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 과연 최선일까?
'개 식용 금지', 과연 최선일까?
  • 최은규 기자
  • 승인 2021.11.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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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VS 기본권 침해... 팽팽한 여론

사회적 갈등 최소화하는 해결책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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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반려동물 1000만 시대가 도래했다. 오늘날 개·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고 있으며,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존재를 넘어 가족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흔히 쓰던 단어도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바뀌었다. 더불어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최근 개 식용 금지 법제화를 두고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개 식용 금지 입법화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찬성한다' 38.6%, '반대한다' 48.9%, '잘 모르겠다' 12.6%로 나타나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개 식용 왜 문제일까?

한국의 개고기 문화는 2700년 가까이 되는 오랜 역사 동안 유지된 전통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 식용 금지' 주장이 몇 년째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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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열악한 사육 환경과 비인도주의적인 도축 방법

현행법상 개는 가축의 개량과 산업적 이용을 전제로 하는 '축산법'에서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도살부터 가공과 유통과정까지 위생검사를 받아야 하는 가축을 규정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는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열악한 농장 환경에서 개를 대상으로 잔인한 도축이 발생한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수많은 개농장과 개도살장이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불법 개도축장에서는 개들에게 음식물쓰레기를 급여하고 목을 매달거나 전기 쇠꼬챙이로 도살하는 등 현행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뤄진다.

지난 3월엔 용인시 신원리 소재 식용견 농장에서 대형견 50여 마리가 구조되었다. 이 개들은 당시 먹이나 물 없이 갇혀 있었고 농장을 운영하던 농장주 4명은 동물보호법 등 다수의 법과 규정을 위반하여 철거 명령이 내려지자 시설을 방치한 채 떠난 상태였다. 개들을 구조한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심인섭 대표는 "한국에서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동물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식용견 산업을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이런 참혹함을 더 이상 후손들에게 전가시켜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② 개 식용은 '동물 학대'라는 인식

국내에서 개는 식용보다 반려동물 및 가족 구성원으로서 여겨지며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람과 가장 많은 유대감을 쌓아온 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개 식용을 금지해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일부 애견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육견인협회가 반려견과 식용견이 구분되어 도축되고 있으며, 식용을 목적으로 키워지는 개들은 소, 돼지 등과 같이 도축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지만, 동물권행동 '카라'는 현재 식용견과 반려견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고 있으며 적발된 개농장 및 개도살장을 조사한 결과 장모웰시코기, 골든리트리버, 보더콜리, 잉글리시 포인터 등 소위 '품종견'이라고 부르는 개들이 다수 확인되었다고 반박했다.

해외 국가들도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개 식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타이완은 2017년 4월부터 개나 고양이 고기를 먹거나 판매·구매하면 최고 5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위법자의 이름과 사진, 위법사실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식용 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매년 개고기 축제가 열리는 중국 광시 지역에서는 동물 학대에 대해 최대 15만 위안(2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제정했다. 한편, 미국 언론은 최근 한국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소식을 반기는 동시에, 한국의 현행법이 개에 대한 잔인한 학대는 금지하지만 개고기 소비는 금지하지 않고 있는 모순을 지적했다.

 

③ 불법도 합법도 아닌 개고기 문화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목록'에 개고기는 등재되어 있지 않고,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않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조리·운반·보존 등 또는 진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개고기 유통 및 개고기를 활용한 식품 생산·판매 등은 국내에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도축을 허가받지 않은 어떤 고기라도 멸종위기종이 아닌 이상 먹을 수는 있으며 개고기 섭취 금지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고기 판매가 아닌 먹는 행위 자체는 법에 위촉되지 않는다.

이처럼 개고기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오랜 관습인데다 정확한 개고기 유통 단속지침이 없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국민 안전을 위해 기준을 정했을 때는 이 부분에 대해 식약처가 분명한 입장을 갖고 그에 맞춰 개고기가 유통되지 않도록 단속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라며 지적했다.

 

개 식용을 '금지'할 경우 우려되는 점

'카라', 'KAWA' 등 여러 동물보호 단체들은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식약처를 대상으로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식약처는 "사회적으로 상반된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어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등의 과정을 거친 후에 검토될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기엔 몇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첫 번째로, 기본권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이기에 개를 식품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들은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엄연히 개인에 대한 자유 침해라는 입장이다. 또한, 조환로 육견인협회 사무총장은 "국민의 일부라고 할지라도 한 사람의 식습관까지 국가가 개입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개' 식용만 동물 학대라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개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들은 개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이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덧붙여 소·돼지는 도축용이라는 인식이 강해 동물학대라고 보지 않지만 유독 개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개 이외에도 토끼, 돼지, 말 등 반려동물의 범위는 굉장히 넓으며, 인간과 교감하고 친밀한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자영업자들의 생계 문제다. 현재 국내 개시장은 모두 사라지고 대구 칠성시장뿐이며, 보신탕 음식점 등 개고기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매출 상황에 개 식용 금지까지 더해질 경우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오랜 시간을 개 농장 운영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생산자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개 식용'을 금지한다는 것은 생계유지 수단을 잃는 것이다. '개 식용' 금지에 대해서는 이들과의 합의가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개시장 상인들 또한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운데 식용 금지까지 시키면 어떡하냐"라며 호소했다.

 

올바른 대안 필요

개 식용에 대한 논란은 몇 해 동안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전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개 식용업에 종사하는 자의 폐업 및 업종 전환에 대해 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방안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된 후 계류돼 있다. 이에 대해 박철곤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 대표는 "개 식용을 금지할지, 아니면 예외적으로 일부 허용할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해 오래된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 결정된 방안이 실행력을 가질 수 있는 법적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국육견인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개농장은 지난 2018년 약 2300개에서 올해 8월 기준 약 1500개로 800개 가량 감소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고 동물권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용개 사육업체나 개고기 음식점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한 규정과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아 개고기 문화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정부의 신중한 접근과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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