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데 볼 게 없네...' 혹시 나도 넷플릭스 증후군?
'이렇게 많은데 볼 게 없네...' 혹시 나도 넷플릭스 증후군?
  • 조은교 기자
  • 승인 2021.10.0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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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여파로 넷플릭스, 왓챠 등 OTT 서비스 이용 증가
무엇을 볼 지 결정 어려워하는 '넷플릭스 증후군' 호소하는 이용자 많아져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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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은교 기자 = 자칭 ‘넷플릭스 헤비 유저’ K씨(23세, 대학생)는 넷플릭스 메인 페이지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긴 편이다. 재밌는 걸 고르기 위해 예고편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최근에는 재미있다고 소문난 작품들은 거의 다 봐서 고르기 더 힘든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콘텐츠가 많은데 볼 게 없네’라는 생각이 든다.

막상 넷플릭스를 켜면 무엇을 봐야할 지 몰라서 이것저것 검색하거나 예고편만 보는 시간이 늘지는 않았는가? 선택하고 2~3분 보다가 다른 콘텐츠를 다시 고르거나, 아예 고르는 걸 포기하고 유튜브나 웹툰으로 넘어가거나 그냥 잠들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는 않은가?

위에서 말한 내용에 공감했다면, 당신도 넷플릭스 증후군일 수 있다.

 

최근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 작품을 고르다 시간을 보내는 ‘넷플릭스 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증후군은 실제 콘텐츠를 감상하는 시간보다 무엇을 볼 지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많은 현상, 또는 작품을 고르다 정작 목적인 영화나 드라마 감상은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현상을 말한다.

모바일 인덱스가 지난 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는 최근 1,000만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가입자 기반 OTT 서비스 중 넷플릭스의 사용자 수가 많다. 구체적으로 월 사용자수를 보면, 2021년 2월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약 1,001만명으로 가장 많고, 그 뒤로는 웨이브(약 395만명), 티빙(약 265만명), U+ 모바일tv(약 213만명), 시즌(약 168만명), 왓챠(약 139만명)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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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꼽을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올해 5월 발간한 '코로나, 미디어 지형을 바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OTT 서비스 이용률은 66.3%로 2019년 52%에 비해 14.3% 증가했다. 2019년의 증가폭인 9.3%을 보다 다소 증가한 수치다. 특히 40대 이상의 증가폭이 커 40대와 50대는 18.8%, 27.3% 증가했으며 60대와 70세 이상도 각각 17%, 6.9% 증가했다. 이렇듯 OTT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도 많아진 것이다.

왓챠와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는 N씨(23세, 대학생)는 “추천을 받아서 보는 게 아니면 뭘 볼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작품을 감상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L씨(24세, 대학생)는 “코로나 이후 화면을 보는 시간이 늘어 피로감이 늘어난 것 같다”라며 “학교 수업도 모두 동영상이고, 공부할 때도 패드나 노트북 화면을 본다. 여가시간에는 넷플릭스,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데 계속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라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을 때가 있다. 요즘은 뭘 볼지도 모르겠다”며 의견을 보탰다.

 

넷플릭스 증후군의 원인으로 ‘선택의 역설’을 들 수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TV는 일단 틀어놓기만 하면 어떤 콘텐츠든지 보게 됐지만, OTT 서비스는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봐야 한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한 번에 여러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보기까지의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결점 없는 선택을 하려는 완벽주의가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확실히 재미있는 것,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것을 고르려고 하다 보니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정이 어려워진다.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발견해도 ‘더 재미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정보를 찾다가 지치게 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결정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너무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선택하고 보기까지 과정에서 피로감이 과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현대인들이 입시, 취업 등 경쟁 사회를 거치면서 여가를 즐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며 "여가시간에는 잠만 잔다든지, 음악 듣기, 책 읽기 등 취미가 간단한 수준에 그쳤다.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연습이나 적응이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여가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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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선택의 범위를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오늘 한국의 TOP 10' 순위를 공개했다. 한국 넷플릭스 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를 알려주는 것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영국과 멕시코에서 먼저 순위 공개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쉽고 빠르게 자신이 시청하고 싶은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많아 한국에도 적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용자가 그동안 시청했던 콘텐츠나 보다 만 콘텐츠, 보고싶은 컨텐츠 등을 무작위로 재생해주는 셔플버튼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을 볼 지 모르겠을 때 스스로 결정을 돕는 방법을 마련할 수도 있다. ‘무조건 액션 영화를 보자!’, ‘보고싶다고 체크해둔 것 중 하나를 보자!’와 같이 나름의 기준을 만들면 선택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2018년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대표로 연설한 Pete Davis는 “‘넷플릭스 증후군’은 우리 세대를 대변해 주는 말이다.” 라며 이 현상에 대해 언급했다. ‘넷플릭스 증후군’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켠 넷플릭스에서조차 피로감을 느끼고 지쳐가는 현대인의 초상이 담긴, 다소 씁쓸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Pete Davis는 그의 연설 끝자락에서 “일단 하나 고르고 끝까지 보라!”고 말했다. 오늘 뭘 볼지 고르기 어렵다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의 재생버튼을 누르고 쭉 보며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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