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취지인 진정성에서 벗어나
거짓 방송으로 시청자 기만
제작진의 책임감 필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나 혼자 산다>부터 <전지적 참견 시점>,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까지, 어느 순간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리얼리티 관찰 예능은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연예인의 일상을 공개하는 포맷으로 대중에게 신선함과 진정성으로 다가가 큰 인기를 얻었다. 이제는 이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넘쳐나 채널을 돌릴 때마다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매번 반복되는 방송에 지겨워진 시청자들은 "또 관찰 예능이냐", "색다른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좋겠다. 요즘 볼 게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결국 리얼리티 예능은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하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넣기 시작했고 진실을 다루는 '리얼리티'의 취지에서 벗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과도한 설정과 조작
지난 4월 종영한 <아내의 맛>은 연예인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출연진 중 함소원 부부의 방송 내용이 조작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함소원 부부의 광저우 신혼집이 단기 렌트였다', '함소원 시부모의 중국 하얼빈 별장이 에어비앤비 숙소였다', '함소원이 이사할 집으로 소개된 집이 이미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집이었다'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며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제작진은 뒤늦게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시인했고, 함소원 역시 주요 내용이 조작됐음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깨뜨려 결국 함소원 부부는 하차했고 제작진은 "방송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를 훼손한 점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즌 종영을 알렸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함소원 부부 출연분에 대해 방송 심의 규정 '객관성' 조항 위반을 심의한 결과 '권고'를 의결했고, <아내의 맛>에 행정지도를 내렸다. 프로그램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서 어느 정도 대본과 설정이 필요하겠지만, 설정이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닌 단순한 시선끌기로 악용된 것이 문제이다.
이 밖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대본으로 보이는 문서가 방송에 포착돼 리얼 육아예능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게 연예인을 내세운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화제성과 높은 시청률을 위해 과도한 설정과 조작을 일삼는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찰 예능 = 진실'이라고 믿은 시청자들은 거짓 방송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
제작진의 잘못된 대처
시청자와 제작진 간 소통 부족은 논란을 더 커지게 만든다. 지난 13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 기안84는 10년간 연재한 웹툰 '복학왕' 완결 기념으로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갈 모임을 준비했지만 모임 당일 한 명을 제외하고 아무도 등장하지 않아 상처받은 듯한 표정이 방송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기안84를 왕따시켰다며 크게 실망해 온갖 비난을 퍼부었고 이로 인해 출연자 박나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다음 회차 방송에서 왕따 논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문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불찰이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언급해달라. 상황 설명이 부족하다.", "변명하기엔 너무 늦었다. 방송에선 언급조차 없고 사과문 몇 줄 올리면 다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방송 내용에 대한 제작진의 책임감도 중요하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왕따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영상 클립을 더 이상 보지 못하도록 내려버렸다. 또한 최근 박수홍의 가족 간 갈등 문제가 알려지자, <미운 우리 새끼> 제작진은 박수홍이 가족의 반대 때문에 5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어야 했다고 고백한 과거 방영분을 삭제했다. 방송 자료가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한 진실의 증거가 되자 무작정 지워버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진정성을 추구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 피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이러한 제작진의 수동적인 태도는 또 다른 논란을 낳고 결국 출연자뿐만 아니라, 제작진과 프로그램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혀지게 만든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① 자극적 내용 없는 편안한 방송
이제 시청자들은 눈살 찌푸릴 일 없는 편안한 방송을 선호한다. 지난 5월 종영한 <온앤오프>는 '담백한 관찰 예능'으로 호평받았다. 연예인의 바쁜 직장 속 모습(ON)과 일상 속 모습(OFF)을 보여주는 <온앤오프>는 좀처럼 보기 힘든 출연진의 일상과 진솔한 인터뷰 내용을 자극적으로 꾸미지 않고 방송에 내보내 시청자에게 친근감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덕분에 방송 분위기는 매우 편안했고 비슷한 포맷의 <나 혼자 산다>와 비교되어 더욱 돋보였다. 한 시청자는 "<나 혼자 산다>는 뭐만 하면 흠잡고 훈수 두면서 웃기려고 하는데 <온앤오프>는 그보다 유한 분위기라서 보기가 편하다."라고 말했다.
자극적인 방송이 더 높은 조회수를 얻고 화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순간뿐이다. 앞으로는 시청자들에게 힐링이 되고 보는데 불편함이 없는 편안한 방송이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
②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관찰 예능의 원래 취지대로 제작진의 개입은 최소화한 사실적인 관찰 카메라 방식을 선호한다.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제작진은 화제성과 시청률보다 프로그램의 취지인 진정성에 초점을 맞추어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리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연스러운 연출을 추구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들을 혼동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진정 얼마나 사실성을 추구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게스트로 출연하는 사람들은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리얼리티의 색깔을 더 잃기 전에 기획 의도와 초심을 짚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리얼리티 관찰 예능은 방송 회차를 거듭할수록 예전의 색깔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한 시청자는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요소 없이 연예인의 소소한 일상을 볼 수 있던 때가 더 재밌었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앞으로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 초심을 되찾고 시청자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