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와 폰트 파일은 다르다? 원격수업 속 피어오른 폰트 저작권 분쟁
폰트와 폰트 파일은 다르다? 원격수업 속 피어오른 폰트 저작권 분쟁
  • 임성은 기자
  • 승인 2021.11.22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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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저작권 사냥꾼
원격수업 하는 교사들 속 타들어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임성은 기자 = 코로나19로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학교에 가지 않고 수업을 듣는 온라인 수업이 학창 시절의 상당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교사들도 강의 동영상, 과제 안내 등을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컴퓨터용 글꼴, ‘폰트’ 때문에 순탄치 않다.

초·중·고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폰트와 관련된 저작권 분쟁이 대두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이 주로 진행됐던 2020년 기준 420개 학교가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부 지정 교육저작권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도 1,390건이다. 이외에도 폰트 저작권 분쟁을 개인 또는 학교 차원에서 합의해 해결한 것이 상당한 것으로 밝혀져 조사된 내용보다도 교육기관 내 폰트 저작권 분쟁의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기관 내 폰트 저작권 분쟁 상황

의정부에 있는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 A 씨는 교사들 사이에서 소문에 의하면 “학파라치, 카파라치처럼 글씨도 저작권 사냥꾼이 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즉, 밤 10시 이후 수업하는 학원을 찾아다니며 신고하는 ‘학파라치’, 교통 법규 위반한 차량을 의도적으로 찾아다니며 신고하는 ‘카파라치’처럼 공문서에서도 폰트 저작권 위반 사례를 신고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글씨 저작권 사냥꾼’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표적은 컴퓨터에 깔려 있던 폰트가 유료 폰트인지 모르고 사용하거나 폰트마다 다른 이용 가능 범위를 잘 모르고 사용한 교사와 학교이다. 이들은 아주 오래전 작성된 문서를 하나씩 내려받아 폰트 저작권을 위반한 사례가 없는지 찾아내고 당사자에게 소송을 걸어 합의금을 받아내거나 폰트를 강제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출처 : 교사가 문서를 저장할 때 '주의글꼴'로 폰트 저작권 침해 경고 알림이 뜬다.
교사가 문서를 저장할 때 '주의글꼴'로 폰트 저작권 침해 경고 알림이 뜬다. / 출처: 임성은 기자

이러한 상황 속에서 A 씨는 폰트 저작권에 대해 교육청에서는 “반드시 저장할 때 점검하고, 저작권을 위반하는 글씨체를 발견할 경우 글씨체를 수정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일일이 (글씨체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현 교사들이 놓인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교수들의 폰트 저작권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두되고 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던 문제였다. 한 글꼴 디자인 업체들은 2016년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은 적 있다. 또한, 광주시교육청는 2019년에 폰트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자 수년 전 자료까지 문제 삼았던 다른 지역 사례를 고려해 오래된 문서 중 불필요한 파일을 삭제하도록 했다.

 

폰트 저작권이 도대체 뭐길래….

폰트는 일정하고 일관되게 설계된 글자 모양의 집합을 뜻하며 컴퓨터 그래픽 발달과 타이폴로지 기술 발달에 맞춰 미디어 속에서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고 있는 폰트 저작권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분쟁에 노출되기 쉬운 것일까? 그런데 놀랍게도 ‘폰트 저작권’이라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폰트로 알고 있는 궁서체, 돋움체 등은 그 자체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저작권법은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이나 보호의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인쇄용 서체도안과 같이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창작된 응용미술 작품으로서의 서체도안은 거기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쉽게 설명하면 예술품으로 평가되는 폰트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능에 치우쳐진 폰트 자체만으로는 저작물로 볼 수 없어 저작권 침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처 : 폰토그라퍼 홈페이지 캡처
출처 : 폰토그라퍼(Fontographer) 홈페이지 캡처

그럼 폰트 저작권 분쟁은 어떤 분쟁일까? 바로 ‘폰트 파일(폰트 프로그램)’ 분쟁이다. 폰트만으로 저작권을 가지지 않지만, 폰트 프로그램은 저작권을 가진다. 서체 파일용 제작 프로그램인 폰토그라퍼(fontographer)에서 자동 추출은 폰트의 윤곽선은 원래 도안과 차이가 있으므로 수정을 거치며 서체 제작용 창의 좌표는 가로축 1천, 세로축 1천의 좌표로 세분화 되어 있어 이를 일일이 변경해 폰트 파일을 제작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제작자의 정신적 노력을 인정해 폰트 파일에 있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폰트를 손으로 따라 쓰는 것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라고 할 수 없지만, 컴퓨터 등 매체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무료 폰트는 안전해? “No”

그렇다면 ‘그럼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폰트를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무료 폰트를 내려받아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되기도 하다. 법무법인YK 기업법무그룹 유상배 검사출신 변호사는 그 해답을 ‘이용 약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이용 약관에 따라 아무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폰트라 할지라도 사용범위가 ‘개인 문서 작성 및 소장 자료용’으로 한정된 경우에 교사들이 온라인 과제 공지로 사용해 배포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이는 유료로 구매한 폰트일지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폰트를 구매해 사용할 때도 이용 약관을 통해 재가공이 가능한지, 배포가 가능한지 등 이용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 저작권 걱정 없는 무료 폰트로 마케팅 돌입

폰트 저작권 문제가 코로나19로 더욱 대두되면서 기업들도 더욱 본격적으로 폰트를 활용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인터넷상 폰트 활용이 많아지는 현재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무료 폰트를 배포함으로써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폰트로 대중의 일상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어 기업의 캐릭터와 이모티콘 사업 외에도 폰트 자체가 기업을 연상시키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DGB 대구은행은 직원 김혜민 씨가 직접 쓴 고딕체를 폰트로 개발한 ‘IM혜민체’가 공개 3개월 만에 다운로드 20만 회를 달성하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해당 폰트는 DGM대구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에게 무료 배포됐으며 일반 서체와 굵은 서체 2종으로 한글 만1천172자, 영문·숫자 94자, 특수문자 986자를 지원한다. 김 씨는 "폰트로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MZ세대와 방송사, 게임회사, 크리에이터 등으로부터 이용 문의가 많다"라며 "많은 분이 저작권 걱정 없이 사용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출처 : DGB대구은행 IM혜민체 사이트 캡처
출처 : DGB대구은행 IM혜민체 사이트 캡처

폰트릭스도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정도민체’를 배포했다. 이 폰트는 지난해 6주년을 맞은 ‘청년장사꾼’의 ‘다 같이 산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함께 기획됐으며 무료 서체를 배포해 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들이 걱정 없이 편하게 폰트를 쓸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이다.

이외에도 넥슨의 ‘넥슨Lv.1고딕’, ‘넥슨Lv.2고딕’, 배달의민족 ‘주아체’, ‘연성체’ 등 여러 기업이 자체 폰트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마케팅의 일환으로 제작된 폰트이지만 상업적으로도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폰트 파일 자체를 수정하지 않는 선에서 폰트를 활용해 창작물을 만들거나 배포해도 저작권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폰트 저작권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하나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의정부에 있는 한 교사 B씨는 “저작권에 안 걸리려고 기업에서 제작한 폰트를 쓰고 있다”라며 “하나씩 다 따져보는 것도 일인데 차라리 기업 폰트 쓰는 게 걱정을 덜어준다”라며 기업에서 배포하는 무료 폰트가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폰트 저작권 분쟁이 심해지면서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등은 약 1만여 건의 기본·무료·유료 폰트를 수집해 학교 현장에서 폰트 저작권 분쟁을 피할 수 있는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에 정병익 교육부 평생미래교육국장은 “학교 현장의 저작물 이용 환경 개선을 위해 저작권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드코로나로 22일부터 전국 모든 학교가 전면등교에 돌입해 원격수업은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1일 주말 기준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서면서 원격수업 복귀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또한, 폰트 저작권 분쟁은 이전에 제작된 배포 물에서도 발생하기에 폰트 저작권에 대한 교육과 교사들의 지속적인 관심,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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