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와 공포, 다양한 장치까지…오프라인에서 즐기는 ‘방 탈출’
추리와 공포, 다양한 장치까지…오프라인에서 즐기는 ‘방 탈출’
  • 김보민 기자
  • 승인 2021.11.19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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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일어나면, 당신은 낯선 방에 갇혀 있습니다.
주위에는 낯선 남녀. 방에는 다양한 아이템과 암호가 숨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동료들과 협력하여 시간 내에 이 방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보민 기자 = 문이 열리지 않는 낯선 방에 갇힌 당신. 앞에는 알 수 없는 내용의 종이만 존재하고, 벽에 걸린 타이머의 시간은 점점 흘러만 간다. 유명한 영화 시놉시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재된 내용은 ‘방 탈출 카페’의 기본 설명이다. ‘방 탈출 카페’란 음료를 전문적으로 파는 카페는 아니다. 사용자들은 60분 내외의 제한시간 안에 추리하고, 단서를 발견하며 퍼즐을 푸는 게임으로 ‘방을 탈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방 탈출 카페는 몇 년 만에 온·오프라인 유행의 중심이 되었다. 국내 최대 방 탈출 카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오프라인 방 탈출’의 자료에 의하면, 2021년 10월 기준 국내 이용 가능한 방 탈출 테마는 1700개를 돌파했다.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테마를 고르고, 치열한 ‘방켓팅(방 탈출+티켓팅)’을 거쳐 원하는 시간을 예약해 방 탈출을 즐긴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방 탈출 카페 전문 동아리와 소모임 모집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시간의 재미를 위해 많게는 이만 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방 탈출 카페. 사람들은 방 탈출 카페에 어떤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방 탈출 카페의 유래

방 탈출 카페는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007년, 일본의 무료 잡지 ‘SCRAP’에 ‘수수께끼의 잔치’라는 이벤트 내용이 투고되었다. 잠겨 있는 낯선 방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문구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2000엔을 지불하고 참여한 사람들이 마주한 것은 폐쇄된 공간에서 여럿이 힘을 합쳐 탈출하는 ‘리얼탈출게임’이었다. 참여자들은 당시 유행한 각종 탐정 만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힘을 합쳐 탈출에 성공했다. 이것이 공식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오프라인 방 탈출 게임’이다.

‘리얼탈출게임’ 1회를 마친 뒤, 참여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게임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SCRAP은 몇 개월 단위로 ‘어느 여고 교실에서 탈출’, ‘어느 빌딩에서의 탈출’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벤트를 개최했다. SCRAP의 대표 가토 다카오는 한 매체에서 “당시 유행하던 온라인 탈출 게임을 그대로 오프라인에 옮겨 보자는 생각으로 열었다”라고 제작 비하인드를 밝혔다. 가토 대표에 의하면 2018년 기준 ‘리얼탈출게임’의 누적 이용자 수는 380만 명을 넘고, 유명 애니메이션과 콜라보를 하는 등 일본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한 방 탈출 게임이 카페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온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2015년 4월, 홍대에 국내 최초의 방 탈출 카페 ‘서울이스케이프룸’이 들어왔다. ‘서울이스케이프룸’의 신선한 방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후, ‘비트포비아’, ‘키이스케이프룸’, ‘셜록홈즈’ 등 새로운 국내 방 탈출 카페가 연이어 등장했다. 그리고 2021년, 야외 방 탈출부터 AR 방 탈출, 온라인 방 탈출 등 국내 ‘방 탈출 카페’ 내의 다양한 콘텐츠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G9의 온라인 방 탈출 '일리아네어 X'/출처:G9
G9의 온라인 방 탈출 '밀리어네어 X'/출처:G9

국내 방 탈출의 종류와 특징

‘방 탈출 카페’라고 하면 흔히 밀실을 탈출하는 가장 기본 요소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방 탈출’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

① 룸 타입
룸 타입은 국내 방 탈출 카페 중 가장 대중적인 타입이다. 이곳에선 3~5명 정도의 소수 인원이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을 목표로 수수께끼를 해결한다. 참가자들은 방 안에 있는 다양한 소품과 아이템을 통해 단서를 유추하고, 바깥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성공의 기쁨을 만끽한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여러 개의 방이 존재하거나 물, 언덕 등 자연 구조가 있는 등 테마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구현할 수 있다.

방 안의 수수께끼는 다양한 종류의 자물쇠를 사용하는 타입과 각 방 탈출 카페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활용하는 장치 타입이 존재한다. 특히, 장치 타입은 특정 장소에 서면 문이 열리거나, 책을 순서대로 꽂아야 잠금장치가 풀리는 등 몰입감을 높여 주기 때문에 해당 타입 비중이 높은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수수께끼를 해결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무전기와  같은 기기로 바깥과 소통하여 힌트를 받는다. 매장에 따라 힌트 개수를 제한하고, CCTV 앞에서 춤을 춰야 힌트를 준다는 익살스러운 규칙이 존재하기도 한다.

② 필드 타입
필드 타입은 최근 국내에서 조금씩 유행하고 있다. 이 타입의 특징은 공간과 시약에 제약 없이 넓은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지하철, 특정 거리, 동 전체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간의 제약 없이 미션을 수행하며 달린다. 유적이나 관광 명소와 연계해 지역 홍보의 일환으로 쓰이기도 한다.

필드 타입의 대표적인 예로 교보문고에서 주관하는 ‘메트로 어드벤처 2021 : 앨리스와 신비한 서점’이 있다. 이 방 탈출은 광화문역에서 시작한 뒤 지하철을 타고 서울 도심을 누벼 숨은 단서를 찾아야 한다. 참가자들은 “서울 살면서 몰랐던 장소도 알게 되고 몰입감이 좋았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주었다. 이 외에도 100년 전, 독립투사 중 한 사람이 되어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작전명 소원>, ‘김광석 거리’만 단서로 남은 엄마의 일기장에 대한 비밀을 찾기 위한 이야기인 ‘엄마의 낡은 일기장’ 등 다양한 필드 방 탈출이 존재한다.

③ 온라인 타입
IT와 인터넷이 발달한 국내에서 유달리 발달한 타입이다. ‘리얼탈출게임’이 시작되기 전에도 ‘미궁 게임’이라는 온라인 추리 게임은 존재했다. 하지만 온라인 타입은 이제 인터넷에서 ‘방 탈출 카페’처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기획자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기능을 이용해 방 탈출 맵을 구성한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피드, 인스타 스토리, 힌트 속에 있는 다른 계정에서 정보를 찾아 결과를 추리한다.

가장 유명한 온라인 방 탈출 게임 중 하나는 이베이코리아 쇼핑 사이트 G9의 ‘지구여행자, 밀리어네어X의 방’ 캠페인이다. 호텔처럼 꾸며진 인스타그램 피드 속에서 유저들은 황금 열쇠 3개를 찾기 위해 인스타그램 태그로 계정을 이동하고, 숨은 사진을 찾으며 온라인으로 ‘방 탈출 카페’를 즐겼다. G9가 ‘밀리어네어 X의 방’ 이전에 시행한 온라인 방 탈출 ‘지구여행자’는 총 참여자가 7만 명이 넘었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오프라인 방 탈출 카페를 즐기기 힘들게 된 사람들의 추리 감성을 자극해 준 것이다.


이 외에도 ‘리얼탈출게임’처럼 수십 명의 사람이 넓은 공간에서 탈출 게임을 하는 홀 타입, 천 명에서 만 명 단위의 사람을 모아 각종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스타디움 타입이 존재한다. 이 타입들은 일본에서 상용화되었지만, 아직 국내에는 보편적이지 않다. 필드 타입이 국내에 보편적으로 도입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니 앞으로의 영입을 기대할 만하다.

 

방 탈출 카페의 매력

사람들은 어떤 매력이 있기에 앞다투어 방 탈출 카페를 즐기는 것일까? 방 탈출 카페의 가장 큰 매력은 실제로 경험하는 새로운 콘텐츠라는 것이다. 실제로 연간 방 탈출을 350회 이상 즐긴 한 회사원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경험하다 넓은 공간에서 직접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라며 방 탈출에 취미를 붙인 사유를 밝혔다. 나를 위해 구축된 새로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는 사람을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평범한 직장인 최 씨는 “평일에 일하다가 힘든 주간에 퇴근하고 방 탈출을 즐기면 피로가 가신다.”라며 방 탈출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최 씨는 “방 탈출을 하는 동안에는 업무의 피로도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온전히 스토리와 상황에 몰입해서 탈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달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표출했다. 실제로 설문 조사 기관 HP코리아에서 13여개 국 남녀 1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의 사람들이 게임 등 놀이를 즐기는 이유로 ‘스트레스 해소’를 고르기도 했다. 본인이 직접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방 탈출 카페’가 스트레스 완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또한, 방 탈출 카페는 ‘방 탈출’이라는 목적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팀을 이뤄 공동의 목표를 완수할 때 사람들은 성취감과 기쁨을 느낀다. 매장들은 이러한 성취감을 존중하기 위해 탈출에 성공한 사람에게 팔찌를 주거나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해 주는 등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홍대의 한 매장은 탈출 토큰을 지급해 음료수와 교환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성취에 대해 보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충족되며 재방문 욕구 또한 높아지는 순기능이 일어나는 것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방 탈출 카페의 문제점

이렇게 흥미로운 요소만 가득한 방 탈출 카페를 왜 전국민이 쉽게 즐기지 않는 것일까? 소비자가 빈번하게 참여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이다. 방 탈출에 취미가 있는 이 씨는 “빨리 탈출하면 사십 분 정도 즐기는 셈인데, 이만 원가량을 지불하는 것이 솔직히 아깝다”라며 “친구를 여럿 데려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기 때문에 오히려 둘이 가면 손해라는 기분도 든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방 탈출 카페는 혼자나 둘이 가면 22,0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다섯 명이 갈 때는 18,000원으로 단가가 내려간다. 방 탈출 업체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반 카페나 체험과 달리, 방 탈출 카페는 같은 테마를 두 번 이상 즐기면 재미가 반감된다. 실패하지 않는 이상 같은 테마 재방문율이 매우 낮은 편이고, 테마 하나당 제작 비용이 많이 들어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방 탈출 카페는 테마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방 탈출 카페는 입장 전 다른 곳에 내부 장치와 수수께끼에 대해 ‘스포일러 금지’ 서약을 작성한다. 그런 이유로 블로그의 후기들에는 자세한 스토리 및 장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간단한 난이도와 자신의 감상만 기재되어 있다. 방 탈출 커뮤니티 회원 김 씨는 “후기가 괜찮아서 갔는데 문제에 개연성이 없거나 스토리가 재미없으면 이만 원을 날리는 기분이 든다”라고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방 탈출 카페의 방마다 소방시설의 미흡과 노후화 등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존재한다. 실제로 2019년, 폴란드의 방 탈출 카페에 불이 났지만 잠겨 있는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소녀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국내에도 2019년 ‘제3차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방 탈출 카페를 포함한 다중이용업체에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밀실에서 소방시설을 찾아 탈출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에 소비자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국내 방 탈출 카페의 정보를 공유하는 가장 큰 커뮤니티의 회원은 52,000명을 돌파했다. 비싼 가격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n연방(n개의 방 탈출을 연속으로 참여하는 행위)’, ‘방 탈출 카페 투어 여행’, ‘방 탈출 카페 졸업(방 탈출 카페 하나의 모든 테마를 성공)’ 등이 유행처럼 번진다. 그만큼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장소를 탈출하는 행위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달마다 서너 개의 방 탈출 카페가 신설될 정도로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선별적으로 후기를 꼼꼼하게 살펴 좋은 업체를 고르는 것이다. 또한, 조조 할인, 현금 할인, 연방 할인, 학생 할인 같은 요소를 살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하면 금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마침내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실시하며 상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시기가 왔다. 방 탈출 카페들도 코로나 대비를 위해 타임 하나가 끝나면 정리하며 방을 소독하고, 인원 제한을 지키는 등 안전한 오프라인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개개인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친구들과 함께 방 탈출을 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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