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 '척'하는 리유저블 컵과 기업의 진실
친환경인 '척'하는 리유저블 컵과 기업의 진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1.10.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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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유저블 컵과 텀블러, 과연 정말 친환경일까

친환경인 척 하는 기업, '그린워싱'

출처 : 스타벅스 홈페이지
출처 : 스타벅스 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민지 기자 = 지난달 28일,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 하기까지는 약 1시간에서 2시간이 소요됐다. 그 이유는 바로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증정 이벤트’ 때문이었다. 스타벅스가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을 기념해 일회용 컵 대신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자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 리유저블 컵을 받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몰린 것이다.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대신 리유저블 컵을 무료로 제공한 이번 이벤트에 대해 ‘일회용 컵 사용 절감에 대한 친환경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수십만 개의 플라스틱 리유저블 컵을 추가 생산해야 했고, 이를 두고 과연 친환경 이벤트였는지에 대한 대중의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 스타벅스가 마치 친환경 기업인 것처럼 속이는 ‘그린워싱’ 기업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거세졌다.

리유저블 컵과 다양한 텀블러의 사용이 친환경 소비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카페에서는 ‘친환경’이라는 명목 하에 다양한 디자인의 리유저블 컵과 텀블러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 역시 처음에는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고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구매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미 집에 텀블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출시된 텀블러가 너무 예뻐서, 혹은 취미로 수집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은 리유저블 컵을 구매하고 있다.

친환경 목적으로 출시되었던 리유저블 컵은 그렇게 점차 기업의 ‘굿즈’로 전락했고, 환경 보호를 위해 리유저블 컵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 게다가 리유저블 컵이라고 해서 무조건 환경 친화적인 것이 아니라는 지적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리유저블 컵의 정체성은 점점 더 모호해져 가고 있다. 과연 리유저블 컵은 정말 친환경 제품이 아니었던 것인지, 그렇다면 기업이 지금까지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워싱’을 이어온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리유저블컵의 진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컵과 달리 여러번 사용하는 리유저블 컵과 텀블러는 실리콘 고무와 스테인리스 그리고 일회용 포장재나 배달 용기로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플라스틱 등으로 제작된다. 그리고 이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작된 리유저블 컵은 제작과 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리유저블 컵은 일회용 컵에 비해 더 두껍고 단단하게 제작되는 만큼 그에 비례해 온실가스 배출 양도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9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300mL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카페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종이컵보다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13배 높았다. 게다가 리유저블 컵과 텀블러를 재사용할 때 설거지하는 과정에서 물, 에너지, 세제를 또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게 된다. 결국 한두번만 쓰고 버릴 컵이라면 리유저블 컵을 쓰는 것 보다 오히려 일회용 컵을 쓰는 것이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이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리유저블 컵과 텀블러는 왜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일까. 그 핵심은 바로 ‘지속성’에 있다. 리유저블 컵과 텀블러는 장기간, 여러번 사용할 수록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사용률이 1% 남짓밖에 되지 않는 일회용 컵의 경우 쓰는 만큼 제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꾸준히 누적될 수밖에 없는 반면, 리유저블 컵과 텀블러는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설거지할 때 배출되는 극소량의 온실가스만 누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의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는 “플라스틱 텀블러는 최소 5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해야 의미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환경 보호 목적으로 리유저블 컵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최소 50회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에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워싱’

출처 : '디저트39' 페이스북
출처 : '디저트39' 페이스북

하지만 대부분의 카페에서 판매·제공하는 리유저블 컵과 텀블러는 ‘지속적인 사용’에 초점을 두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오히려 재사용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대표적인 시즌 MD상품 출시 기업이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의 수많은 MD를 출시하는데 문제는 이 MD 중 다수가 복합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친환경을 위한’ 상품인 척하며 출시하지만 사실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제품을 매 시즌마다 추가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타벅스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광고, 홍보하는 ‘그린워싱’ 기업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스타벅스의 그린워싱 논란에 대해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일회용품 사용 감축은 고사하고 오히려 자원 낭비와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스타벅스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그린워싱’ 논란은 스타벅스 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카페 중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리유저블 컵을 기본으로 제공해 문제가 되는 카페도 있다. 바로 ‘디저트 39’이다. 디저트 39는 모든 음료 구매자에게 음료를 리유저블 컵에 담아 제공하는 국내 카페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친환경’이라는 명목 하에 리유저블 컵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문제는 현실은 그 취지와 다르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해당 카페에서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이 세척하기 어려운 탓에 ‘재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리유저블 컵이 필요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구매자에게도 무조건 제공하는 것이 과연 친환경을 위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리유저블 컵을 제공하며 불필요하게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전략이 과연 친환경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

결국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소비자에게 달렸다. 리유저블 컵과 텀블러를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여러 개 구매하지 않고 하나를 오래 쓰는 습관을 갖는 것, 그리고 번거럽더라도 카페에 개인 리유저블 컵을 가져가는 습관을 갖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이 환경보호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업의 ‘그린워싱’을 바로잡는데도 우리 소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스타벅스는 코로나 19의 확산 이후 위생과 방역 등의 이유로 매장 내에서 손님이 가져온 리유저블 컵의 사용을 금지해왔는데, 이번 이벤트로 논란이 된 이후 지난 29일부터 ‘매장 내 리유저블 컵의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지침을 변경했다. ‘그린워싱’ 논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에 결국 내부 규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주장하는 친환경이 과연 진짜 친환경이 맞는지 늘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잘못된 부분은 명확하게 바로잡는 소비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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