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근무환경] ②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
[공무원의 근무환경] ②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
  • 최은규 기자
  • 승인 2021.12.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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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직장 동료들에 의한 괴롭힘

해결되지 않는 이유

필요한 개선 방안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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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2014년 12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륙을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승무원의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리고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하기시켰던 사건, 일명 '땅콩 리턴(회항)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재벌이라는 이유로, 상사라는 이유로 직원에게 갑질을 일삼은 것이다. 또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간호사 태움' 사건이 크게 논란되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구성된 이 사건은 여러 간호사들을 잇따른 이직과 죽음으로 내몰았다.

2020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갑질 신고 건수는 5823건으로, 월평균 485건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갑질 피해자를 돕는 직장갑질119가 2020년 이메일로 받은 제보만 해도 3630건이었다. 이러한 상사의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은 공무원도 피해갈 수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갑질에 의한 피해 현황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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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가 경북행복재단에 의뢰해 공무원 11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접 괴롭힘을 경험한 직원은 200명(17.4%)에 달했으며, 이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직원들이 '많은 괴로움'(47.4%)과 '죽을 만큼의 괴로움'(11.2%)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괴롭힘 유형에는 행동 지속감시, 다른 사람의 업무 지시, 시비·트집, 성적 혐오감 발언, 업무 외 모임이나 회식 참석 강요 등이 있었다. 이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는 불안감, 불면증, 인간관계 기피 등이 있으며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 사례로 지난 9월, 대전의 한 새내기 9급 공무원이 상사의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선배 주무관으로부터 일찍 출근해 과장님 책상 정리, 커피·신문 챙기기를 강요받았고, 이를 거절한 뒤부터 팀원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정신적 피해를 겪었다.

2차 가해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의 피해 사실을 아는 사람은 69.3%나 됐지만 괴롭힘 중단에 도움을 주거나 피해자의 이의제기를 지지한 사람은 43.9%에 불과했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다른 괴롭힘을 가한 경우가 8.3%,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경우가 6.1%, 괴롭힘을 은폐하고 가해자를 보호하려 한 경우가 7.6%였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징계 권고사직 업무배제 등 사실상 2차 가해를 가한 경우는 22.8%나 됐다.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① 폐쇄적인 근무환경과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

지난 2월, 만 스물의 나이로 7급 공무원에 합격해 화제가 되었던 서울시립미술관의 한 공무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의 소속부서 업무 분담표에 따르면 ▲시의회(국회), 감사, 조사 BSC 평가 관련 사항 ▲예산 결산 및 주요 업무 계획, 지시사항 관련 사항 ▲주간업무 등 회의자료 작성 ▲공무직 및 뉴딜 일자리 복무 급여 수당 등 관련 업무 ▲각종 증명서 발급 ▲기타 타 직원에 속하지 않는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감 몰아 주기 등으로 신규직원을 따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이 공공기관의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많은 공무원들은 야근 강요, 상사 밥 챙기기 관행, 보여 주기식 소통, 과잉 의전, 일감 몰아 주기 등의 악습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권위주의적인 분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놓인 피해자들은 괴롭힘과 갑질을 당했을 때 주변에 알리기가 쉽지 않으며,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상급자에 의해 은폐·묵살되기 일쑤다.

 

② 가해자에 대한 처벌 부족

대전 공무원 사망 사건 당시 진상조사를 맡았던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공무원 메신저 기록과 관련해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유족 의견서 접수를 거부하고, 추가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증거를 확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감사위원회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함으로써 책임을 떠넘긴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처럼 감사위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상북도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나타난 변화는 부서이동(86.5%), 휴직(73.1%), 이직(57.1%), 정상업무 수행 불가능(53.5%), 일상생활 불가능(41.1%) 등이었으며, 피해자 절반이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한 경우가 45.5%로 가장 많았고, '비밀보장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경우가 29.5%,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26.5%로 나타났다.

 

③ 제도의 실효성 부족

지난 2018년 7월, 정부는 공공분야의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겠다는 목적으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사전 예방 인프라 구축 △신고·지원 시스템 마련 △적발·감시 체계 정비 △가해자 처벌·제재 강화 △피해자 보호·피해 회복 지원 등 단계별 방안이 담긴 대책이다. 하지만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 대책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종합대책에 따라 갑질 근절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17개 광역지자체 중 9개에 그쳤고, 시행 방안인 규칙이나 매뉴얼까지 마련한 곳은 불과 5개, 피해 신고센터를 갖춘 곳은 단 1개였다.

직장 내 갑질에 관한 법안으로는 근로기준법 중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다. 이는 ①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금지 ②사용자의 조치 의무 ③예방 및 발생 시 조치사항에 관한 취업규칙 필수 기재 의무 ④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조치 시 형사처벌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 10월부터 시행된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괴롭힘 당사자를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의무화되었고,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이에게 누설하지 않도록 하는 '비밀유지' 조항이 신설되었다. 또한 처벌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비밀누설 등을 지키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이 가해자일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공무원에겐 적용되지 않아 다른 민간 근로자들에 비해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해결방안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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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근로자가 정당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는 근무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주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법으로 괴롭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제어 조치, 안전한 업무 시스템 구축, 투명한 보고 절차와 보고를 받는 즉시 그것에 따라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뢰 조성, 통제 조치에 대한 정기적인 감시와 검토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로는 대표 및 관리자의 역할, 비밀유지와 투명성의 균형, 피해자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제공,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지한 조사 진행 등을 강조한다.

현재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필요한 진료나 상담을 받지 못해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피해자가 고통을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상담 센터가 필요하다. 서울 노원구의 경우 지난 7월 근로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상담실'을 개설했다. 이는 노원구민이거나 구에 소재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상담 가능하며, 전담 상담사를 지정해 기초 상담 및 심층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평가 상담과 정신의학과 전문의 연계도 가능하다.

가해자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도 필요하다. 직장갑질119는 "직장갑질 가해자는 회복하기 어려운 징계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조직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12월 15일까지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한 비인격적 부당행위(제5조 제2항 제15호)'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 직장 갑질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파면·해임(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까지 가능하도록 높였다.

 

민원인과 상사의 갑질, 직장 내 괴롭힘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절한 예방·조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늘어나는 피해자들만 고통받고 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실태를 개선하려면) 일단 피해자가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근무환경 및 조직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며 근로자들이 보호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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