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량 줄어드는데 오르는 우유 가격, 왜 그럴까?
소비량 줄어드는데 오르는 우유 가격, 왜 그럴까?
  • 조은교 기자
  • 승인 2021.11.17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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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에 3000원대로 오른 우유,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비싸
소비 심리 반영하지 않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원인으로 지목돼
/freepik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은교 기자 = 지난 10월, 서울우유가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 데 이어 남양유업 또한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4.9% 인상했다. 한국야쿠르트도 11월부터 우유와 발효유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우윳값 인상은 단순히 우유뿐만 아니라, 유제품이나 우유가 들어가는 식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우유 가격 인상에 따라 생크림, 버터나 치즈와 더불어 빵, 아이스크림, 과자, 커피의 가격도 함께 오르는 ‘밀크플레이선’ 우려.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유 소비량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코로나로 인한 학교 급식 중지, 출생률 감소로 인해 우유 소비량이 더욱 감소했다. 2020년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6.3kg으로, 지난 1999년 24.6kg 이후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209만 톤의 원유를 생산했지만, 이 중 186만 톤만이 소비되고 23만 톤이 남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인데도 왜 가격은 오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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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 상승과 원유가격연동제

현재 우유 1L당 소비자가는 3000원가량으로, 1,700원~1,800원대를 오가는 휘발유보다도 리터 당 가격이 비싸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우유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한국의 원유 가격은 1kg당 1,051원으로, 미국(477원), 유럽(456원), 뉴질랜드(408원) 등 낙농 선진국보다 두 배 이상 높다. 1L당 흰 우유 가격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비싸다. 지난 8월에는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을 1L당 947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이는 3년 만에 이루어진 가격 인상으로, 전에 비해 21원(2.3%) 증가했다. 여기에 종이팩, 플라스틱 등 부자재 비용 상승과 인상된 최저 임금, 물류비 등이 반영되어 소비자가는 4~5% 가까이 올랐다.

원유 가격은 ‘원유가격연동제’로 책정된다. 낙농가의 원유 생산비와 전년도 가격,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적용해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다. ‘우유’는 살아있는 생물인 소에게서 나온다. 수요가 적다고 해서 젖소의 수를 임의로 줄이거나 젖을 짜는 것을 멈추기 어렵다. 날마다 젖을 짜지 않으면 소의 혈관이 터지고 유방염이 생겨 젖소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매일 일정량의 원유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특성상, 우유를 생산하려면 일정량의 판매량/판매가가 보장되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에게 어느 정도의 수입을 보장해주고, 우유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체계는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않아 가격이 시장 상황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의도는 좋지만 사실상 우유의 가격 하한제나 마찬가지다. 수요가 줄어든다고 가격이 내려가지도 않고,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니 소비가 증가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여기에 ‘원유 쿼터제’로 인해 우유를 가공해 판매하려면 사전에 계약된 분량을 사들여야 하는 유가공업체들은 계속해서 재고가 쌓이고, 불만도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와 상관없이 일정량을 매입해야 하는데 수요가 적어 팔리지 않으니 재고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원유는 오래 보관할 수 없어 소비되지 않는 경우 분유로 바꿔 저장한다. 실제로 분유 생산량은 지난해 4월 1만 톤을 넘어선 이후 계속 증가세다.

국산 우유 가격이 오르자 대체재로 해외 멸균우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멸균우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섭취하던 살균 우유와 비교해 영양 면에서 큰 차이가 없고, 유통기한이 훨씬 긴 데다 가격도 1리터당 1천 원대 초반으로 가격 부담이 적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멸균우유 수입 중량은 2016년 1천214t에서 지난해 1만1천413t으로 4년 만에 약 9배(840%) 늘었다. 해외 멸균우유가 국내 우유의 대체제가 된 것이다.

 

제도 개선을 위한 협상 테이블 열렸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 유가공업계, 낙농업계 등 각계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소비자, 우유 가공업체, 낙농업계가 모인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가격 조정을 논의하려 하고 있지만,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0월 12일 개최된 2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는 첨예한 입장 차이로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사실상 파행되었다. 정부는 생산비 절감 방안을 제시했다. 생산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료비의 절감, 사육 환경 개선을 위한 장비 지원 등이 골자다. 낙농가는 사룟값 인상, 인건비 인상, 탄소 저감 등 정부 환경 기준에 맞추기 위해 시설 투자와 같은 지출 증가로 생산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원유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가격 인상 폭이 커진 이유는 과도한 유통 마진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공업체 측은 시장원리와 수급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비대칭적 제도로 인해 높은 가격으로 정해진 물량만큼의 원유를 전부 사들여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첨예한 의견 대립 속 논의 테이블에서 합의가 도출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각 주체간 화합 필요

우유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서 나오는 것이다 보니 생산량을 단기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 유럽 등지의 낙농업이 발달한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낙농업은 영세한 수준이라 원가 차이가 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행 가격 책정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면 계속 우유 가격은 오를 것이고, 소비자는 국산 우유를 먹지 않고 수입 우유를 찾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낙농업계가 존속하기 위해서 제도 개선은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낙농산업발전위원회는 ‘낙농 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연내에 마련해 늦어도 내년 1월 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과정이 다소 고되더라도, 낙농업계와 소비자, 유가공업체 모두가 만족할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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