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악플, 칼끝보다 날카로운 손끝
도 넘는 악플, 칼끝보다 날카로운 손끝
  • 김연수 기자
  • 승인 2022.03.0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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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악플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연수 기자 = 악성 댓글, 일명 악플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을 넘어 스포츠 선수와 인터넷 방송인, 일반인까지 피해자들의 범위가 점점 다양해진다. 악플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밝힌 연예인 A 씨는 한 매체를 통해 “악플은 범죄다. 감정 쓰레기통으로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악플’은 대체 무엇일까? ‘악플’이라는 단어는 ‘악(惡)’과 영어의 ‘reply’가 합쳐진 말로, 고의적인 악의가 드러나는 비방성 댓글을 가리키는 말이다. 포털사이트 규정에 따르면 ‘타인에 대한 욕설과 비방,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폭력이나 사행성 조장, 성매매 알선, 음담패설, 광고·도배글’ 등을 악플로 본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등장한 악플은 온라인 세계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더 악랄하게 피해자들을 조여오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피해자들의 고통

악성 댓글 피해자들의 고통을 심화시키는 데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변화한 악성 댓글들은 집단 폭력의 양상을 띄며, 피해자의 개인 SNS까지 침투해 온다. 피해자에게 따라붙는 따가운 시선 역시 이에 일조한다. 

① 좌표 찍는 악플러들

요즘 시대의 악플은 집단 폭력의 양상을 보인다. 다수의 집단이 소수의 피해자를 찾아가 고통을 주는 모습은 중세시대 자행되었던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 비난할 대상이 생기면 자신들만의 커뮤니티에서 피해자의 SNS 주소 등을 공유하고, 집단으로 몰려가 악플을 단다. 이런 행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수 성시경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성시경’에서 팬들과 악플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이번 일로는 힘들지 않다. 예전에 좌표를 찍고 와서 욕먹을 때가 조금 더 힘들었다. 그건 악의가 있으니 그때가 더 짜증 났다”라며 악플로 인해 힘들었던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거처를 옮긴 악플러들 

악플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자 네이버, 다음, 네이트와 같은 대형 포털들이 연예뉴스의 댓글창을 닫았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SNS 플랫폼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들 플랫폼은 뉴스 기사보다 피해자의 삶에 더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뉴스는 포털에 접속해 기사를 클릭해야 볼 수 있지만 SNS 게시물은 알고리즘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산발적으로 무분별하게 퍼져있던 악플들은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모여 피해자에게 전해진다.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과 같은 공인의 경우 이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담은 게시물들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SNS 뉴스 피드를 통해 무분별하게 접하게 된다. 또한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개설된 개인 SNS 대화창을 찾아가 비난을 섞은 메시지를 보내거나 댓글을 다는 모습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많은 중국인들이 편파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게시물을 올린 BTS 멤버 RM의 공식 계정을 찾아가 구토를 의미하는 이모티콘을 도배한 적이 있다. 

또한 페이스북, 유튜브 등 국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플랫폼 기업들은 외국 기업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악플 피해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어렵다. 구글의 경우 국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악플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요청해도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악플러 고소에 대한 따가운 시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악플은 유명인에게 따라붙는 당연한 숙명처럼 여겨졌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 ‘악플도 관심의 일종이다’라며 악플러들을 고소해 법적 처벌을 하는 것에 대한 의아함의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고소를 하더라도 선처를 종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존재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들은 자신들의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해 고소를 참아왔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경우 처벌을 내릴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다. 따라서 연예인들이 악플러를 고소한 이후에 선처를 하게 된다면 악플러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나게 된다. 사회적 분위기와 법적 제도로 인한 악순환이 악플 무법지대를 만들어온 것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악플로 인한 피해가 계속해서 생기는 이유? 

악플을 달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고소 기준에 부합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비방 목적과 공연성이 충족되어야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구분이 모호해 법조인이 아니라면 쉽게 구분하기 힘들다.  

현행법 상 온라인 상에서 악플을 단 경우 정보통신망법과 형법(명예훼손, 모욕)을 통해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가장 높은 처벌 수위는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현행 처벌 규정에 대해 처벌의 수위가 너무 낮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처벌을 받더라도 벌금형에 그친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악플을 달더라도 잡히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키보드 위 악플러들의 손끝을 더욱 분주하게 만든다. 실례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악플을 달아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들 작성자들은 ‘경찰의 말은 겁주기 위한 멘트일 뿐’이라며 ‘자백을 받으려고 최후의 발악을 한다’며 자신의 범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처벌의 수위뿐만 아니라 처벌의 확실성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이 2020년 사이버 명예훼손과 관련해 내린 처분을 살펴보면 총 1만 1415건 중 약식을 포함해 총 1716만이 기소됐다. 전체 중 15.03%에 달하는 수치이다. 3487건은 혐의 없음, 1355건은 각하, 1473건은 공소권 없음, 1176건은 기소 중지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악플을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뿐만 아니라 처벌의 확실성 역시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악플을 달면 반드시 처벌로 이어진다’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상에서의 악플의 폭력성은 물리적 폭력의 수준을 넘어섰다. 잘못을 인정하고 비판을 수용하는 것을 넘는 무차별한 비난은 또 다른 범죄일 뿐이다. 따라서 제도적·사회적 인식을 동시에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악플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인터넷 세상을 자신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인터넷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한 댓글(이하 선플)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병철 교수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온라인 상에서의 혐오와 악플이 폭증하고 있다”며 “학교와 직장에서 악플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악플 처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상에서의 비속어나 비방하는 댓글에 대해 지적하는 댓글에 오히려 ‘선비’등의 칭호를 붙여 역비난하는 대신 올바르지 못한 댓글에 대해 스스로 자정을 요구하는 인터넷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 처벌 강화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악플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는 악플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피해자의 이름을 딴 수많은 법안들이 발의되었다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사라졌다. 박대출 의원은 21대 국회가 열린 이후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2019년에 발의되었지만 무관심 속에 사라진 법안이다. 

위에서 언급한 교육, 사회적 인식 변화, 법적 처벌 강화의 삼박자가 모두 이루어져야 근본적인 악플 근절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악플 감소는 누군가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온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이 달고자 하는 댓글이 스스로 생각했을 때  ‘비난과 비판’ 이 둘 중 구분이 어려운 댓글이라면 달지 않는 것이 낫다.   

 

악플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사회악'이다. 하지만 모든 인터넷 댓글이 ‘악’인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댓글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SNS 채널에서의 ‘댓글 읽기’, ‘댓글 모아 보기’ 같은 콘텐츠들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콘텐츠를 즐기면서 서로 호응하는 댓글 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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