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 ②함께 하는 이들을 돕는 영화제가 되고 싶다
[INTERVIEW]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 ②함께 하는 이들을 돕는 영화제가 되고 싶다
  • 조은교 기자
  • 승인 2021.08.31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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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 사진 : 박지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 사진 : 박지민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은교 기자 = 1997년부터 개최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로 23회를 맞이했다.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9월 1일까지 7일간의 여정을 달려가는 중이다.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7개국 119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온라인플랫폼 온피프엔(ONFIFN)에서도 상영작 66편(장편 44편, 단편 22편)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비대면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영화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팬데믹과 페미니즘 백래시 시대를 견디고 돌파하고 있는 여성들을 돌보고, 돌아보는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꾸린 황미요조 프로그래머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Q.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여성영화제에 프로그래머로 있었다가 작년에 복귀했다. 복귀 시기가 코로나 시기와 겹쳤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A. 사실 코로나 때문에 걱정했던 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예전에 여성영화제 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예전에 여성영화제 할 때는 페미니즘이 가장 어둠 속에 있었을 때였다. 15년에 #나는페미니스트다 해시태그 운동이 생겨났고, 메갈리아가 한창 뜨거운 감자였다. 16년에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11~14년에 일할 때는 페미니즘이 전혀 대중화되지 않았고 특별히 운동가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하는 여성도 없었다. 항상 좋아하는 관객분들은 있었지만, 지금에 비하면 여성영화제에도 재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시 시작한 작년같은 경우에는, 그사이에 여성운동, 페미니즘과 관련한 일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확인을 명확하게 하지는 못했다. (웃음) 그래도 여러 가지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대중적인 지지나 모든 여성 영화가 골고루 사랑받는다는 점에서 달라졌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

프로그래머의 역할 중 하나는 어떤 영화를 가지고 와서 소개하는 것도 있지만 그걸 묶어놓는 방식도 중요한 역할이다. 요즘은 페미니즘적으로 강한 프로그램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여러 가지를 다 해도 관객분들이 봐 주시겠구나’, ‘영화들을 어떤 방식으로 묶어놓더라도 봐 주시고 같이 토론해주시겠구나’ 이런 자신감이 좀 생겼다.

 

Q. 코로나로 영화계가 위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출품작 수가 20% 증가했고, 예매 오픈 당시 많은 상영관이 연이어 매진되며 여성 영화제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래머로서 소감은 어떤가.

A. 좋다! 사실 출품작 수는 노력한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시아 단편에 애정이 많은데, 복귀하고 난 이후 해외 작품이 줄었더라. 그래서 올해는 해외 작품을 많이 받으려고 프로그램 팀과 노력했다. 전 세계의 영화학교에 메일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했고 눈에 띄는 결과로 이어졌다. 확실히 수도 많이 늘어나고 굉장히 좋은 작품들이 들어왔다. 코로나 이후에 영화를 잘 못 찍으니 출품 편수가 줄어드는 게 맞다. 여성영화제 출품작 수가 늘어난 건 올해 아시아 단편에 해외 작품을 많이 들여오려는 노력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서울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고 최근 5~6년간 페미니즘의 대중적인 확산 덕에 티켓이 항상 빨리 나가는 편이다. (웃음) 또 코로나 시기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좌석 자체가 적어지기 때문에 올해는 더 치열했던 것 같다.

 

Q.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별 작품 하나하나를 선정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목록들을 보며 개인적으로 대중적이고, 영화제 자체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느꼈다. 각 영화의 작품성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여성 창작자의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을까.

A. 그렇다. 좋은 여성 창작자의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대중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는 프로그램은 김현민 프로그래머님이 담당하신 배두나 배우 특별전이라든지, 고양이를 부탁해 특별전이다. 그런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두 가지를 다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지도를 그리는 것과 한 작품 한 작품이 다 재미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영화에 대해서 묶는 방식을 많이 생각한다. 어떻게 묶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말이다. 이건 프로그래머의 욕심이기도 하다. 나는 묶어서 보여주지만, 영화제에 오는 관객들은 영화 한 편 한 편 개별적으로 만나지 않나. 작년에 복귀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그 부분이다. 관객들은 한 편으로 영화를 만나기 때문에 개별 작품에 집중했다. 그래도 영화들을 묶는 방식에 대해서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기는 하다.

 

Q. 올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국내 영화제 중 처음으로 메타버스 상영 방식을 도입했는데 보셨는지. 메타버스에 대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의 견해가 궁금하다.

A. 온라인으로 영화제를 진행할 때 곤란한 부분을 해결하기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비대면으로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제’나 ‘직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 아바타가 가상의 공간 안에 타인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차이를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사전녹화나 온라인 생중계 상영을 보는 것과는 달리 독특한 감각이다. 아바타를 가상 공간에 위치시키는 것만으로 참여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다.

 

Q. 최근 여성 감독의 영화, 여성 중심 서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을 집중 조명하거나 여성 관련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섹션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여성 영화제는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올해 여성 영화제 프로그래밍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것 중 하나다. 여러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들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주고 특화된 프로그램을 하는 것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전주영화제도 그렇고 부산영화제도 그렇고 제일 먼저 공개한 프로그램이 여성 특화 프로그램이다. 이런 흐름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차별점은… 일단 우리(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 관련 프로그램이 영화제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전체라는 점이 다르다. ‘특화된 섹션에서 지향하는 여성적 가치가 영화제 자체가 지향하는 가치와도 무리 없이 부합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여성을 다루는 영화제 전체가 있고 하나의 외부화된 프로그램으로 있는 것은 다르다. 특화된 영화제와 섹션이 있다고 했을 때 그 섹션이 영화제의 전체적인 기조와 연결될 수 있는지, 아니면 그저 하나의 부분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지 그 차이는 크다. 여성을 다루는 섹션에서 던지는 문제가 있다면 전체 영화제도 그 메시지를 통해서 새롭게 볼 수 있는, 그런 시선이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영화제는 그냥 여성, 혹은 여성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여성 간의 다양한 차이와 충돌 같은 다채로운 여성의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다르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여성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황미요조 프로그래머가 꿈꾸는 여성영화제의 모습이 궁금하다.

A. 우선, 여성영화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여성영화제가 크고 전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지만 빠듯하고 힘들고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여성영화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영화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희가 함께하는 많은 여성 영화인들이 우리(여성영화제)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여성영화제와 함께함으로써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도움을 구할 일이 훨씬 많았다. 지금은 여성영화제와 함께하는 것 자체가 여성 영화인들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고, 이런 힘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전에는 영화제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도움을 받았다면, 이제는 우리가 그분들을 도와주고 싶다.

 

[취재 도움 : 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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