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부의 노력에 이어 개인의 노력 필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임성은 기자 = tvN에서 방영한 ‘유미의 세포들’이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연출에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또한, 주인공 유미의 머릿속 세포를 캐릭터로 표현한 웹툰 원작에 사람들은 ‘한 번쯤은 머리에 뭐가 사는 게 아닐까 했는데 상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내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세포 때문이었네’라며 웹툰 작가의 창의성에 대단함을 표했다.
하지만, 웹툰 작가들의 창작성과 웹툰의 저작권이 무색해지는 일이 발생하는 등 K-웹툰 시장이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웹툰이 정식으로 연재되는 플랫폼인 네이버웹툰, 레진코믹스, 다음웬툰 등은 회당 100원에서 300원씩 대금을 지급해야 웹툰을 볼 수 있는 유료웹툰이다. 하지만 사이트에 이 유료웹툰을 불법 유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확장된 사이트를 통해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는 일이 발생했다.
업로드하면 30분만에 유통… 불법 복제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을 일정한 방식으로 이용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로 웹툰이 포함된다. 따라서 웹툰을 함부로 복제, 배포하거나 2차 저작물을 생산하는 것은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하지만, 웹툰의 불법 유통 규모는 저작재산권에 코웃음을 치기라도 하는 듯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국내 웹사이트 중 일간 방문자 수 8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규모로 운영됐던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가 체포되면서 불법 유통이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는 얼마 가지 못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2020 웹툰 사업체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의 조회 수는 263억 건으로 국내 전체 합법 웹툰 플랫폼 조회 수인 329건의 약 80%에 육박한다. 또한, 플랫폼의 수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258개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K-웹툰 흥행으로 국내에 이어 국외로 불법 유통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웹툰 불법 유통 대응 협의체는 중국어로 정식 수출되는 웹툰이 영어나 스페인 등으로 번역되어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법 유통 사례를 알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작가 혹은 개인이 유포자의 계정을 삭제, 사이트 차단 등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휴대폰 인증만으로도 사이트 회원가입을 할 수 있어 전화번호를 새로 만들어 회원가입을 할 경우 이전과 동일 인물로 파악되지 않아 유포자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K-웹툰 규모의 위축 위기
우리는 일상 속 5~6인치의 좁은 디스플레이로 웹툰을 보지만, 우리나라의 웹툰 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K-웹툰의 대표적인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우리나라 웹툰의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카카오웹툰은 태국과 대만에서 다운로드 수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만화 분야 1위를 기록했다. 또한, 네이버의 라인웹툰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만화 앱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웹툰 시장을 흔드는 불법 유통으로 웹툰 작가들은 창작 활동을 이어가지 못할 만큼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불법 유통이 금전 문제를 유발해 그들의 생계와 웹툰 창작 환경 유지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2020 웹툰 사업체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유통에 따른 웹툰·웹소설 시장의 침해 규모는 2019년을 기준으로 3183억 원으로 2017년에 비해 약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유료 플랫폼을 통해 들어 왔어야 하는 수익이 불법 유통으로 작가들의 실질적인 수입원이 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작가들이 웹툰을 게재하는 플랫폼 업체와 출판사에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경제적인 부담감을 높인다.
또한, 웹툰작가 김동훈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님들의 노력이 아무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웹툰 불법 유통이 웹툰 작가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또한, 원작자의 요청으로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작품이 사라지자 해외 독자들이 원작자를 향해 욕설과 비난을 하는 등의 온라인 학대까지 심해지고 있어 웹툰 작가들의 정신적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다. 김 씨는 불법 사이트로 피해를 입은 웹툰 작가 3명이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라고 해당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툰레이더(Toon Rader)’를 이용해 작가들의 저작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툰레이더는 보안 기술과 데이터 분석 러닝머신을 활용해 불법 유통을 잡아내는 기술로 불법 유통된 웹툰 속에 코드를 미리 심어놓는 기술이다. 따라서 누군가 웹툰을 복제해 불법 사이트에 업로드 할 경우 담당자는 툰레이더를 통해 이 사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이 기술은 추적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화질을 낮춰 불법으로 유통한 웹툰을 추적할 수 있어 창작자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 20일 국감에서 지적된 창작자와의 상생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으로 내세운 웹툰 불법유통 근절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웹툰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해 움직일 전망이다. 또한, 불법 유통 모니터링을 외주업체에 맡겼던 과거와 달리 상시 모니터링 할 인력을 추가로 선별해 직접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또한,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 속한 소속 작가와 이용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캠페인 진행 계획을 밝혔다. 이는 콘텐츠 플랫폼이 웹툰 불법 유통 근절 캠페인에 최초로 나서는 것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외에도 웹툰 플랫폼 ‘탑툰’이 회사 내부 저작권 팀을 구성하고 지속해서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는 등 자사가 직접 웹툰 불법 유통을 위해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웹툰 작가들은 힘을 합쳤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툰 작가 10인과 함께 ‘만화·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이용 근절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문체부와 콘진원 공식 유튜브에 업로드 하며 올바른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콘진원 대중문화본부 본부장 이현주 씨는 이 캠페인을 통해 “이용자들이 정식 유통 사이트를 통해 올바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불법 유통... 웹툰 만이 문제가 아니야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특별사법경찰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과 지난 10월까지 진행한 합동 수사 범위를 웹툰 시장에서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까지 확장해 지속적인 국제공조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불법 유통 사이트 근절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는 이유는 불법 유통이 K-콘텐츠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온라인에서 유통된 불법복제물이 약 87만 건에 도달했으며 불법 파일이 국내, 국외 상관없이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불법 유통은 웹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웹소설을 포함해 영화, 드라마 등 우리나라 문화 생활을 아우르는 사회적 문제이다.
따라서 활발한 콘텐츠 생산을 도모해 일상 속 모두를 위한 콘텐츠 문화를 만들기 위해 ‘나 하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아닌 ‘나 하나라도 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으로 웹툰, 나아가 올바른 K-콘텐츠 소비를 위해 개인의 노력해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