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노동①] 끊이지 않는 산업안전 사고, 현장실습생이 위험하다.
[우리시대의 노동①] 끊이지 않는 산업안전 사고, 현장실습생이 위험하다.
  • 정예은 기자
  • 승인 2022.03.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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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 볶듯 바뀌는 지침, 안전장치에 고삐 푼 꼴

특성화고권리연합, “안전하게 일하고 사회로 나가고 싶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정예은 기자 = 지난해 10월 꿈 많은 19살 고등학생 홍정운 군이 숨졌다. 잠수자격증도 없고, 관련 교육도 받지 못한 학생이 요트 밑 따개비를 제거하기 위해 바다에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현장실습 사업체로 출근한 지 9일째 되던 날이었다. 비통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노동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현장실습생은 홍정운 군뿐만이 아니었다. 제주도의 생수공장에서 일하던 이민호 군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충북 진천 CJ 제일제당 공장에서 일하던 김동준 군도 있었다.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순 없었을까.

 

반복되는 현장실습생 사고, 원인은?

현장실습생 산재 사고는 복합적인 결함이 원인이다. 학교의 무관심, 정부의 막무가내식 지침 변경, 현장실습생들을 값싼 노동력 정도로 취급하는 실습 참여 기관의 착취가 함께 일어났을 때 발생한다. 홍정운 군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1020일 교육부전남교육청 공동조사단의 결과 보고서에는 해당 학교가 직업 계고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을 수차례 위반한 정황이 드러났다. 학부모, 산업체 인사 등의 외부위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학교 현장실습운영위원회는 학교 구성원과 학교전담노무사만으로 구성됐고, 학생이 실습하던 기관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전용 포털(HIFIVE)에도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실습 참여 기관에서도 현장실습 관련 법령 위반 및 지침 미준수 사례가 적발됐다. 법령상 잠수가 불가한 18세 미만의 현장실습생에게 잠수를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실습생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40조에 따른 유해위험작업의 취업 제한에 관한 규칙과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제11조와 직업훈련 촉진법 제9조의2를 위반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교육부가 내놓는 재발 방지 대책도 미흡했다. 2017년 제주 이민호 군 사고 이후 교육부는 학습 중심 현장실습만을 허용하겠다며 현장실습생을 학생 신분으로 규정했다. 또 노무사의 사전 현장 실사를 통과하거나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인정하는 선도기업중심의 현장실습을 허용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1년 뒤인 2019, 실습운영위원회 심사와 학교 심의만 거치면 영세업체에서의 실습도 허용하는 것으로 지침을 바꿨다. 더불어 실습업체 전문가를 기업현장교사로 지정해 현장실습생 지도와 안전 관리를 담당하도록 하면서 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또 1년 뒤인 2020년에는 참여기업 선정 시 필요한 실습운영위원회의 심사를 완화하도록 했다. 번갯불에 콩 볶듯 바뀌는 지침들이 오히려 안전장치를 완화한 것이다. 그 결과 홍정운 군은 기업현장교사로 있던 업체 사장이 운영하는 참여기업요트업체에서 일하다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통계도 내지 않는 죽음, 누구도 그들의 죽음을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20218월 현장실습생 재해현황 명단에는 현장실습생의 산재 판정 사례를 0건으로 집계되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언론에 보도된 산재 인정 사망 사례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않은 것이다. 2014CJ제일제당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상사의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동준 군도, 2017년 제주도 생수공장의 프레스기에 끼여 사망한 고 이민호 군의 사례도 담지 않았다. 두 사례는 모두 공단으로부터 산재 인정을 받은 사건이었다. 공단의 통계 구멍은 이게 끝이 아니다. 현장실습생 산재특례제도가 시행된 1998년부터 2011년까지의 산재 현황은 통계자료도 없었다. 2011년 이전의 통계가 제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 부분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출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론에도 보도됐던 현장실습생들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집계되지 않았고, 관계자는 "대상자가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산재로 인정하기 힘든 경우는 모두 제외됐다"라고 설명했다. 

 

홍정운군 사고 이후 현장실습 개선안 발표, 실효성은 글쎄

홍정운군의 사망 사고로 여론의 공분을 산 뒤,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사고 후 두 달 반 만에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은 유지하되, 현행 70%였던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40%로 줄이고 교육청과 정부가 30%씩 지원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현장실습생의 안전 확보에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선도기업과 참여기업 모두 현장실습 업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현장실습 업체 이원화 구조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출처 :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출처 :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교육부가 이번 개선안에서 현장실습생의 지위를 학생으로 못을 박아 노동자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개선안이 발표된 날 현장실습생의 권익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성 인정이라며 현장실습생에게 노동법을 전면 적용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은 물론 실업급여퇴직금 산정부당해고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역시 현장실습 문제의 핵심은 현장실습생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부처가 마련한 개선방안에는 현장실습생을 노동자로 인식한다거나, 이들에게도 노동법을 적용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참고해 시도별 현장실습 조례 개정을 유도하거나, 직업교육훈련촉진법 등에 부당대우 금지 관련 조항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현장실습생을 학생뿐만 아니라 노동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첫 단추도 채 꿰지 못했다.

 

개선보다는 폐지? 현장실습 폐지는 대안이 아니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개선방안, 반복되는 현장실습생 산재사고에 일각에서는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현장실습 제도의 폐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장실습의 전공적합도와 학생 만족도는 모두 개선되는 추세다

2020년 현장실습의 전공적합도는 99.4%였고, 학생들이 평가하는 학생만족도는 5점 만점에 4.7점을 기록했다. 현장실습 중간에 실습을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복교율 역시 2017년 최대치인 17.4%를 기록했다가 2020년에는 9.0%로 줄었다. 

학생들의 현장실습 참여율도 의도적으로 현장실습 비율을 줄였던 2018년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실습 중간에 포기하고 학교로 복귀하는 학생들의 비율도 감소하고 있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역시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지 실습을 없애는 것은 대안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안전한 현장, 노동의 가치에 맞는 정당한 대가, 현장실습생의 노동자성 인정을 우선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건 놀이터가 존재한 탓이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놀이터를 설계한 사람들 탓이기 때문이다. 놀이터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놀이터를 없앨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안전한 바닥재를 만들고, 부딪혀도 위험하지 않은 물질들로 놀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현장실습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장실습 제도를 없앨 것이 아니라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학생 근로자로서 현장실습생들이 누려야 하는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피어보지도 못한 채 진 꽃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제대로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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