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 개최국만의 축제로 전락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세계인의 축제? 개최국만의 축제로 전락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 정예은 기자
  • 승인 2022.02.23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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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한복 표절부터 판정 논란까지

한국선수단, CAS 제소 포기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부터 한일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팀 킴(김은정김경애김선영김초희김영미)까지. 한국 선수단의 선전과 함께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은 논란이 존재한다. 개막식에는 개최국인 중국과는 관계없는 한복이 난데없이 등장했고,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석연찮은 판정이 있었다.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세계인의 축제가 개최국만의 축제로 전락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논란, 어떤 것이 있을까?

 

한복부터 김치까지, 문화 동북공정 시도?

지난 4일 중국 베이징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개회식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식전 행사에 상영된 영상부터 문제였다. 영상 속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북과 장구를 치며 상모를 돌리고 있었고,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모인 사람들이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강술래는 풍작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췄던 한국의 민속놀이다. 게다가 강강술래에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의 일탈 아닌 일탈이 유일하게 허용됐던 순간이라는 서사까지 존재한다. 따라서 강강술래는 한국의 역사와 사회적인 맥락 안에서 이해될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지는 한국 고유의 풍속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강강술래를 1966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로 등재시켰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했다. 그런데 그 강강술래가 올림픽 개회식 전에 송출되는 홍보 영상 속에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상 속 가족들의 식탁에는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가 올라가 있고, 가족들끼리 윷놀이를 하는 모습도 나온다. 떡을 빚고 김치를 담그며 덕담을 주고받는 한국의 세시풍속이 중국풍 음악에 섞여 공식 영상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국내에서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페이스북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페이스북

 

정치권도 여론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이소영 의원은 SNS중국의 막무가내식 문화공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적었고, 국민의힘 황규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문화침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외신도 일제히 개회식에서의 한복 논란을 보도했다. 독일 공영 방송 도이체벨레는 중국이 올림픽 개회식에서 문화 도용으로 비난받았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여론을 전했고, AP통신은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전하면서 한국과 중국은 김치와 한복을 둘러싼 논쟁 외에도, 한반도에서 만주에 이르는 고대 국가의 영토를 놓고 오랜 역사 분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신문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중국의 문화 도용 시도 사례를 추가로 언급하며 개회식에 한복을 등장시킨 중국의 의도가 그간 중국이 수차례 보인 문화 침탈 시도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논란에 불을 지르는 판정, SBS쇼트트랙 자유이용권발언까지

개회 3일째였던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종목에서 편파 판정 의혹이 제기됐다. 준결승 1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황대헌과 22위로 들어온 이준서가 모두 실격처리 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런쯔웨이, 리원룽을 인코스로 추월했던 황대헌은 추월 과정에서 너무 늦게 레인을 변경했으며 이준서는 레인 변경 시에 반칙을 했다는 이유가 덧붙었지만 의혹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8일 해당 경기를 혼란의 파이널이라고 표현하며 한국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가 혼성 단체전과 관련해 베이징 올림픽 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후 나온 이 결정은 눈살을 더 찌푸리게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공식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최소한 리플레이를 보기 전까지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쇼트트랙 종목에서 비디오 판독이 지나치게 잦은 것을 지적했다. 한국선수단 역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강한 유감을 표하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공식 제소를 결정했다

 

출처:윤홍근 단장 SNS
출처:윤홍근 단장 SNS

편파 판정에 시달렸던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올림픽 윙크남'으로 알려진 헝가리 쇼트트랙 국가대표 류 샤오린 역시 뼈아픈 실격을 당했다.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에서 1분 26초 74를 기록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류 샤오린 역시 비디오 판독 끝에 실격 처리됐다. 중국 선수의 경주를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실상은 2위로 들어오던 중국의 런쯔웨이가 류 샤오린을 잡아당긴 것이지만 옐로카드는 류 샤오린에게 적용됐다. 금메달은 2위로 들어온 런쯔웨이의 목에 걸렸다.  

 

출처 : IOC
출처 : IOC

외국 선수들에게는 유독 박했던 비디오판독이 중국 선수들에게는 관대했던 것도 편파 판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혼성계주 준결승에서 선수 간 터치 없이 주자 승계를 하는 플레이는 실격 대상이 아니었고, 인코스로 추월하려다 다른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부딪혀 넘어진 선수는 어드밴스를 받아 결승전에 진출했다. 편파 판정 논란에 휩싸인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9, 은메달 4, 동메달 2개로 총 15개의 메달을 획득해 3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16위를 기록했던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비교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문화 동북공정부터 편파 판정까지, 한국 정부의 대응은?

개막식부터 여론을 들끓게 했던 중국의 문화공정 시도에 한국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속이 탔지만 정부 대표로서 항의할 만한 빌미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던 일본과는 정부 차원의 전면전을 펼친 데 비해 중국은 한복이 중국 것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대신 여론과 내용을 전해들은 황 장관은 간접적인 항의의 뜻으로 한복 차림으로 개막식에 참석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엄중하게 인식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만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문화올림픽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화올림픽은 메달을 두고 경쟁하는 체육의 특성과 올림픽이 가지는 문화교류의 특성을 고루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올림픽이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황 장관은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해 "김치의 명칭에 관한 법을 별도로 만들어 통과시키고, 한복을 해외에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예산을 준비하는 등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공정 도발에 정부 차원의 대응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장관 역시 "정부 대 정부 관계와 양국 국민 정서를 생각하는 게 어려웠다"라며 "정부 대표로서 항의하기가 애매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수출 및 관광 등 산업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선수단이 끝내 CAS 제소를 포기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당초 CAS 제소 의견을 밝혔던 것과 달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종 결론은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피해를 본 경기가 준결승인 점과 국내서 개최될 국제 대회(2024년 강원도 동계유스올림픽)의 실익을 고려했다는 설명이었다. 여론은 냉담했다. 네티즌들은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동계유스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한체육회가 80개 이상의 국가에서 3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동계유스올림픽에 중국이 참가하지 않는 상황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유로든 중국의 문화공정과 올림픽에서의 편파 판정에 애매한 대응을 보인 것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올림픽 기간 중에는 긴급 기자회견까지 소집해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한다던 것과 달리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의견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실익'을 고려했다는 장황한 설명은 결국 중국 눈치 보기에 지나지 않았다. 동계유스올림픽 개최국이 중국 불참이라는 오명을 입을까, 수출 산업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사이에 한국의 위상은 중국의 조용한 침공에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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