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열전, 패럴림픽 '하나 됨'을 세상에 외치다!
13일의 열전, 패럴림픽 '하나 됨'을 세상에 외치다!
  • 임성은 기자
  • 승인 2021.09.07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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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폐회식을 끝으로 패럴림픽이 막을 내리다
"활 쏘는 자체가 굉장히 즐겁습니다"
출처 : 대한장애인체육회
출처 : 대한장애인체육회 페이스북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임성은 기자 = ‘감동으로 하나가 된다’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24일에 개막했던 도쿄 패럴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번 2020 도쿄 패럴림픽은 2016 리우 패럴림픽서는 볼 수 없었던 배드민턴과 태권도 종목이 추가되어 진행됐다. 육상, 수영, 탁구 등 14개의 종목에 참여한 한국 선수단 대표팀(86명)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순위 41위에 머물렀다. 금메달 4개, 은메달 9개, 동메달 21개로 종합순위 20위라는 목표 순위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13일간 보여준 열정은 올림픽 못지않았다.

 

모두를 하나로 잇는 패럴림픽

‘올림픽과 함께 이루어지는 장애인 올림픽’이라는 의미의 ‘패럴림픽(Paralympics)’은 본래 휠체어 등 척수장애를 뜻하는 ‘Paraplegia’의 접두어 ‘Para’와 ‘Olympics’의 어미 ‘lympics’의 합성어이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본래 척추장애인의 재활치료 수단으로 개최되었던 작은 대회가 점차 종목, 참가 규모 및 장애 유형이 확대되자 ‘Para’에 ‘함께하는(with)’이라는 뜻을 더해 패럴림픽을 재정의한 것이다.

출처 : 2020도쿄 패럴림픽 공식 홈페이지
출처 : 2020도쿄 패럴림픽 공식 홈페이지

패럴림픽의 정신은 엠블럼 ‘아지토스(AGITOS)’에서 볼 수 있다. IPC의 엠블럼은 ‘나는 움직인다’라는 뜻의 아지토(AGITO) 가 ‘모여서 화합한다’라는 의미이다. 이 엠블럼은 1988 서울 하계 패럴림픽에서 쓰인 엠블럼이 채택되어 사용된 것인데, 이후 일부 변형을 거친 뒤 2004년 조금 더 역동적인 현재의 모양으로 정착했다.

패럴림픽은 이름에 걸맞게 올림픽과 같은 도시에서 동반 개최되며 동일시설 사용, 성화 봉송 운영 등도 진행된다. 그러나 패럴림픽과 올림픽이 완전히 똑같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패럴림픽은 23개의 종목으로 올림픽에 비해 다소 종목이 적다. 또한 올림픽은 종목별로 체급, 진행 거리 등을 기준으로 나누어 경기가 진행되는 반면 패럴림픽은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장애 유형과 중증도에 따라 종목을 담당하는 국제연맹(IF)에 의해 종목별로 등급이 나뉜다. 따라서 패럴림픽의 메달 수가 올림픽보다 200개가량 더 많다.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보치아’ ‘골볼’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지만,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보치아와 골볼이다. 보치아(boccia)는 이탈리아어로 ‘공’을 의미한다. 이는 1982년 덴마크 국제경기부터 시작된 경기로 우리나라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8 서울 패럴림픽 이후이다. 이 경기는 두 선수 혹은 두 팀이 빨간색과 파란색 공을 6개씩 나눠 갖고, 가장 먼저 던져진 ‘잭’이라는 하얀 표적구에 색 공을 던져 잭에 더 가까운 공의 개수에 따라 점수를 얻게 된다. 던지는 방식은 직접적으로 던지는 것 외에도 굴리거나 발로 차는 것도 허용된다.

출처 : 대한장애인골볼협회
출처 : 대한장애인골볼협회

골볼(goalball)은 시각장애인들이 눈을 가리고 참여하는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종목이다. 골볼은 소리가 나는 공을 활용해 상대 팀의 골대에 볼을 넣는 경기이다. 골볼 경기장은 길이 18m, 폭 9m의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경기장에서 진행되며 라인이 돌출된 형태로 되어 있어 손으로 만졌을 때 구성을 알 수 있다. 또한 골볼 선수들은 경기에 임할 때 검은 시트지를 덧댄 스키 고글 눈가리개를 착용하는데 시각 장애 정도에 따른 차이를 없애 공정한 경기를 가능하게 했다. 충남 골볼 실업팀 선수 김민우 씨는 골볼이 “기술이 많이 발전 하다 보니까 소리 싸움”이라며 “최대한 소리를 안 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청각에 민감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관중들도 경기 도중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하나' 짜릿한 순간을 함께 누리는 보조원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중 혼자서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운 선수들은 보조원의 도움을 받아 패럴림픽의 순간을 함께 나눈다.

대표적으로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이 출전하는 종목인 보치아가 보조원이 필요한 종목이다. 보치아는 장애 등급에 따라 공을 던지는 방법과 보조장치의 유무, 경기 보조원의 유무와 역할이 달라진다. 보치아의 보조원은 직접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보통 선수의 휠체어 고정, 홈통 조작, 선수에게 공을 전달해 주는 등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출처 : 패럴림픽 공동사진취재단
출처 : 패럴림픽 공동사진취재단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보조원으로 가족이 동행하기도 했다. 10m 공기 소총 입사 SH2를 7위로 마친 사격 대표 이지석은 아내 박경순의 도움을 받아 경기를 치렀다. 이지석은 혼자 총을 들지 못하고, 장전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데, 그의 아내 박 씨가 ‘사격 로더’로 함께 해 동행의 의미를 일깨웠다. 이지석은 자신의 아내에게 한 인터뷰에서 "항상 곁에서 동행해 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라며 "경기할 때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든 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줘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단순 경기 진행을 도와주는 보조원뿐만 아니라 선수와 함께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보조원도 있다. 육상의 가이드 러너(guide runner)는 끈이나 무선 마이크, 스피커로 시각장애인 선수를 이끌어주고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한다. 장애인체육회 훈련교육부장 박승재는 한 매체에서 "가이드 러너 같은 경우는 생활까지도 같이하면서 늘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기에 참여한다는 것은 가이드 러너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되거든요”라며 가이드 러너와 선수의 호흡을 강조했다. 경기를 함께 뛰는 가이드 러너는 선수와 시상대까지 같이 오르며 영광의 순간도 함께 나눈다. 가이드 러너는 육상, 트라이애슬론, 알파인·노르딕 스키 종목에서 볼 수 있으며 사이클에서는 ‘파일럿’이 가이드 러너의 역할을 한다.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

출처 : 대한장애인체육회 페이스북
출처 : 대한장애인체육회 페이스북

도쿄 패럴림픽의 초반을 장식한 수영 종목에서 조기성은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닌 평영에도 참가하며 도전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조기성은 리우 패럴림픽 당시 자유형 50m, 100m, 200m 3관왕을 석권한 선수로 자유형이 주 종목이지만 이번 패럴림픽 평영 종목에도 출전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남자 평영(SB3) 50m 결승에서 예선 기록보다 1.53초를 줄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기성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기록경신이 가능하다. 계속해서 도전하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주길호 감독도 "조기성은 현재 자신의 영법을 만들고 있는 상태다. 경기를 계속 뛰면서 자신의 영법을 만들게 된다. 시작 단계에서 성과를 얻은 것 같아 만족한다"라고 말하며 끊임없는 도전의 뜻을 밝혔다.

휠체어 양궁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시들지 않는 열정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휠체어 양궁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의 나이는 모두 50세 이상이다. 특히 김옥금은 61살로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 중 최고령 선수이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혼성 종목 은메달, 3년 전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에서도 은메달을 땄던 실력파로 한국 휠체어 양궁 국가대표의 에이스를 맡았다. 김옥금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활 쏘는 자체가 굉장히 즐겁습니다. 행복하고요."라며 양궁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출처 : 대한장애인체육회 페이스북
출처 : 대한장애인체육회 페이스북

보치아 종목에서는 찬란한 금빛 순간을 손에 쥐며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을 따오겠다는 각오를 실현했다. 정호원(35), 김한수(29) 최예진(30)으로 구성된 한국 보치아 페어 대표팀은 결승에서 가아모토 게이스케, 다카하시 가즈키, 다나카 게이코와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보치아 강국인 한국팀은 1988 서울 패럴림픽부터 지금까지 9차례 연속 금메달의 주인이 되었다. 정호원은 이번 패럴림픽이 네 번째 패럴림픽으로 금메달을 거머쥐며 자신의 패럴림픽 메달을 총 6개(금 3, 은 2, 동1)로 늘려 보치아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지난달 31일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한 아쉬움도 씻어냈다. 김한수는 5년 전 은메달에 이어 첫 금메달, 최예진은 2012 런던 대회 개인전 우승 이후 9년 만의 메달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메달이다.

 

패럴림픽 선수들을 위한 특별한 메달

기존 올림픽 메달과 달리 점자로 이루어진 패럴림픽 메달은 선수들의 열정과 더불어 ‘모두가 즐길 수 있다’라는 패럴림픽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메달에 점자로 대회명을 새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패럴림픽 메달의 앞면에는 점자로 ‘Tokyo 2020’이 새겨져 있다. 또한 이번에 패럴림픽 메달에서는 시각 장애 선수들을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옆면에 금은 1개, 은은 2개, 동은 3개의 홈을 파 메달 색의 차이를 촉감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메달 리본에도 차이가 있다. 리본 표면에도 올림픽 메달과 다르게 볼록한 실리콘으로 표시가 있어 메달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출처 :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출처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도쿄 패럴림픽을 비롯해 매 하계, 동계패럴림픽 마다 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메달 아이디어가 관심을 받아왔다. 리우 하계패럴림픽에서는 메달 안에 구슬을 넣어 선수가 메달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선수들이 시상대 위에서 메달을 흔들며 귀에 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이유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는 ‘평등’을 강조하기 위해 대회명뿐만 아니라 평창의 산과 구름, 나무, 바람까지 점자화해 촉감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당시 패럴림픽 메달을 디자인한 이석우는 "특히 시각장애인을 가진 선수들도 직접 만져 보고 평창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패턴을 넣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패럴림픽 폐회식의 주제는 ‘조화로운 불협화음(Harmonious Cacophony)’으로 ‘다름이 빛나는 도시(A City Where Differences Shine)’이다. 조직위원회는 “처음에는 불협화음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 새로운 조화의 탄생이다. 차이는 갈등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로의 도약을 의미한다”라며 다양성의 의미를 강조했다.

패럴림픽은 무사히 막을 내렸지만 패럴림픽 메달리스트의 포상금을 두고 나라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 베이징 패럴림픽을 기준으로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도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같게 포상금과 연금을 받는다. 그러나 호주 공영방송 SBS는 지난 29일 "이번 도쿄올림픽이 '다양성 속 통합'(Unity in Diversity)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평등, 포용을 강조했지만,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포상금을 보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주를 비롯한 일본, 캐나다 등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포상금 차이가 있다.


물론 포상금으로 패럴림픽 선수단들의 노력을 환산할 수 없지만 모두의 열정과 노력을 볼 수 있었던 2020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에서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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