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잠시 Off... '멍 때리기'로 힐링하자
바쁜 일상 잠시 Off... '멍 때리기'로 힐링하자
  • 최은규 기자
  • 승인 2021.10.28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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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 뇌의 휴식을 위해 필요

자연과 실내에서 즐기는 불멍·물멍·숲멍

멍 때리기 콘텐츠 등장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라는 뜻의 '멍 때리기'는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현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휴식을 위해 의도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멍 때리기 열풍은 2014년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서 처음 열린 '멍 때리기 대회'에서 시작되었다. 3시간 동안 심박측정기를 달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참가자들 중 가장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인 사람이 우승하는 '멍 때리기 대회'는 2016년 가수 크러쉬가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당시 크러쉬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너무 지쳐서 잠시 쉬고 싶어 대회에 참가했다. 두통이 있거나 생각이 복잡한 사람들에게 참가를 권한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멍 때리기를 주제로 대회를 연다는 것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제 2021년 현대인들에게 멍 때리기는 힐링 요소가 되었다.

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불멍'에 이어 잔잔한 물결을 가만히 바라보는 '물멍', 울창한 숲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숲멍',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비멍' 등 다양한 대상을 앞에 두고 멍 때리기가 유행이다. 사람들은 왜 휴식시간에 멍 때리기를 즐기게 되었을까?

 

멍 때리기가 유행하는 이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현대인들은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나 정치적 문제, 자극적인 뉴스로 많은 피로를 느끼고 코로나 19로 인해 우울감과 무기력증까지 쌓여 일상 속 '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할 방법 중 장소·비용·시간 등의 부담이 없는 '멍 때리기'로 복잡한 생각을 비워버리며 휴식의 시간을 보낸다. 20대 A씨는 "진로 고민과 취업 준비 때문에 몸과 마음이 항상 바쁘다. 가끔 휴식이 필요하다 싶을 때 시간적,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보니 굳이 뭘 하려고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데, 너무 편안하고 정신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도 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멍 때리기는 실제로 힐링 효과가 있을까?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에 따르면 뇌는 우리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쉬지 않으며 뇌를 피곤한 상태로 두지 않기 위해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뇌 자체를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는 모든 환경에서 쉽게 놓아주고 이완시키는 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멍 때리기도 복잡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나를 한 단계 놓아주는 훈련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뇌의 피로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인 정재승 교수는 2017년 출연한 '알쓸신잡'에서 "제대로 쉬는 일이 있어야만 일의 성과도 더 좋아질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굉장히 몰입했다가 완전히 뇌가 이완할 때 잘 떠오른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 일에 몰입하고자 할 때 주변으로부터 방해받고, 휴식시간 동안에도 '뭐라도 좀 할까?' 등 딴 생각을 하며 제대로 멍 때리기를 어려워한다"라며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멍 때리기를 즐기는 방법

① 조용한 곳을 찾아 떠난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멍 때리기를 즐기고 있을까? 몇몇 사람들은 여행을 즐길 겸 조용한 자연을 찾아 직접 떠난다. 코로나 19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의 이유도 있지만, 유명한 휴양지보다 조용한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들은 멀리 떠나기보다 근처에 있는 울창한 숲이나 탁 트인 언덕, 강가에서 잠시 일상을 잊은 채 평화로운 휴식 시간을 즐긴다. 캠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캠핑족들의 '#불멍' 인증샷도 SNS에서 여럿 볼 수 있다. 평소 집과 가까운 곳에서 가족들과 캠핑을 즐기는 20대 권 씨는 "방문객이 적은 조용한 곳에서 가족끼리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어 관광지보다 가까운 숲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휴대폰 사용을 잠시 줄이고 장작불을 바라보며 가족들과 함께 불멍하는 시간은 일상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재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힐링타임이다"라고 말했다.

자연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차분함을 즐길 수 있다. 여행의 주목적이 휴식이 되면서 호캉스(호텔+바캉스)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호텔 이용객들은 주로 객실 내에서 책을 읽거나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들은 호텔에서 평소 생활하던 집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호텔은 고객들의 심신 안정을 돕기 위해 다양한 명상·요가 프로그램과 함께 객실 내에 턴테이블, LP, 블루투스 스피커, 무드등, 가습기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② 집에서도 쉽게, 다양한 소품 등장

물멍 액자를 세워두고 혼술을 즐기는 개그우먼 이은지/출처: MBC 유튜브
물멍 액자를 세워두고 혼술을 즐기는 개그우먼 이은지/출처: MBC 유튜브

코로나 19로 인해 외출이 꺼려진다면 집에서 쉽게 멍 때리며 힐링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배우 경수진과 손담비가 에탄올을 담은 스테인리스 용기와 자갈을 이용해 홈메이드 불멍 난로를 만드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은 "집에서도 불멍을 즐길 수 있어서 좋겠다"라며 에탄올 난로 만드는 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도 홈 인테리어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의 에탄올 난로를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연기나 그을음이 없어 실내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테이블이나 바닥에 옮겨가며 둘 수 있어 공간 제약도 없다.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집에서 물멍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는 미니어항이 있다.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움직임을 가만히 보다보면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요즘엔 무드등 어항, 액자 어항 등 실내장식으로도 좋은 어항들이 다양하며 유튜브에서는 어항을 꾸미는 방법에 대한 영상이 인기이다. 어항관리가 어렵고 번거로운 사람들은 물멍 액자를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8일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개그우먼 이은지는 "원래부터 물멍을 매우 좋아한다. 잔잔한 호수나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면서 힐링하는 편인데 집에서 그럴 수 없다 보니 바다 액자를 둔다"라며 바다의 물결이 그려진 액자를 앞에 세워두고 혼술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콘텐츠로 확장된 멍 때리기

가만히 10분 멍TV/출처: EBS 홈페이지
가만히 10분 멍TV/출처: EBS 홈페이지

멍 때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메가박스는 코로나 19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문화 콘텐츠를 확산시키기 위해 '메가박스 릴레이-불멍'을 개봉했다. '메가박스 릴레이-불멍'은 31분 동안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영상이며 큰 스크린과 최적화된 사운드로 불멍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다. 관람객들은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힐링할 수 있었다. 불멍하면서 잡념도 정리된 듯하다"와 같은 평을 남겼다.

한편, EBS는 '가만히 10분 멍TV'라는 프로그램을 월~목 밤 12시 50분에 방송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끌벅적 돌아가는 세상 속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제작되었으며, 10분 동안 닭강정을 튀기거나 세탁기가 돌아가는 장면 등 소소한 주변의 풍경부터 폭포와 계곡 물소리와 같이 장엄한 자연의 모습까지 다양한 소리를 담은 영상을 보여준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제작자의 의도적인 구성과 편집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컷으로 촬영된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은 마치 그 장면 속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생소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처음 접한 시청자들은 방송사고라며 항의 전화를 걸기도 했으나,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든 고정 시청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우연히 채널 넘기다가 보게 되었는데 너무 좋은 기획이다", "제목 그대로 멍하게 영상 보면서 머리를 비울 수 있어 좋다", "보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가 온다. 오래오래 방송했으면 좋겠다" 등의 호평을 남겼다.

이 밖에 유튜브에서도 장작불이 타는 장면이 8시간 동안 반복되거나 몽돌해변의 파도를 3시간 동안 촬영한 영상으로 불멍·물멍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심리 안정과 집중에 도움을 주는 백색소음과 ASMR 영상, 잔잔한 수면 음악, 편안하게 듣기 좋은 노래 모음 등과 같이 자극적이지 않고 힐링을 주는 영상이 인기이다. '장작 소리 효과음, 백색소음 ASMR'과 '스트레스 해소 음악, 잠잘 때 듣는 음악, 불면증치료음악, 수면유도음악' 영상은 각각 조회수 495만 회, 5108만 회를 기록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휴식과 피로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다. 아르키메데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간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 뉴턴이 사과나무 밑에서 멍하니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 것처럼 머리가 복잡하고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바쁜 일상과 고민들을 잠시 꺼두고 하루 1~2번씩 15분 정도 머릿속을 비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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