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라떼 없는 카페… 에스프레소 바를 찾는 사람들
아메리카노, 라떼 없는 카페… 에스프레소 바를 찾는 사람들
  • 조은교 기자
  • 승인 2021.12.29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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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에스프레소만을 선보이는 카페
서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바 인기

사람들은 카페를 찾는다. 카페마다 즐겨 마시는 커스텀 음료가 있는 사람도 있고,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 시작이 안 된다는 사람도 존재한다. 카페는 우리 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렇게 카페에 가서 가장 흔하게 찾는 메뉴인 아메리카노, 카페라떼가 없는 카페가 있다. 바로 ‘에스프레소 바’다. 작디작은 커피잔에 담긴 에스프레소가 나오면, 한입에 털어넣고 자리를 뜬다.

최근 에스프레소를 전문으로 파는 커피숍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에스프레소바를 검색하면 약 35,000개 정도의 게시물이 나온다. (2021년 12월 기준) 카페 도장깨기처럼 에스프레소 바를 탐방하는 사람들도 많고, 한 번에 여러 잔을 마시고 탑을 쌓아 인증샷을 찍는 것이 유행이다. 유명한 에스프레소 바는 1~2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에스프레소 바의 인기가 높아지자 파스쿠찌는 모기업인 SPC그룹 양재사옥에 에스프레소 바 형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에스프레소 바는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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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바?

에스프레소는 ‘익스프레스(express, 빠른)’란 의미로,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 가루에서 고온/고압으로 빠르게 추출한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만든 음료다. 에스프레소 바는 이런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코코아 가루를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차토’, 휘핑크림을 올린 ‘에스프레소 콘파냐’, 우유 거품을 올린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등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을 파는 카페다. ‘데미타세(demitasse)’라는 조그만 잔에 20~30㎖ 정도 소량의 에스프레소를 1500~3000원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특히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카페처럼 오래 앉아있는 게 아니라, 의자 없이 서서 마시는 바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 번에 서너 잔까지 마시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보니 회전 속도도 빠르다. 손님들이 머무는 시간은 길어도 20분 정도다.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커피 맛 자체를 즐기기 위해 들르는 카페인 셈이다.

최근의 에스프레소 바 유행의 시작으로는 서울 중구에 있는 ‘리사르 커피’가 꼽힌다. 단골들만 찾던 그의 카페는 지난해 약수동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던 미식가들의 눈에 띄면서 인터넷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구수한 맛의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에스프레소는 진하고 쓰기만 하다는 인식을 상쇄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리사르 커피의 성공을 시작으로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홍대·성수·서촌 등 번화가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에스프레소 바가 줄지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오우야’라는 에스프레소 바 체인점이 생기기도 했다.

 

용산에 위치한 에스프레소 바 '바마셀'/조은교 기자
용산에 위치한 에스프레소 바 '바마셀'/조은교 기자

에스프레소 바 인기의 이유

스페셜티 커피가 흔할 정도로 상향 평준화된 국내 커피 문화가 이러한 인기의 한 이유로 꼽힌다.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어느 정도 성숙해지고, 커피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마니아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웠던 에스프레소까지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에스프레소 바들의 특징은 좋은 원두에 섬세한 기술을 더해 만든 최상급 에스프레소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이들이 내는 에스프레소의 맛 자체가 대중에게 다가갈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맛있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는 뜻이다.

시기적으로도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19로 카페에 오래 머물기 꺼려졌던 사람들에게는 한 곳에서 오래 앉아 머물기보다, 가게 밖에 서서 맛있는 커피를 빠르게 맛보고 떠나는 에스프레소 바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조은교 기자
/조은교 기자

에스프레소 바는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한’ 곳으로 꼽힌다. 에스프레소 바에 가면 커피를 두세 잔 마시고 잔으로 탑을 쌓아 인증샷을 찍는 것이 필수다. 이러한 인기는 에스프레소 바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분위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에스프레소 바는 작은 카페의 바 테이블 앞에서 에스프레소를 빠르게 마시고 가게를 나오는 정통 이탈리아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에스프레소 바가 많아지면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등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생겨났다. 일반적으로 ‘머무를 공간’으로 인식되는 카페와는 다른 독특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전 세대보다 고급 원두나 특색있는 커피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어렸을 때부터 프랜차이즈 카페를 통해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마끼아또 등 다양한 커피를 맛보며 자라온 세대이기에 색다른 커피가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이제는 에스프레소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스프레소 바의 인기가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다. 아직 에스프레소 바 매장은 50개 남짓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체인점 및 매장이 다양하게 생기며 새로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자리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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