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무법질주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빠르게'
도로 위 무법질주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빠르게'
  • 김민서 기자
  • 승인 2021.09.17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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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안타까운 사고 이어져
'빨리 빨리'가 부른 퀵커머스 산업 속도 경쟁
정부, 배달플랫폼, 라이더, 소비자 모두 개선 필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민서기자 =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잇따라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었다. 네티즌들은 반복되는 오토바이 관련 사고에 유감을 표현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배달 기사들의 안전의식 부족을 지적하는 싸늘한 시선이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인도를 활보하는 역선 차 주행, 안전모 미착용, 도로 위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라이더 등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모습에 라이더 사고와 관련하여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의 과격한 운전을 겪은 한 운전자는 "정지신호에서도 사람이 없으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버린다. 부피가 작다는 이유로 비교적 자유롭게 운전하는 것 같다." "배달하는데 새벽에도 큰 배기음을 울리며 과격하게 운전을 하는데 꼭 필요한 건지 의문이 든다" 등 위험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배달음식은 좋아하지만 도로 위에서 과격하게 운전하는 배달 오토바이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되었다. 배달 문화가 확산하였으나 배달 기사의 안전문화는 좀처럼 정착되지 않고 있다.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배달 기사들의 운전 습관이나 처우 등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0년 하반기 배달원(우편 집배원, 택배원, 음식 배달원 등) 취업자 수는 39만 명으로 2019년 대비 11.9%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꺼리는 문화가 지속하자 배달원의 수요가 높아졌고 2020년 배달원 40만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배달원 증가에 따라 사고율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최근 여러 지역에서 이륜차 단속을 시행하고 있지만 (번호판 미부착, 불법 개조, 소음 등) 잡아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배달 라이더는 도로 위에 시한폭탄이라 불리며 운전자, 보행자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그들은 왜 신호 위반, 과속 등의 무법 질주로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되었을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된 배달원

-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빠르게 퀵커머스 산업 경쟁’

배달 시장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빨리빨리’를 내세웠다. 온라인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퀵커머스 산업의 더 빠른 배달을 무기로 삼는 것이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배달 앱 업체들의 광고들은 ‘번쩍 배달’, ‘늦으면 반값’ 등 ‘빨리’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다. 한 배달 앱에서는 음식이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면 절반 가격만 받겠다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각 앱에서는 ‘배달 빠른 순’으로 가게를 정렬할 수 있으며 상세 정보를 보기도 전에 배달 예정 소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배달 소요 시간 또한 가게의 리뷰만큼 중요한 정보가 되어버렸다. 퀵커머스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소비자의 기대는 더욱 커졌지만, 운전자, 보행자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빠른 배달을 강조하며 안전보다 신속함을 앞세워 기사를 평가하는 업체의 시스템으로 과속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배달을 속도로만 내세우며 더 빠른 것을 추구하는 플랫폼 간의 과열된 경쟁이 원인으로 보인다.

- 배달 환경 심각

‘건 바이 건’ 시스템이다. 배달 라이더 플랫폼이 생겨난 이후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자체 라이더를 쓰지 않고, 배달 접수를 플랫폼에 올린 이후 라이더들의 배차를 받는 방식으로 배달이 이루어진다. 라이더들은 ‘건 바이 건’ 시스템으로 한 번의 배달로 약 2,500-3,000원의 수익이 생기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현직 라이더는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속도를 높여야 한다”라며 라이더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에서는 점심시간 등 주문이 몰리는 일명 ‘피크 타임’에는 배달료가 평상시 3천원이었던 가격에서 8~9,000으로 오른다. 따라서 더 많은 콜을 배차 받기 위해 도로 위에서 신호와 핸드폰을 번갈아 가면서 확인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배달 대행 업계 관계자는 ‘배달 주문 늘어나는 속도를 기사들이 쫓아갈 수가 없어요’라면서 급증하는 배달 주문 수요를 감당할 만큼 라이더가 늘어나지 못하는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배달라이더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하지만, 배달 주문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비가 오거나 환경이 온전하지 못한 경우에는 배달비가 많게는 4배 이상 오르는 등 위험한 유혹도 잇따르고 있다.

배달플랫폼에도 라이더에게 자동으로 배차를 해주는 시스템인 AI배차 시스템이 있다. AI배차 시스템은 거리 당 요금이 부과되는데, 실제 거리로 배차를 하는 것이 아닌 직선 거리로 계산을 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AI가 배차해준 직선에는 산, 강, 건물 등 모든 장애물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도착 예정 시간은 정해져 있고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낮은 평점 등 피해를 입기 때문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로 AI배차를 거절하면서 배달을 하면 계정이 정지되는 등 라이더가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 초보 라이더들의 유입

코로나로 학교 안 가는 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배달업계에 유입되고 있다. 배달업계는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일한 만큼 수익을 벌어갈 수 있는 용돈 벌이로 떠오르고 있다.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업으로 삼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라이더는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별다른 자격증 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배달업계 종사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 세상’에는 선릉역 사고 비판에 일부 배달원이 ‘교통 법규(중앙선침범 제외)위반은 대부분 사람의 암묵적인 동의입니다. 나는 배달원이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안전하게 오는 것을 바란다? 그럼 배달 말고 포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라는 글을 게시해 논란이 일어났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배달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들 입에서 저런 욕과 비하가 나올 수 없다고 언급하며 배달원의 불법, 난폭운전은 배달 앱 소비자와 사업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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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노동구조 개선 필요 - 정부, 배달플랫폼, 라이더, 소비자 모두

교통법규 위반은 당연히 잘못된 행태이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한 건이라도 더 잡아서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다면 위험한 운전을 감수할 수 있을까. 도로 위에서 무법 질주를 하는 라이더를 보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고객 입장에서는 음식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하다고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생각이 든다. 소비자들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집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대신에 오토바이의 불법 운전, 과속운전을 사회적 비용처럼 느껴왔다. 그리고 라이더는 도로 위에서 암묵적으로, 자발적으로 시한폭탄이 되어 왔었다. 라이더는 진입장벽이 낮아 접근이 쉽고 부업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여겨지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라이더가 도로 위에 질주를 하자 불편을 겪은 운전자들 중심으로 이들을 낮게 칭하는 표현도 생겨났다. '딸배'라는 용어는 커뮤니티와 SNS에서 배달 라이더들을 멸시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배달 음식은 좋아하지만 일부 무법 질주를 하는 오토바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켜야 한다. 한 배달 어플에서는 라이더 요청사항이 없을 경우 자동으로 '조심히 안전하게 와주세요'라고 입력되도록 시스템화 되어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이 안전하게 천천히 운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배달 앱을 사용하는 일반 국민의 인식 변화"라고 하며 "앱 이용자들은 무조건 빨리 오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 스스로도 교통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교통전문가들은 "당연히 배달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크겠지만 사고 반복의 절대적인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운전면허증 확인 만으로 이루어지는 것 이외에 적성검사, 운전면허 갱신, 교통안전 교육 등을 추가로 받게 해 운전자 스스로 교통 법규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배달 라이더는 퀵커머스 산업에 맞추어 등장한 우리 시대에 필수적인 직업이 되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탓에 질서나 권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 보험 확인을 더불어 배달문화를 속도경쟁에서 안전 운행으로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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