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수제 맥주'다! 국산 수제맥주 열풍
대세는 '수제 맥주'다! 국산 수제맥주 열풍
  • 조은교 기자
  • 승인 2021.10.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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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위트 에일', '구스 아일랜드', '곰표 밀맥주' 등 다양한 국산 수제맥주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게 된 이유는?
규제 완화, 홈술 트렌드, 이색콜라보 등이 유행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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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은교 기자 = 일과를 끝내고 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의 첫 모금은 많은 이들에게 소소하고도 큰 행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홈술족이 늘면서 우리나라 수제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311억 원 규모였던 수제맥주 시장은 2020년 1180억 원으로 4년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을 정도다. 특히, 올해 5월에는 대한제분과 CU, 세븐브루어리가 협업해 만든 ‘곰표 밀맥주’가 출시 3일 만에 초도물량 10만 개가 완판을 기록했고, 카스, 테라, 수입맥주를 제치고 CU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어느 순간 ‘곰표 맥주’, ‘제주 위트 에일’, ‘자유로’, ‘임진강’ 등 새롭고, 개성 강한 수제 맥주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수제 맥주'는 미국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의 한국식 용어다. 미국에서는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성, 소규모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연간 9억 5천 리터 이하), 전통 방식을 존중해 만든 맥주를 크래프트 비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지칭한다. 여기서 ‘수제’라고 하면 손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지만, 대부분의 수제 맥주는 장비로 만든다. ‘수제’ 맥주라는 이름이 ‘Craft’를 직역한 것이기도 하고, ‘우리의 상품은 특별하고, 대량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맥주들과는 다르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의미도 존재한다.

사실 우리나라 맥주는 ‘맛이 없기’로 유명했다. 어딘가 밍밍한 맛이 한국 맥주의 특징이었다.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한 기자가 ‘한국의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라고 기사에서 언급했을 때 국민들이 모두 인정했을 정도다. 그런 이유로 2010년대 초반 수입 맥주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수입 맥주 전성 시대가 열렸다. 편의점 ‘네 캔 만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비교적 더 높은 퀄리티의 맛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라거, 에일, 필스너 등 국산 맥주의 종류도, 맥주의 향과 맛도 수입맥주만큼이나 다양해졌다.

 

/세븐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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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제맥주 성장의 원동력, 주세법 개정

이전에도 국산 수제 맥주는 존재했지만, 편의점 유통은 2018년에 처음으로 허용되었고 그마저도 한 캔에 5~6000원 선으로 비쌌다. 선택지도 좁고 가격도 비싸니, 수입맥주와 견줄만한 맛을 가졌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 지금처럼 국산 수제 맥주가 수입맥주와 경쟁할만한 다양성과 가격을 가지게 된 데는 2020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세금 제도가 개편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을 출고할 때의 주류 원가에 세율을 곱해 주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출고 원가는 원가, 유통비,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등을 합해 책정된다.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소량 생산을 하는 수제 맥주 양조장의 제품들은 원재료를 소량으로 구매하고 몰트, 홉을 다양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기업의 제품들보다 원가가 높아져 출고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종가세 방식은 수제 맥주 양조장의 생산량에 비해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는 체계였다. 게다가 세율도 매우 높았다. 72%에 달하는 세율 때문에, 출고원가가 1000원이라면 720원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구조였다. 반면에 수입맥주는 출고 원가로 주세가 정해지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 수입 신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정했다. 그래서 국내 맥주보다 오히려 더 저렴해질 수 있었다.

2020년부터 시행된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나 용량에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출고 가격과 관계없이 동일한 양을 출고했다면 같은 세율을 곱해 주세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대기업 맥주, 수제 맥주 종류에 상관없이 맥주의 원가가 높아져도 출고 된 ‘양’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소량 생산을 하더라도 세금이 높아지지 않는다. 종량세 시행으로 소형 양조장들은 기존 세금에 비해 30%~40% 가량 적은 세금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소형 양조장들은 좋은 원료, 새로운 원료를 넣으면 원가가 올라가 맥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되어 창의성과 원가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20년 주세법이 종량세로 바뀌면서는 원가에 대한 부담이 적어져 훨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21년 4월부터는 맥주 OEM(위탁 생산)도 가능해지면서 타 기업과 소규모 양조장의 콜라보 상품도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이렇게 국산 수제 맥주가 맛과 향의 다양성을 늘릴 수 있었고, ‘4캔 만원’이 가능해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홈술’ 트렌드, 일본산 맥주 불매운동 여파

편의점 업계는 큰 틀에서 수제맥주 수요를 프리미엄 주류 수요로 인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밖에서 술을 마시게 어렵게 되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이 트렌드로 떠올랐고, 집에서 한 잔을 마셔도 제대로 마시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2020년 식약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이 36.2%는 코로나19로 술 마시는 장소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 중에는 음주 장소를 자신의 집으로 바꾼 사람들이 92.9%(중복 응답)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지인의 집(62.9%), 식당·카페(35.8%)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점·호프집(82.4%), 식당·카페(78.9%) 등 외부 영업 시설이 대부분이었다

2019년 일본의 경제 조치에 반발하며 일어난 'NO재팬'의 확산으로 일본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아사히, 기린, 에비수, 삿포로 등 일본 맥주 대신 국산 맥주가 대체재로 떠올랐다. 지금은 ‘NO재팬’의 열기가 사그라드는 추세지만 일본 맥주 수입량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일본 맥주는 2018년 22.3%로 수입량 점유율 1위였지만 2019년에는 점유율이 13.1%까지 하락했으며, 2020년에는 지난해에는 2.3%까지 고꾸라지면서 이전에 비해 일본 맥주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세븐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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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템’이 된 수제 맥주

'이게 인싸 맥주다’, ‘요즘 구하기 힘들다더라’

맥주가 유행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상품이 곰표 밀맥주다. 레트로 열풍을 대표하는 제품인 데다 인기가 많아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란 인식이 생겼다. 맥주의 맛과 향을 통한 만족감도 있지만, 그보다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하며 일종의 재미를 추구하는 '가치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GS25가 내놓은 수제맥주 '노르디스크 맥주'도 60만 캔이 이틀만에 동났다. 이 수제맥주는 GS25가 북유럽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한 라거 맥주다. 이 외에도 '말표 맥주', '유동 골뱅이 맥주', '쥬시 후레시 맥주'등 다양한 기업과 이색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면서 수제 맥주 자체가 즐거운 이벤트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수제맥주 시장

수제 맥주의 인기가 뜨거워지자 식품업계에서는 자사의 음식과 곁들이기 좋은 맥주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오뚜기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국물라면과 페어링을 위한 ‘진라거’가 그 예시다. 특히 맥주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치킨이다. 맥주와 치킨은 시너지가 좋은 상품이다 보니, 치킨 업계의 '치맥 전쟁'이 치열해질 예정이다. 교촌치킨은 최근 소형 맥주 브루어리인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하고, 세븐일레븐과 함께 ‘교촌 치맥하기 좋은 수제맥주’를 출시했다. 제네시스BBQ는 제주맥주와 협업해 치맥을 겨냥한 수제맥주 ‘치얼스’를 출시했다. 이밖에도 다른 치킨프랜차이즈들도 BBQ와 교촌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수제맥주 진출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제맥주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도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이마트24는 올해 5월 야구를 모티브로 한 ‘최신맥주’ 상표권을 출원하고 7월 '최신맥주 골든에일'을 출시했다. GS25 역시 수제맥주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로 하고, 주류 제조사를 인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배달의 민족과 협업해 '캬 맥주', '굿 맥주'를 출시했다. 지금도 팔도와 협업한 '불닭 망고 에일', 블루보틀과 협업한 '커피 골든 에일', 디아블로와 협업한 '호라드림의 상자'등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은 새롭고 이색적인 주류 신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애주가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며 "편의점에서의 수제 맥주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만큼 차별화된 상품들을 지속해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취향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골라서 소비하는 ‘바이미포미(Buy me for me)’ 트렌드가 지속되는 만큼, 국산 수제 맥주의 다양성이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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