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스크린, 콘텐츠의 변화를 이끌어내다
세로 스크린, 콘텐츠의 변화를 이끌어내다
  • 임성은 기자
  • 승인 2021.12.0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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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비율에 도전장을 내민 세로 콘텐츠
세로 콘텐츠의 도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임성은 기자 =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짧은 시간 안에 소비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가 흥행하면서 세로 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모니터를 세로로 돌릴 수 있는 거치대인 ‘모니터암’, 평소에는 가로 화면으로 사용하지만, 필요에 따라 화면을 세로로 돌려 사용할 수 있는 ‘세로 티비’의 개발은 스마트폰 화면과 유사한 세로 화면의 구성이 우리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로 스크린이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아보았다.

 

가로 콘텐츠 시청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

책상 위 모니터부터 거실 TV까지 16:9의 가로 스크린이 우리는 익숙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세로 스크린이 일상에 가까워졌다. 피처폰이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1:1 비율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세로 스크린의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기능을 자판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의 발달로 기능을 터치스크린에 의존하게 되자 핸드폰이 가로 보다 세로가 길어지며 발생했다.

하지만 동영상 영역에서는 여전히 가로 콘텐츠가 주를 이루면서 세로가 더 긴 핸드폰을 가로로 돌려 보는 것이 당연해졌고, 세로로 촬영된 영상 또한 가로로 봐야 했다. Mnet에서 지난 2016년에 진행한 ‘프로듀스 101’은 방송 영상을 ‘1:1 Eyecontact(직캠)’ 클립으로 제작했던 것이 대표적인 가로 콘텐츠인데, 이를 Mnet TV 유튜브 채널에 올렸을 때의 시청자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직캠을 본 시청자들은 영상이 가로 비율이 길어 콘텐츠의 주인공이 아닌 다른 연습생도 함께 화면에 담기자 ‘이게 직캠인가?’, ‘확대해서 화질은 다 깨지네’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 2017년을 기준으로 라이브 방송 기능을 추가하면서 시청의 불편함을 더 체감했다. 유명 가수, 래퍼, 아이돌이 진행한 라이브 방송을 녹화해 공유하는 과정에서 세로 콘텐츠인 라이브 방송의 녹화 영상은 가로 영상이 주가 되는 플랫폼에 업로드 될 때 영상의 좌우에 검정 여백 가득 채워져 답답함을 유발했다.

 

음악 프로그램의 혁신 : 촬영의 변화

이러한 불편함을 인지한 방송사는 16:9의 화면 비율에서 벗어나 ‘세로 직캠’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는 팬이 전체 영상에서 자신이 보고싶은 가수를 집중적으로 세로로 담아냈던 것을 방송사에서 인물 별 직캠으로 콘텐츠화 한 것이다.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세로 직캠은 적게는 30만 회, 많게는 370만 회 그 이상을 기록하며 ‘조회수 치트키’로 자리 잡았고 여러 방송사는 <안방1열 직캠>, <MPD직캠>, <K-Fancam> 등 세로 직캠을 하나의 채널 재생목록으로 생성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출처 : M2 유튜브 채널 릴레이 댄스 갈무리
출처 : M2 유튜브 채널 '릴레이댄스' 갈무리

그뿐만 아니라 Mnet 디지털 스튜디오 M2는 세로로 촬영된 ‘릴레이댄스’를 제작했다. 릴레이댄스는 가수 그리고 함께 무대를 꾸미는 이들이 노래의 일정 부분을 돌아가며 춤을 추는 모습을 세로로 담은 콘텐츠로 아티스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다. 또한, 핸드폰 화면 전체를 꽉 채우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생생한 표정, 백댄서와 장난치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세세하게 볼 수 있어 팬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었다.

KBS2에서 진행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KBS Kpop 유튜브 채널에 ‘유희열 없는 스케치북’ 을 선보이며 세로 직캠 반열에 올랐다. 이 콘텐츠는 기존 진행자, 연주가 모두 화면에 등장했던 가로 스크린과 달리 오로지 아티스트와 노래 가사만 담아냈다. 즉, 카메라의 시선을 넘어 세로 촬영이라는 촬영자의 개인적 시선을 통해 시청자들이 아티스트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촬영된 가로 형태의 영상을 편집을 거쳐 세로로 업로드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촬영 과정에서 세로로 촬영하며 촬영 구도의 확장을 유발했다. 이는 모두 기존 촬영에서 구도의 변화만 있던 것으로 세로 콘텐츠만을 위한 기획이 필요 없어 촬영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되었다.

 

뉴스의 혁신 : 전달 방식의 변화

2018년에  개설된 MBC의 유튜브 채널 ‘14F’가 뉴스의 세로화를 꾀했다. 14F는 MBC의 뉴스데스크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MBCNEWS와는 별개의 채널로 MZ 세대들에게 필요한 뉴스를 꼽아 여러 형태로 제작하는 MBC의 또 다른 유튜브 채널이다. 여기에는 편안한 차림의 아나운서가 의자에 앉아 1:1로 아이컨택을 하며 뉴스를 전달하는 모습을 세로로 담았다. 또한 SNS에서 볼 수 있는 밈(meme)부터 여러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뉴스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출처 : 연합뉴스TV 유튜브 채널 세로뉴스 갈무리
출처 : 연합뉴스TV 유튜브 채널 '세로뉴스' 갈무리

연합뉴스TV도 유튜브 채널에 세로 형태의 뉴스인 ‘세로뉴스’ 콘텐츠를 지난 2020년에 선보였다. 세로 뉴스는 기존 뉴스 라이브 영상,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한 ‘현장의 재구성’과는 다른 콘텐츠로 기존 뉴스의 정형화를 깨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됐다. 특히 메타버스를 설명하기 위해 김보윤 기자는 “오늘 녹화 다른 데서 한다면서요”라며 연기를 선보였고 이어 크로마키를 활용해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상태로 정보를 전달했다. 

뉴스의 세로 콘텐츠화는 단순한 촬영 형태의 변화가 아닌 전달 방식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흔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 볼 수 있는 뉴스 프로그램과 달리 SNS에 맞춰 세로 콘텐츠로 제작함으로써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전달될 수 있는 정보를 더욱 다양한 콘텐츠와 연출 형태를 이용해 뉴스 이용자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토크 프로그램의 혁신 : 기획의 변화

세로 형태의 콘텐츠가 이따금 등장함에 따라 기획에서부터 영상의 형태를 세로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카카오TV는 본격적으로 세로 예능을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이는 예능, 시사부터 토크쇼까지 콘텐츠의 범위를 넓히며 세로 콘텐츠에 대한 단발적 시도가 아닌 본격적 걸음을 내디뎠다.

카카오TV가 선보인 '톡이나 할까?'는 세로 콘텐츠의 시작임과 동시에 토크 프로그램의 혁신을 보여줬다. 진행자 김이나 작사가는 게스트와 한 공간에 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메신저로 대화하며 프로그램을 이끈다. 영상 편집을 통해 게스트와 진행자 위로 주고받는 메신저가 뜨고, 중간에 관련 자료를 채팅방의 배경으로 보이도록 해, 마치 시청자가 이들과 직접 채팅을 하는 느낌을 준다.

출처 : 카카오TV 유튜브 채널 '톡이나 할까?' 갈무리
출처 : 카카오TV 유튜브 채널 '톡이나 할까?' 갈무리

‘톡이나 할까?’의 권성민 PD는 공감과 일상을 프로그램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뽑으며 “내용상으로도 면대 면의 음성 대화로 하기엔 껄끄럽거나 민망한 얘기도 텍스트로 전달하면 편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게스트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자기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게스트와 김이나는 죽음과 칭찬, 삶에 관해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이를 본 시청자는 ‘소장하고 싶은 대화들’을 모아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등 “친한 사람이 조언해 주는 것 같네”, “직접 위로받는 것 같아”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세로 콘텐츠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지만 ‘세로 콘텐츠를 주력으로 한 예능이 등장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YES’를 외치는 것은 쉽지 않다. 강의실을 떠올려 보라. 가로를 기본으로 하는 강의실은 장소의 특성상 세로 스크린에 담아내기 쉽지 않다. 즉, 가로가 디폴트인 세상에서 세로 스크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등장은 말 그대로 ‘도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로 직캠, 세로뉴스, 카카오TV의 세로 예능은 세로 스크린에 맞는 콘텐츠를 발굴해 담아냄으로써 가로 콘텐츠 속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의 변화는 세로 스크린이 모바일을 차지하기 시작한 지 10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까지 이뤄낸 결과이다. 세로 스크린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 세로 스크린이 끌어낼 콘텐츠의 변화에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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