재 도움 :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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