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굿즈로 재테크하는 MZ세대, 위험에 노출된 미성년자들?
아이돌 굿즈로 재테크하는 MZ세대, 위험에 노출된 미성년자들?
  • 이효진 기자
  • 승인 2022.02.16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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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돈 버는 MZ세대

주거래층은 미성년자들... 위험에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돼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이효진 기자 =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여성 허 씨는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DVD를 구매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를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라고 생각하겠지만, 허 씨는 ‘아미’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방탄소년단의 굿즈를 구매했을까?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아이돌 굿즈로 재테크하는 문화가 한창 유행이다. 어떻게 아이돌 굿즈로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우선 아이돌의 굿즈를 원가에 구매한 뒤, 굿즈의 가치나 희소성이 높아지면 원가보다 더 높은 값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아이돌 굿즈는 실제 어떤 모습으로 판매되고 있을까?

출처: '번개장터' 캡처
출처: '번개장터' 캡처

두 달 전, 중고거래 사이트인 ‘번개장터’에는 ‘방탄소년단 화에필 DVD 미개봉 & BLU-RAY 미개봉’이라는 이름의 글 하나가 게시되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DVD를 무려 60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글이었다. 이 상품은 현재 판매가 완료된 상태다. 실제 60만 원에 거래가 된 이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DVD는 2016년에 제작된 것으로, 당시 원가는 3~4만 원 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약 15배 이상의 이득을 본 판매자는 아이돌 굿즈로 재테크에 성공한 셈이다.

현재 ‘번개장터’에서 아이돌의 콘서트 DVD는 높게는 70만 원대에서 낮게는 1만 원대까지 넓은 가격의 폭을 형성해 거래되고 있다. 아이돌의 굿즈들 중에서도 콘서트 DVD는 특정한 기간 동안만 판매되는 한정판의 개념이기 때문에 그 가치와 희소성은 나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콘서트 DVD는 MZ세대가 아이돌 굿즈로 재테크를 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출처: '번개장터' 캡처
출처: '번개장터' 캡처

아이돌의 음반 앨범을 구매하면 들어 있는 포토카드는 아이돌 굿즈로 재테크하는 문화의 중심에 있다. 아이돌의 사진 한 장이 얼마나 하겠나 싶을 수 있지만, MZ세대 사이에서는 일명 ‘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만큼 그 열기가 쉽게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포토카드는 아이돌의 음반 앨범 한 개당, 한 장을 무작위로 얻을 수 있다. 음반 앨범을 구매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뽑히면 행운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러나 앨범 1장의 값이 2~3만 원 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앨범을 구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고거래 사이트로 발걸음을 돌린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포토카드의 가격은 판매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음반 앨범에 포함되어있는 포토카드의 특성상, 사진 하나의 가격이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포토카드는 그룹 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멤버일수록 더욱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위험에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된 미성년자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돌 굿즈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구매된다. 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세대는 단연 미성년자이다. 그러나 아이돌 굿즈의 재테크 문화는 미성년자 세대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우선 미성년자는 아직 경제관념이 뚜렷하게 세워지지 않은 세대이다. 만약 판매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굿즈를 높은 값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리면, 경제관념이 세워지지 않은 미성년자들은 그 값을 그대로 지불하고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즉 아이돌 굿즈의 재테크 문화는 미성년자들의 불건전한 소비문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고거래 사기도 미성년자를 한순간에 구매자에서 피해자로 전락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아이돌 굿즈의 거래행위는 대부분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고거래 사기 및 피해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발생해온 문제이다. 따라서 중고거래를 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미성년자에겐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중고거래 사이트인 ‘번개장터’,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에선 14세 미만 청소년 가입에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중고거래 사이트의 안일한 모습은 미성년자들이 중고거래 행위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21년 8월 9일에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중고거래 사기를 당해 40만 원을 날린 13세 초등학생의 사연이 다뤄졌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70만 원짜리 고가의 휴대폰이 40만 원에 판매되는 것을 본 초등학생은 판매자에게 구매의사를 밝혔고, 40만 원을 선불로 입금했다. 그러나 판매자는 계정을 탈퇴하는 등 온갖 사기 수법을 동원해 결국 13세 초등학생은 돈만 날린 채 물건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쉽게 사기를 당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중고거래 플랫폼의 노출을 유의해야 한다.

 

미성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우리나라 민법상 미성년자는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없을 경우, 중고거래를 비롯한 개인 간의 거래가 제한된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을 마치 무력화시키듯,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미성년자들이 중고거래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위험에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된 미성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미성년자 단독의 중고거래 행위 자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거래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기꾼에 있다. 미성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인이 판가름할 수 있는 성인에게 사기를 저지르는 것도 중죄로 처벌해야 하지만, 인지력이 부족한 미성년자, 혹은 초등학생에 사기를 저지르면 가중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1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의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처벌은 강화되었으나 아직 다른 법률은 미비하다. 여러 분야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돌 굿즈는 세대가 지날수록 그 종류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가방에 달린 키링부터 휴대폰 뒷면에 부착된 그립톡까지, 팬들의 일상 그 어딘가에는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콘서트에 직접 가지 않아도 DVD를 통해 실제 콘서트 현장을 느낄 수 있고, 색색의 풍선을 들고 아이돌을 응원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 팬들의 손에는 공식 응원봉이 쥐어져 있다. 

순수하게 즐기는 팬 문화는 가수와 팬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 다만, 아이돌 굿즈를 비싼 값에 사고 파는 MZ세대의 문화를 과연 건강한 팬 문화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중고거래의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미성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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