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근무환경] ① 민원인의 갑질
[공무원의 근무환경] ① 민원인의 갑질
  • 최은규 기자
  • 승인 2021.12.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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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인에 의한 정신적 피해

해결되지 않는 이유

필요한 개선 방안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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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취업 시장의 좁은 문을 뚫어야 하는 청년들에게 공무원은 인기가 높은 직업 중 하나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따르면 2021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의 접수 인원은 198,110명, 평균 경쟁률은 35.0:1로 나타났으며, 그중 일반행정직(전국)의 경우 100.4:1의 경쟁률을 보였다. 매년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경쟁률도 하염없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무원의 실제 근무환경은 밝지만은 않다. 바로 민원인의 언어폭력 및 폭행 등의 갑질 행위 때문이다.

민원인의 갑질로 인한 공무원들의 피해 사례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4일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및 교육청 소속 민원 담당 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등의 피해 사례는 4만 6079건으로, 2019년(3만 8054건) 대비 19.7% 증가했다.

 

악성 민원인에 의한 피해 현황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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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인의 도를 넘는 욕설, 폭언, 모욕적인 언행뿐만 아니라 성희롱과 생명을 위협하는 물리적 공격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포항 시청에서는 행정업무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민원 해결을 요구하던 60대 민원인 A 씨가 해당 부서 책임자에게 생수병에 담은 염산을 무차별적으로 뿌려 피해자의 각막이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10월 경주 시청에서는 건축물 허가 지연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욕설을 하고 손도끼로 위협하는 등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사건들로 인해 물리적 공격을 받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을 목격한 직원들 또한 근무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고양시가 지난 10월 공무원 450명을 대상으로 민원 응대와 관련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특정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10%가량은 악성 민원으로 인해 모멸감을 느꼈고, 우울증·불면증을 겪어 휴직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피해자들은 공직을 그만두거나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청주복지재단이 공무원 40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83.1%가 민원인으로부터 언어·신체적 폭력을 경험했으며 민원인 폭력 경험자 절반 이상이 우울·불면·불안 등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중 26%는 "자살을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① 대응 매뉴얼 실효성 부족

악성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이 계속되자 시청, 구청 등의 각 지자체들은 악성 민원에 대한 처리 방안을 담은 대응 매뉴얼을 발간했다. 그 매뉴얼은 욕설이나 고성, 협박 등 폭언의 경우 ▲경청 및 공감 표시("죄송합니다. 많이 힘드셨겠습니다")를 통해 정상적인 방식으로 민원 제기를 하도록 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언이 지속되는 경우 ▲폭언 자제 요청("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시면 정상적인 민원 응대가 어렵습니다") ▲담당 팀장의 적극 개입으로 진정 유도("저는 ○○팀장 ○○○입니다. 제가 정확히 확인하고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녹화·녹음 고지("계속 심한 말씀을 하시면 지금부터 상담 내용을 녹음하겠습니다") ▲법적 조치 구두 경고("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법적 조치를 받으실 수 있으니 폭언을 중단해 주십시오") 등의 과정을 밟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폭언과 폭행이 지속될 경우에는 경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 매뉴얼도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매뉴얼대로 대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악성 민원인들이 물러나는 경우는 드물며, 매번 경찰에 고발하기도 어렵다. 또한, 공무원들이 이미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이후의 사후 조치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과 기관 모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이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속으로 삭인다는 문제점이 있다.

 

② 법적 보호 장치 미비

현재 국내에서 민간 노동자는 업무 관련해 고객으로부터 폭언·폭행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를 당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휴게 시간의 연장, 건강장해 관련 치료 및 상담 지원, 폭언 등으로 인한 고소·고발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는데 필요한 지원과 같은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객 응대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아 보호 조항들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국 50여 개 이상의 지자체에서 '악성 민원에 대한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아직 민간 수준의 법적 보호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폭언과 폭행 등으로부터 대면 업무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법안소위 단계에 머무른 상태다. 명확한 해결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민원인 갑질 피해에 노출된 공무원들이 다른 노동자들만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결 방안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인천교통공사는 악성 민원인과 갑질 고객으로부터 역 근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음성녹음 장비가 장착된 사원증 케이스를 도입했다. 이 사원증 케이스는 육안으로 음성녹음 장비라는 것을 인식하기 어렵다. 대화 당사자는 타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도 녹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또한, 전북 전주시설공단은 덕진수영장 안내실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벨을 눌러 다른 직원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안심벨을 설치했다. 

공무원의 근무환경에도 이와 같은 적극적인 사전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염산 테러가 발생했던 포항시는 외부인이 사무실에 무단출입할 수 없도록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청원경찰 1명을 추가하는 등 보안과 방호를 강화했으며, 직원 보호를 위해 사무실과 비상계단 출입로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손도끼 위협 사건이 있었던 경주시는 '웨어러블 캠'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웨어러블 캠은 목걸이 형태로 목에 착용해 주변을 촬영할 수 있는 장치로, 민원인이 폭언과 폭행을 가할 경우 사전에 상대방에게 녹화 사실을 알려 촬영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불미스러운 사고 발생 시 법적 대응에 필요한 증거자료 확보에도 용이하다.

이 밖에도 민원인 폭력 대처 역량 강화 교육시스템 구축, 실효성 있는 매뉴얼 개발·보급, 비상벨·호신용품·출입관리 강화 등 물리적 환경의 개선, 청원경찰 및 보안요원·정신건강전문요원 배치 등의 대응 방안과 다른 민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근무환경의 개선점은 민원인의 갑질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의 근무환경] 두 번째 기사에서는 또 다른 개선점인 상사의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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