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주광 기자= 밴드 '도마'의 정규 2집 '도마'가 지난 22일 오후 6시 음원사이트에 공개됐다. 지난 3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보컬 도마(1993~2021·김수아)의 유작이다.
도마는 홀로 EP '도마 0.5'(2015)로 데뷔했다. 기타리스트 거누(25·김건우), 퍼커션 손원진(29) 등과 뭉쳐 1집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2017)를 발매했다. 도입부터 통기타 소리로 ‘이게 사랑인지’를 물으며 우리를 산뜻한 여름의 초입으로 데려가는 그녀는 갓 사랑에 빠져 ‘너무 좋아’ 말곤 표현할 길 없는 마음을 노래로 속삭인다. 이어지는 트랙에서는 사랑하는 이와 ‘초록빛 바다’로 떠나는 상상을 하며 여름날 어딘가로 떠나고픈 자유로움을 노래한다.
총 9개 트랙이 실린 도마의 이번 2집은 단편 소설집 같다. 첫 번째 트랙 '잠든 마음'을 시작으로 '서울' '거리의 거리' '웅크리고 있는 게 편했다' '아무도 모르는 춤을 춘다' '화양연화'로 이어지며 팍팍한 서울살이를 노래한다. 도마 버전의 '겨울 발라드'를 거쳐 '그리고'를 지난 다음 거누 버전의 '겨울 발라드'로 마무리된다.
김도마는 올해 봄 아름다운 섬으로 이르게 떠났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녀의 청명하면서도 몽환적인 목소리로 사랑과 슬픔을 들을 수 있다.
Q. 정말 많은 팬분들이 궁금해하셨을 텐데 이번 연도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이 궁금하다.
A) 당연히 힘든 부분이 있어서 음악 작업에 몰두하기가 어려워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하지만 팬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연도 중반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작업에 집중하면서 비로소 2집 앨범을 낼 수 있었어요.
Q. 앨범 준비와 다른 합주 세션으로의 공연 때문에 정말 바쁘셨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연말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2집 앨범을 발매하셨는데 그 소감이 궁금하다.
A) 앨범을 준비하면서 힘든 부분도 많았고 고민도 정말 많이 했는데 앨범이 만족스럽게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팬분들에게 도마 2집 앨범이 자그마한 따뜻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이렇게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던 건우 님만의 원동력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팬분들의 기다림이 도마 2집의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도마 누나와의 약속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사실 데모 작업까지 다 끝낸 곡들이었어요. 2년 전에 시작을 했고 본격적으로 작업한 건 1년 정도가 됐죠. 원래 작년에 내고 싶었는데 늦어졌고, 올해는 무조건 내자고 누나랑 얘기했었습니다.
Q. 건우님은 언제 기타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중학교 졸업하기 직전에 기타를 안 치면 인생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타를 샀고, 그때부터 기타를 배워서 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도 비틀즈나 70년대의 블루스 록들 블랙 사바스,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했어요.
Q. 다양한 악기를 접했음에도 기타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건우 님이 생각하는 기타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현악기의 섬세함과 사운드적 실험성과 다양함이라고 생각해요. 또,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기타가 중요한 음악이 많아서였어요.
Q. 혹시 현재 기타 외에 보컬로써의 욕심은 없는지 궁금하다.
A) 보컬로서의 욕심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해요. 이번 정규 앨범 트랙 ‘겨울 발라드’에 제 목소리가 담긴 거와 같이 앨범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분 정도는 추후에 앨범을 만들면서 계획하고 있어요.
Q. 2017년에 발매하신 정규 1집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려 한다. 해당 앨범은 도마 님께서 고등학생 때부터 곡을 모아서 긴 시간동안 정리해서 나온 앨범이라고 알고 있다. 해당 앨범에 대해 연주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A) 도마 누나가 페이스북에서 제가 기타를 치는 것을 보고 제안을 해주었어요. 누나의 음악을 듣고 뭔가 괜찮은 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건 다른 의미에서 블루스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하겠다고 했어요.
Q. 정규 앨범이지만 수록곡이 12곡이 실린 것은 무척 대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첫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누나가 녹음과 편곡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라이브 구현이 가능한 버전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앨범으로 들었을 때 멋있는 것을 할 것인가?’ 이 두 지점을 계속 왔다 갔다 했어요. 라이브로 구현할 수 없는 곡인데도 공연에 대한 생각이 너무 커서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누나는 앨범의 비중보다는 공연을 잘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속 고민이 많았던 기억이 있어요.
Q. 이전의 인터뷰를 보면 해당 앨범을 작업하고 나서 많은 레벨 업이 되셨다고 하셨는데 어떠한 부분에서 과거와 달리 발전했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A) 뮤지션이 가장 발전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녹음과 앨범 발매라고 생각해요. 녹음은 작업하면서 자신이 틀린 부분이 정확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 과정에 수정을 반복하면서 실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 같아요. 더불어 앨범을 내면서 많은 곳에서 저희를 찾아주시고 공연을 하면서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Q. 앨범을 내고 나서 제비다방과 벨로주 등 다양한 공연장에서 활동을 하셨다. 공연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가슴이 철렁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어요. 처음 일본 공연을 하러 갔을 때 저는 먼저 일본에 가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고 도마 누나는 공연 당일에 합류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누나가 비행기를 놓쳐서 공연이 무산될 뻔한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도 공연 전에 도착해서 무사히 공연을 마쳤지만 지금 와서 다시 되돌아보면 아찔했던 순간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2020년에 결성한 '문소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 한다. 카코포니 민경 님과 함께한 혼성 듀엣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팀이 결성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꿈속에서 들은 음악에 카코포니가 붙인 멜로디와 음악이 너무 좋아서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인디 포크 스타일의 팀인 도마를 하고 있었는데, 카코포니의 실험적인 포크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어 곡을 만드는 데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고 음악적 주(主)가 돼서 주도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Q. 인디 포크 스타일 음악인 도마 밴드와 문소문은 음악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도마 밴드에서는 누나가 저에게 “기타를 많이 치지 말고 효과적으로 쳐라”라는 말을 많이 해줬어요. 그래서 과하지 않게 절제하면서 연주를 했던 것 같아요. 반면에 문소문에서는 감정이 터져야 할 때는 확 터트리고 그러지 않을 때는 잔잔하게 연주를 하기 때문에 감정의 절제력인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Q. 보컬의 독특한 음색 덕분인지 굉장히 몽환적인 노래로 느껴지는데, 혹시 곡의 분위기나 느낌에 따라 본인의 기타 연주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A) 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최대한 음악에 맞는 방향으로 연주와 사운드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Q. '옴', '쉿', '엉엉' 등 노래를 들어보면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느낌을 받았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A) 문소문으로는 사회 속에서 불편하게 느꼈던 주제를 던지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SNS, 인터넷 시대에 살면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누군가를 몰아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듯이 직접 제가 경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사회 현상을 보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Q. 향후 문소문의 활동 계획과 생각해놓은 앨범의 방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내년에 앨범을 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문소문 음악을 들으면 다른 세계 같고 되게 동화처럼 느껴질 텐데, 이걸 듣고 현실로 연결해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얼핏 들으면 허구의 노래 같지만, 굉장히 현실 속에서 쓴 노래이기에 현대 음악에 관심 있는 분들과 새 프로젝트를 준비하려고 해요.
Q. 정말 많은 팬 분들이 기다렸다. 이번에 발매하신 도마 정규 2집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린다.
A) 9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도마의 2집 [도마]에서는 서울살이의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그 속에서 꾸었던 꿈을 담았어요. 앨범의 초반부에서는 누나가 담담하게 서울에서 살아가며 느꼈던 풍경과 감정을 이야기하다가, 독특한 사운드의 ‘화양연화’를 지나 타이틀곡 ‘겨울발라드’에서는 꾸었던 꿈을 보여주며 마무리되는 한편의 단편 소설집과 같은 앨범이에요.
Q. 해당 앨범의 가사를 살펴보면 외롭고 정서적으로 큰 거리감이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무엇들에 대한 기쁘거나 설렌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해당 앨범을 준비하면서 어떤 점을 중점으로 표현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A) '도마 누나의 마음이 어땠을까?' 몇 번을 생각하면서 수정을 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카코포니와 함께 고민했죠. “가사는 제가 쓴 게 아니라 100%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누나가 만든 기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업했습니다. 함부로 악기를 빼지 않았고, 사운드도 바꾸거나 하지 않았어요. 곡이 원래 가지고 있던 뉘앙스를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어요.”
Q. 앨범을 살펴보면 트랙 7번과 9번 같은 제목(겨울 발라드)의 곡이 버전 두 개로 나와 있다. 이 두 앨범의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이번 앨범 기획 초기부터 도마 누나랑 논의했던 상황이에요. 저는 최대한 악기 없이 심플하게 연주하기를 바랐죠. 반면 누나는 악기가 많이 들어가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제 버전은 제가 노래를 해보라고 누나가 제안했어요. 그래서 해당 곡에는 제 기타 뿐만 아니라 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Q. 많은 팬분들이 2집 앨범을 공연으로 만나보고 싶어하는데 추후에 공연 계획이 잡혀있는지 궁금하다.
A) 직접 라이브로 계획되어 있는 공연은 없지만, 앨범 발매 이후 음감회를 열 예정이에요. 이어 누나 기일(3월19일)엔 작은 공연장에서 추모 공연을 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 부분도 정확하게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만약 확정된다면 팬분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도마 밴드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작년에 앨범을 내기로 했었는데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해요. 그래도 팬들의 응원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기에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박주광 기자]
[사진: 박희영 에디터]
[장소 제공: 연남동 휘겔리후스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