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사이에 갇힌 고래들...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유리벽 사이에 갇힌 고래들...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최은규 기자
  • 승인 2021.08.31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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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수조 내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망

보호 아닌 학대 행위

자연으로의 방류 필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마린파크 앞에서 화순이를 방류하라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출처: 핫핑크돌핀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마린파크 앞에서 화순이 방류를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출처: 핫핑크돌핀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지난 8월, 제주 고래체험시설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가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화순이를 포함한 총 8마리의 돌고래가 이곳에서 연이어 사망하게 되었다. 화순이보다 먼저 죽은 돌고래 3마리는 폐렴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었으며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스트레스와 포획 이후 트라우마도 수명에 영향을 미쳤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마지막 남은 화순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바다쉼터로 방류할 것을 요구했지만, 마린파크는 화순이가 폐사하기 직전까지 관광객들이 손으로 만져 보거나, 함께 수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투입시켰다. 화순이는 건강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실제 방문객들의 리뷰에는 "환경이 정말 열악했고 화순이가 거의 감옥에 갇혀있는 듯했다", "화순이를 바다로 돌려 보내 주시길 바란다" 등의 글이 있을 정도였다.

화순이의 죽음으로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은 고래류 동물은 23마리뿐이며 여전히 좁은 수족관 속에 갇혀 전시 및 체험에 동원되고 있다.

 

보호일까, 학대일까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먹이를 제공해 주고 건강 및 물 관리도 해주는 수족관이 오히려 고래를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고래들은 정말 수조관에서 보호받고 있을까? 고래들은 바다에서 잡혀 오는 순간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국내 수족관의 돌고래 대부분은 돌고래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산 채로 포획하는 일본 다이지 마을로부터 수입되었다. 이렇게 수입된 돌고래들은 수족관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7년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이 일본 다이지로부터 수입해 32시간에 걸쳐 옮긴 돌고래가 4일 만에 호흡곤란으로 폐사한 사건도 있었다. 다행히 2018년부터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어 다이지에서 포획된 돌고래의 국내 수입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고래들이 수족관 내에서 받는 고통은 훨씬 크다는 것이 현실이다. 수족관 속에 갇힌 고래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겪고, 좁은 수조에 초음파가 부딪혀 돌아오면서 이명과 비슷한 고통을 받으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지난 19일 세계 최대 해양테마파크인 미국 씨월드 샌디에이고에서 범고래쇼에 동원되던 새끼 범고래 한 마리가 돌연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2010년 2월 씨월드 올랜도에서는 포로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새끼 고래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른 고래와 조련사를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람을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족관에 갇힌 채 끊임없이 쇼에 동원되던 고래는 또다시 조련사를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 밖에도 1988년 씨월드 샌 안토니오에서 태어난 최초의 범고래는 30년 평생을 수족관에서 살다 2019년 폐 질환으로 숨을 거둔 사례도 존재한다. 영국 고래보존협회 WDC에 따르면, 그동안 씨월드에서 숨을 거둔 범고래는 최소 49마리에 이른다. 이렇게 바다로부터 포획된 고래들은 자연에서 살 수 있는 수명보다 훨씬 짧은 생을 좁은 수조 속에서 보내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 뒤에야 벗어날 수 있다.

 

자연으로의 방류, 최우선 과제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고래들을 진짜 '보호'하기 위해서는 '바다쉼터'를 조성하고 자연으로 방류해야 한다. 바다쉼터는 좁은 유리가 아닌 넓은 만에 울타리를 쳐두고 자유롭게 헤엄치도록 하는 곳으로, 고래들을 보호하는 비영리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을 통해 고래들은 방류 전에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다. 지난 2020년, 중국의 아쿠아리움에서는 10년간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며 좁은 수조에서 살아왔던 벨루가 두 마리의 방류가 추진됐다. 이들은 완전 방류 전에 몇 가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적응하기 위해 클레츠비크 베이 벨루가 보호 구역에 마련된 생태 적응장으로 보내진 뒤 10년 만에 진짜 바닷물에서 헤엄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그동안 얼마나 잔인하고 혹독한 세월을 보냈을까. 이제 자유를 찾아서 마음껏 살았으면 좋겠다.", "롯데월드에 있는 벨루가도 바다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방류가 최선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동물권단체 '카라'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갇혀있는 돌고래 4마리를 방류하라고 공식 SNS에 호소했다. 또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두 마리가 폐사한 사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아쿠아리움의 좁은 원통형 수조가 벨루가의 생태적 습성과 맞지 않은 게 원인이라며 남은 한 마리를 자연 방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난해 10월 벨루가 방류를 결정했고, 벨루가가 건강한 상태로 방류될 수 있도록 철저한 건강관리를 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방류 적응장으로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류에 대해 우려의 의견도 있다. 첫 번째로, 수족관 업체의 사유재산인 돌고래를 무조건적으로 방류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로, 돌고래의 원서식지인 일본 다이지로 돌려보내는 것은 다시 포획될 위험이 있다. 세 번째로, 수입 돌고래를 방류할 경우 생태계 교란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바다 세계를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디지털 수족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앞으로 디지털 수족관이 더욱 확대되고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 수족관의 동물 전시가 충분히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바다쉼터를 마련하는 동안 빠른 시일 내에 방류할 수 있도록 수족관에서도 현지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철저한 사전 조사연구를 통해 고래들을 방류할 적절한 지점을 파악해야 한다.

 

명백한 학대 행위인 돌고래쇼, 금지시켜야 한다

좁은 수조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에는 거제 씨월드의 'VIP 라이드'란 상품이 동물 학대 행위로 논란되었다. 이는 관광객들이 돈을 내면 돌고래나 벨루가의 등에 올라타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거제 씨월드는 "이 체험 활동은 트레이너와의 교감으로 진행되며, 오염된 바다로부터 돌고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핫핑크돌핀스는 "거제 씨월드는 조련사가 벨루가의 등에 올라타고 춤을 추는 등 무리한 충격을 주는 동물학대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곳이다."며 "특히 작년 한 해에만 국내 고래류 감금 시설에서 총 5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을 정도로 매년 가장 많은 폐사가 발생한 곳이다. 거제 씨월드에 당장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 중단과 시설 폐쇄 등의 강력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리고 굶기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다. 동물 학대에 대한 무지함과 동물을 생명 이하로 바라보는 시각도 심각한 학대 행위가 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돌고래쇼와 같이 동물을 이용하는 구시대적인 공연에 대해 윤리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마냥 웃으며 즐기기는 어렵다. 이젠 이러한 공연을 금지시켜야 하며, 관람객들 또한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

 

수족관의 많은 고래들은 평균 수명의 3분의 1도 살지 못하고 전시·공연·체험이라는 명분 아래 생을 마감하고 있다. 만약 수족관이 없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수의 고래와 함께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포획하고 사육하고 구경거리로 삼는 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동물 학대에 경각심을 가지고 현재 남은 고래들을 보호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

미국 보스턴의 뉴 잉글랜드 아쿠아리움은 관람객들에게 수족관에 갇힌 고래가 아닌 국립 해양 보호 구역에 서식하고 있는 고래를 멀리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이 해양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보존해 생명윤리와 동물복지가 지켜져야 하며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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