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하이퍼 리얼리즘에 빠지다
MZ세대, 하이퍼 리얼리즘에 빠지다
  • 오승현 기자
  • 승인 2022.03.23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리얼한 영상과 공감섞인 댓글이 합쳐져 하나의 콘텐츠

mz세대들, 의식하지 않았던 현실을 콘텐츠로 마주할 때 열광 느껴

리얼리즘을 담는 콘텐츠인 만큼 제작은 신중해야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오승현 기자 = 유튜브 채널 숏박스, 이들은 4개월 만에 100만 구독자를 넘겼다. 너덜트 또한 7개월 만에 70만 구독자를 얻었다. 틱톡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던 실생활 재연 틱톡커인 ‘사내뷰공업’ 또한 유튜브 채널 개설 2개월 만에 12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하이퍼 리얼리즘 콘셉트의 채널들은 짧은 시간, 빠른 구독자 수의 증가, 구독자 수를 능가하는 조회수를 얻었다. 이들의 콘셉트인 하이퍼 리얼리즘, 일명 ‘현실고증’ 콘텐츠는 단기간 내에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다양한 현실고증 채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열풍이 분 ‘하이퍼 리얼리즘’, 왜 MZ세대를 열광케 했을까?

 

대체 ‘하이퍼 리얼리즘’이 뭐길래?

요즘 유튜브뿐 아니라 틱톡, 인스타그램에는 ‘00한 사람 특징’이란 제목의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공유된다. 짧은 영상에 달린 댓글들은 수천 개, 수만 개가 넘는다. 나이도, 성별도, 사는 지역도 다른 사람들이 각자 댓글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고, 친구를 태그해 “야 이거 완전 공감”, “너 저번에 이런 사람 이야기하지 않았나?’하는 댓글을 단다.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는 영상 기획자가 현실에서 볼 법한 상황들을 그대로 재연해 영상에 담아 재미를 주는 콘텐츠이다. 직업, 성별, 연령, 생활환경,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두고 누구나 본 적이 있는, 겪어본 적이 있는 상황을 만들고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남자 둘이 로또 당첨을 주제로 망상하는 상황, 예민한 여자친구와 둔한 남자친구의 대화, 손흥민 계약금을 가지고 만담하기, 흔한 고등학교 교실 속 학생들 등 상황 설정이 구체적일 뿐더러 영상 시청자들에게 살다가 한 번쯤은 꼭 겪거나 들어봤을 상황을 제시한다.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는 넓은 시각, 세심한 관찰력과 꼼꼼한 준비성을 통해 생성된다. ‘00한 사람 특징’을 잘 살리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영상제작자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330만 뷰를 거뜬히 넘었던 틱톡커 사내뷰공업은 1분이 채 안 되는 세로 동영상 안에 빈틈없는 구성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과 웃음을 끌어낸다. 특히 조용한 모범생부터 일진까지 표현한 교실 모습, 분야불문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헤매는 20대 사회초년생의 모습 등 사내뷰공업은 10대와 20대의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내뷰공업 PD는 자신의 Q&A영상에서 “학창시절 좀 잘 놀던 친구들의 경우는 노래방에 자주 다녀 항상 쉬어 있던 목소리를 표현했고, 사회 초년생을 표현했을 땐 여러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살려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에게 유니폼을 빌리거나 수작업으로 직접 의상을 제작하는 등 소품에도 공을 굉장히 많이 들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그맨 강유미가 운영하는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 또한 마찬가지다.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콘셉트’를 잡고 쭉 이어간다. 성형외과 원장, 미대 입시학원 선생님부터 아이돌을 ‘덕질’하는 여성의 브이로그까지 그의 스펙트럼은 넓고 구체적이다. 이들의 모든 동영상 댓글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재연하는 거냐”, “이것은 진정한 현대 예술이다”, “저런 사람들 진짜 공감, 한 번쯤 만나본 사람들이다”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또한 모든 영상마다 실제 영상 속 강유미가 표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 공감가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이런 것까지 어떻게 알고 표현했나’하는 댓글을 달아 구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향한 관찰력과 꼼꼼한 준비성으로 완성된 ‘리얼함’은 시청자들의 몰입력을 높이고 공감을 하는 콘텐츠 속 콘텐츠가 된다. 영상 자체 뿐 아니라 구독자의 공감과 감탄을 표현한 댓글, 경험담을 풀어놓는 댓글이 합쳐지는 것. 이것이 하나의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MZ세대를 열광케 한 하이퍼 리얼리즘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재현’은 새로운 콘텐츠가 아니다. 많은 영화, 소설 등 예로부터 문학작품 콘텐츠는 ‘있을 법한 일’에 기반을 뒀다. 하지만 이런 재현 콘텐츠가 유머로, 요즘 MZ 세대에게 유독 뜨거운 열풍이 다시 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편안한 공감’에 있다. 이들은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의식하지 않았던 장면들을 세심하게 관찰해 이를 콘텐츠로 담았다. 이들 영상은 자극적인 내용도, 과한 감정소비도 필요하지 않다. 그들의 짧은 대화와 순간의 분위기만으로 모두가 공감하고, 모두가 만나 본 유형의 사람들이 콘텐츠 속에 비춰진다. 그들이 대사 하나하나를 읊을 때마다 시청자들은 공감하며 웃을 수밖에 없다. 대화의 흐름, 상황 등 영상을 보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본인과 주변의 이야기를 마주하자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현실을 그대로, 리얼하게 담은만큼 시청자에겐 웃음이 된다. 숏박스와 너덜트 구독자인 이 모 씨(27)는 “축구선수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 로또에 당첨된 상상을 하는 대화 등 친구들과 만났을 때 이야기하는 내용과 너무 비슷해서 공감이 돼 웃었고, 관찰당한 것 같아 소름 돋았다. 흔한 20대 남자들의 대화를 잘 녹였다”라며 이들 콘텐츠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또 카페직원 이 모 씨(28)는 “카페알바생 특징이란 영상을 친구들에게 굉장히 많이 공유받는데, 그 영상엔 내가 흔히 겪는 상황, 같이 일하는 동료의 모습이 담겨있어 재밌기도, 짜증나기도 한다. 내 일상이 영상에 그대로 표현된 것이 신기하고 여운이 남는다”라며 자신도 친구의 직업 특징 영상을 보면 공유하기 바쁘다고도 덧붙였다.

한동안은 <연애의 참견>, <무엇이든 물어보살>, <꼬꼬무> 등 다양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와 <하트시그널> 등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완벽한 사람들’, ‘인기남녀’들이 서로 사랑을 찾아가는 콘텐츠가 인기였다. 시청자들은 자신이였다면 어땠을지, 어떻게 저런 상황이 생기는지 콘텐츠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부담이 없는 길이와 소재인 ‘현실고증’에 몰려가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이영미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코로나 19로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 넘쳐나는 가짜 정보와 포장된 현실에 싫증을 느꼈다”라며 “MZ세대들이 ‘현실 일상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하이퍼 리얼리즘’을 찾게 된 것”이라고 당분간은 시청자들이 편안함과 애착을 느끼게 하는 이런 콘텐츠들의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도 “최근 SNS나 유튜브에서는 과장된 연출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19확산 이전의 소소한 일상들을 그리워하는 열망도 인기 요인 중 하나”라며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또 하이퍼 리얼리즘의 무기 하나가 더 있다면 ‘길이’이다. ‘숏박스’와 ‘너덜트’의 영상 길이는 2분에서 4분대이다. 5분을 넘는 영상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대화형식이 주인 영상을 제작하는데, 대화 사이 정적이 굉장히 짧다. 짧은 시간에 끊임없는 대사를 쏟아내기에 ‘오디오가 비는 시간’이 없다. 일명 ‘한국인이 좋아하는 속도’로 짧고 강렬한 것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저격한 속도감이다. 덤덤한 톤과 정확한 딕션을 유지하며 ‘티키타카’가 잘되는 출연자들의 대화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길이가 긴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리얼하더라도 사람들이 진입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결국 유튜브 환경에서 관심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숏폼’ 콘텐츠들이 유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론가들은 “내용이 길수록 리얼리즘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현실 고증과 짧은 길이 형식이 굉장히 잘 맞는다고 평가한다. 짧고 강렬한 공감을 남기는 짧은 현실고증 콘텐츠가 MZ세대끼리 공유하기도, 진입하기도 편해 모든 요소가 유행하기 적합했던 것이다.

 

‘리얼리즘’이 담은 무게

대중의 니즈, 사회적 상황, 내용과 형식 삼박자가 딱 맞아 열풍이 분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의 인기는 사그러들지 않고 점점 더 주목을 받고있다. 하지만 혐오, 차별적인 표현 없이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재연하는 것이 현실고증 콘텐츠 제작자들의 숙제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콘텐츠로 캐릭터화해 매스컴으로 끌어오는 콘텐츠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뷰내수공업’의 경우 학교 교실 안을 재연하는 콘텐츠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일명 ‘오타쿠’ 캐릭터 ‘한솔’이 나온다. 한솔은 닦지 않아 더러운 뿌연 안경과 함께 현실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말투를 따라하고, 현실 친구들의 질문에도 그와 동떨어진 답변을 하며 웃음을 끌어내는 캐릭터이다. 현실에서도 만화에 빠져 ‘음침한 느낌’을 주는 한솔은 특유의 웃음 소리와 일본어를 섞은 말투로 시청자에게 큰 임팩트를 줬다. 많은 시청자들은 ‘학창시절 때 한 명씩은 반에 있었던 캐릭터’라며 공감을 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취향으로 불편한 캐릭터를 만들어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어야 하냐는 목소리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한솔 영상을 올린 SNS 댓글엔 "예전에 그 때 걔"하며 친구들을 태그해 웃기도하고, "거리두고 싶다, 오타쿠 킹받는다(화난다의 유행어)"등의 조롱이 섞인 댓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공개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취향의 사람들을 비웃을 수 있는 '하나의 장'이 형성된 것이다.

또한 예민한 여자와 둔하고 느린 남자 커플 등 성 혐오, 다양한 직업과 유형의 사람에 대한 ‘일반화’ 문제 등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이 많다. 공감 콘텐츠인 만큼 특정 성별, 특정 유형을 ‘공감’이란 틀 안에 정의하기에 영상에서 짧게 비춰진 것 만으로도 일반화가 되기 쉬워진다.

특정 집단에 프레임을 씌우고 조롱의 대상으로 확정이 되는 순간, 재연된 현실을 보며 웃은 행동이 혐오로 재생산 될 수 있다. ‘하이퍼 리얼리즘’은 이러한 현상에 주의하고, 신중해야 한다. 가상의 콘텐츠에 현실을 끌어온 만큼 대중들은 이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혐오와 즐거움을 구분하지 않게 되는 순간, 하이퍼 리얼리즘은 누군가에겐 혐오와 편견을 재생산하고, 누군가에겐 조롱을 불러온다.

 

영상과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모여 공감하는 댓글이 합쳐져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됐다. 코로나 19 이슈가 끝나고 올 대세 콘텐츠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게 될지, 지금 열풍인 현실 고증 콘텐츠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콘텐츠의 흥망이 빠르고 극단적으로 결정되는 요즘이다. 짧은 영상에 열광도 좋지만, 무분별한 소비보다는 콘텐츠의 등장 이유가 무엇인지, 콘텐츠의 부작용은 무엇일지 생각하며 건강한 콘텐츠 소비를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랑구 봉우재로 143 3층
  • 대표전화 : 02-923-6864
  • 팩스 : 02-927-3098
  • 제보, 문의 : kesnewspaper2@gmail.com
  • 주간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6
  • 등록일 : 2009-09-09
  • 발행일 : 2000-05-25
  • 인터넷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TV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31
  • 등록일 : 2018-03-23
  • 발행일 : 2018-03-26
  • 발행인 : 박범석
  • 편집인 : 박범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범성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연예스포츠신문.
ND소프트